길을 잃었고, 의도하지 않은 산책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등록한 학원의 첫 날이라 익숙하지 않은 동네를 방문했다. 연습이 끝나고 9시가 가까워진 시간까지 학원에 있다가 집으로 가기 위해 나섰는데 대학입학때 산 내 폰이 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 9시까지 시간을 충전없이 버텨주기엔 너무 벅찬 나머지 학원 밖을 나설 땐 이미 꺼져있었다.
첫 수업이긴 하지만 상담하러 한번 방문했었던 길이고, 왔던 길 그대로 되돌아가면 되니깐 별 걱정없이 출발했다.
30분쯤 걸었을까, 내가 길을 잃었다는걸 알았다.
사실 낮설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일본 한 가운데에서 길을 잃은건 처음이 아니었다. 나는 겁이 없어서 내가 길을 잃었다는걸 안 순간부터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걷는게 아니라 그냥 이유없이 걷기 시작했다.
내일이 출근해야하는 날이라는것만 뺀다면 여기가 낮선 땅이란건 걷는데 장점이 된다.
한국에서도 우울하고 기분이 안좋은 날이면 새로운 길을 걷고싶어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밤길을 걷곤 했는데 한국 아니 부산에서의 산책길은 걷고 또 걷고 또 걸어도 내가 걸을 수 있는 한도 내에서의 거리는 모두 익숙하고 아는거리들이었다. 모르는 공간에서 혼자가 되고 싶을때가 누구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또 즐거운게 있다면 표지판이나 지역이름이 적힌 간판등을 보며 내가 어디에 있는지 추측하고 찾아가는 과정은 꼭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
실패하면 택시비가 날아가버리는 스릴 넘치는 게임
전에도 무작정 걷다가 이케부쿠로에서 집으로 오는 길을 잃고 휴대폰마저 죽어버리는 바람에 새벽 1시까지 5시간을 걷고 또 걸어본적이 있다.
나는 왜 이렇게 겁이 없는걸까
집에 어떻게든 들어갈 수 있단는 근거 없는 자신감일까, 아니면 집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때문인걸까
길을 잃어버린 나처럼 길을 잃어버린 글
길을 잃은 탓에 글을 쓸 수 있으셨으니, 글 쓰는 자신은 잃지 않으셨던걸로요. ㅎ
ㅎㅎ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ㅎㅎ
그래도 여차저차해서 집에 들어가셨죠? 설마 해 뜰 때까지 헤매다 바로 출근한 건 아니겠죠? ㅎㅎ
ㅋㅋㅋㅋㅋㅋ네 출근해야하는데 잠은 자야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