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말고보통] 왜 돈을 버는지 정말 알고 있을까?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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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크루지 영감과 정말 다른가?-

어린 시절, 스크루지 영감을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테다. 스크루지가 ‘돈’이라는 ‘신’을 섬긴, ‘자본주의’라는 ‘종교’를 맹신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스크루지 영감과 정말 다른 걸까? 어느 날 한 겨울에 5만 원 권 지폐가 가득 든 가방을 가지고 산에서 표류하게 되었다고 가정 해보자. 우리는 그것을 선뜩 태워 추운 겨울에 몸을 데울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게다. 그 5만원권 다발의 종잇조각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볼 테니까. 누군가 구하러 올 때까지 조금만 참으면 좋은 차, 좋은 옷, 좋은 집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행복한 상상 때문에 쉽사리 그 돈다발을 태울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역시 그 은행털이범처럼 얼어 죽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역시 자본주의라는 종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나도 그렇다. 직장을 그만두고 통장의 잔고 숫자가 줄어 들어가면 이유 없이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그러다가 인세나 강연료가 들어와서 통장 잔고 숫자가 조금 높아지면 은근히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졌다. 돈이라는 신에게 구원받은 것이다. 실제 내 삶에 구체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은 전혀 없었다. 단지 통장의 숫자만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던 것일 뿐이다. 하지만 그때문에 불안하고 초조했다가 다시 행복해지기도 했다.

이것이 우리가 왜 돈을 벌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그것을 악착같이 벌려고 하는 이유다. 그저 돈이 있으면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가 종교인데 뭘 어쩌라고? 돈 없이 살 수 있어?” 맞다. 자본주의가 종교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돈 없이는 살 수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본주의가 돈 없이 살 수 없는 환경을 충실히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돈을 벌어 생활을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우리가 ’자본주의는 종교‘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말해 준다.

-왜 돈을 버는지 정말 알고 있을까?-

우리는 모두 돈을 벌며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왜 돈을 버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돈이라는 신을 떠받드는 자본주의 맹신도들은 ‘돈을 왜 버는가?’라는 질문조차 하지 않는다. 마치 독실한 종교인들이 ‘신을 왜 믿는가?’라는 질문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신을 믿는 것처럼. 종교에서 ’왜?‘라는 단어는 금기어다. 믿음에는 근거를 대라는 것은 믿음 없는 자들의 불온한 태도일 뿐이다.

물론 다들 “왜 돈을 버세요?”라는 질문에 나름 대답을 한다.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요.”, “가족들과 알콩달콩하게 잘 지내기 위해서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요.”라고. ‘왜’라는 질문에 나름 답했으니 자본주의는 종교가 아닌 걸까?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나는 한때 자본주의 맹신도였다. 돈만 있으면 삶의 구원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나 역시 ‘왜 돈을 버냐?’는 질문에 나름 답했다. 나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라고.

‘왜 돈을 버냐?’는 질문에 나는 제대로 답한 것일까? 아니었다. ‘나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 돈을 번다’고 늘 떠들었지만, 그렇게 번 돈으로 아들에게 장난감 하나를 사줄 때도 괜스레 망설여졌다. 또 주말에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는커녕 그 놈의 돈을 더 벌기위해 또 다시 출근을 했다. 습관처럼 행복을 위해 일한다고 말했을 뿐, 나는 그저 돈을 많이 버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던 것이다. 돈이 있어야 든든하고 행복하고, 돈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불안하고 초조했다. 내게 분명 자본주의는 종교였고, 돈은 신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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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돈의 맛에 중독 되어 있다.
지금 현대 사회구조 속에서는 돈을 절대 끊을수 없고
돈은 맛보면 맛볼수록 더 인간을 목마르게 하고
항상 돈을 원하게 만든다

진정 원하시는것이 어떤것인지가 궁굼해 지는군요

자본주의가 돈을 신으로 민든것이라면 어떤것이 돈을 신으로 모시지 않아도 되게 할 것인지도 궁굼해지구요

여러모로 궁굼한것이 많아지게 하는 글입니다

돈이 없이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어야 인간다운 삶이라 생각하시는건지도 궁금해지구요

여튼 돈을 신으로 모시고 안모시고의 문제는 개인의 삶에 대한 태도와 인생관에 크게 좌우되기도 하는것 같아서 꼭 자본주의라는 단일 요인만으로 설명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내면의 생각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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