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소매상에 대하여.

in #kr7 years ago (edited)

신난다입니다.
제 감성과 꿈과 희망을 뿜뿜 잔뜩 담아 쓴 글이 스팀잇의 오류로 날아가버려 몹시 허망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기록해두어야 할 것은 기록해두어야 마땅함으로 다시 남기고 갑니다.

사실 전 오늘 밤 [적응장애]에 대한 글을 스팀잇에 게시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집에 오자마자 맥주 두 캔을 벌컥벌컥 하는 바람에 눈이 자꾸 감겨 예능 하나를 보기로 결심합니다.
평소 잡다한 지식 청취가 취미인 저에게 딱 들어맞는 프로그램인데요(지식을 글로 습득하는 것은 싫습니다. 귀로 듣는 것만 좋아하는 이상한 취미).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줄여서 알쓸신잡입니다.
오늘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딱히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이 프로그램에서 유시민 작가께서 하신 말씀이 마음에 와닿아 순식간에 심리학자로서의 제 역할을 정하고 말았습니다.
아래 장면을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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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지 잘 모르시겠지요?
장면은 이렇습니다.

유희열님이 왼쪽에 앉아계신 물리학 전공 정재승 박사님께 '미토콘드리아'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교수님의 설명이 조금 어렵게 다가왔는지 유시민 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데요.

"제가 설명해드릴게요. 여기(물리학 박사님)는 생산자인데, 이런건 소매상(유시민님 본인)이 잘하잖아".

지식의 소매상이라니 정말 멋지지 않나요?

사실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저는 언제나 심리학에 둘러쌓여있기 때문에 일반 비전공자들이 심리학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고 무엇을 궁금해하며 지금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그들이 이해 가능한 선은 어디인지 도무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거리두기의 미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졸업이 코앞인게 행운이지요.

더 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대중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나는 어디까지 얼마만큼을 알고 있는 것이며 그것을 얼마나 잘 전달할 수 있을지가 더 큰 고민이기도 합니다.

이 고민을 [지식의 소매상]이라는 명명을 통해 이루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인간의 뛰어남을 믿는 사람입니다. 인간의 선함과 유약함을 믿고 악이라는 것이 실은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것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사람이에요.
모든 것이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불능에서 온다고 믿습니다.
저이와 더 가까워지고 싶은 나의 열망을 분노로 오해하고, 외로움을 질투나 증오로 잘못 지각하는 일만 없어도 세상이 보다 더 좋은 곳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때문에 심리 교육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내고 싶고요.
그 일을 저는 연구자로서 지식의 생산자 보다는 소매상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지식의 소매상이라는 말은 사실 진부하고 이미 그 전에도 수 번이나 들어봤을법한 말인데, 오늘 이 말이 제 정신을 깨운건 그게 지금 저에게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이겠지요?
예능프로로 동기부여할 수 있다니 운이 좋은 밤입니다.

사실 맥주기운으로 정신이 혼란해 횡설수설하고 있는 게 느껴지지만 지금 제 노트북 오른쪽에 [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라는 책이 눈을 부릅뜨고 있으므로 그냥 남겨두고 갑니다. 언제가 이 글이 누군가에게 어떤 방식으로건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제 자신에게 위로가 될 확률이 가장 크겠지요.

좋은 밤 되세요.
신난다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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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프로그램 참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
신난다님만의 독특함으로 심리교육의 필요성을 전달한다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떠올려 봅니다. ^^

저도 예전에 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라는 책 참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지금도 고개를 돌려 보니 책장한켠에서 저를 바라보고 있네요. 문뜩 보이길레 한문장 더 적어봅니다 ~~ ㅎㅎ

4줄의 문장인데 용기가 밀려옵니다. 응원 감사해요. 그나저나 그 책을 읽으셨다니 더 반갑습니다 :)

글이 날아간 일은 참 안타깝네요... 신난다님과 같은 고민을 가진 심리학자로서 함께 많은 논의를 해나가야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 팟캐스트와 kr-psychology를 통해 그 역할을 우리가 조금은 하고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막연히 해보네요. 저도 지식 소매상이 꿈인데 같이 노력합시다 :)

다른 말이지만 지식 소매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은 지대넓얕의 채사장님이네요. 심리학계의 채사장이 되려면 우리도 공부 많이해야겠어요...

빔바님 댓글을 읽고 나니 저 프로그램의 컨셉이 지대넓얕을 모방한 것 같지 않나요?

네 사실 그런 감이 없지않아 있죠 ^^; 채사장도 좀 출연시켜주지 그런생각도 들더라구요... 근데 요즘 지대넓얕 컨셉 모방한게 너무 많아서 ㅋㅋㅋㅋ

유시민 선생님은 업보팅입니다 ㅎㅎ

ㅎㅎㅎㅎ캡쳐해오길 잘했네요 :-) 반갑습니다

저도 이 방송 너무 재밋게 봤어요. 참ㅎ 여러모로 저한테도 큰 의미가 되는 글같아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해요 :-) 헛되지 않은 글쓰기의 시간이었네요.

저도 요즘 매일 챙겨보고 싶은 프로그램입니다 ㅠㅠ 매일 챙겨보고 싶은데 자꾸 놓치게 되네요

저도 놓쳐서 아이패드로 시청했어요ㅜㅜ.. 시간 되실때 꼭 챙겨보세요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었습니다 :)

평소 가득하던 이모티콘이 사라진 걸 보니 깊은 고민을 하셨나봐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을 때가 많은데 신난다님의 고민을 보며 나도 이렇게 살아야지 느끼고 가요.이해불능의 세상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응원해요 :)

우오오. 오래 곱씹고 싶은 댓글 감사합니다.

@sinnanda2627 님의 많은 고민이 담겨있는 글이네요. 저는 그런 고민들과 생각들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글이 날아간건 같이 마음이 아프지만ㅠㅠ 또 한편으로 sinnanada 님의 이런 생각 가득한 글을 읽게 된 점은 좋네요 :)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정말 그래요. 생각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모든 상황들을 사랑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스티밋도 블록체인의 소매상같은 느낌입니다. ㅋ
문명같은 게임도 역사의 소매상이겠죠.
지식의 소매상은 이 사회에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갈수록 전문화, 고도화되는 세상에서 말이죠.
글 잘 읽고 갑니다. 제 기억에서 심리학은 어려운 개념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프로이트의 글만이 획기적이고 충격적이어서 뇌리에 잘 박혔던 것 같습니다.

세상이 전문화 되기 때문에 지식의 소매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못해봤는데 정말 더더욱 그렇겠네요. 지식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고 싶습니다. 심리학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 고민해보겠습니다 :-)

TV를 시청하지 않은지 이제 10년이 넘은 거 같은데.
요즘 조금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심리학을 공부하시는 분이 소개하시니
뭔가 호기심이 생기는 군요.
공들여 작성하는 글은 가급적 자동저장 기능을 갖춘
워드등에 하시면 좋겠네요...
신난다님의 언급에서 뭔가 번뜩이는 것을 얻었습니다.
소매상..덕분에 포스팅할 내용을 하나 건지네요.
감사합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번뜩이는 것을 얻으셨다니! 어떤 생각이 떠오르셨는지 정말 궁금하네요.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 좋은 주말 보내세요!

지식소매상이라... 재밌는 단어네요 ㅋㅋ
닉네임이 신난다라니 ㅎㅎㅎ

직관적인 단어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지식의 소매상과 신난다 둘 다 그렇네요 ;)

지식의 소매상... 이라는 말이 굉장히 와닿습니다.
참 마음에 드는 표현이네요.
제가 되고 싶은 것이기도 하고요. ㅎㅎ

저와 비슷한 것을 지향하시는 군요 ;-)! 지식의 소매상이 되기 위해 먼저 갖춰야 할 지식이 많아 그 과정이 녹록치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서로가 모델이 되어준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법문스님이랑 유시민 작가... 좋은 말씀 들

자연스러운 언어로 좋은 말씀을 해주시니 더 좋습니다.

되고 싶네요 지식의 소매상..
현재는 지식의 짜라시 정도일려나

찌라시 ㅎㅎㅎㅎㅎㅎ 그것도 나쁘지않네요 X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