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선택의 시작 1화

in #kr6 years ago (edited)

  


    1. 선택은 중요하다.     


  별이 수없이 뜨는 밤 나는 칼을 집어들었다. 서늘한 촉감이나 시원한 감각이 한여름밤의 무더위도 지워버렸다. 애써 고개를 들고 칼을 집지 않은 반대쪽 손을 심장에 맞붙였다.  그러자 보기에도 퍽이나 기묘한 자세가 완성되었다. 고개를 갸웃갸웃, 나를 따라 갸웃갸웃. 


     네, 네네, 네... 네...


  똑같은 말이 몇번이 반복되고서야, 옆집이 조용해졌다. 나는 예의 기묘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소름끼치게 웃었다. 눈이 웃지 않는 웃음은 어여쁜 웃음. 칼을 바닥으로 내리꽂자, 칼의 반신이 사라졌다. 슬프게도 그렇게 사라진 것이다. 나는 똑똑 두드리는 현관문 소리를 들었다.


     "저기요, 문 좀 열어주세요!" 


  거짓말이다. 하지만 여러 개의 길이 갈려있었다.


 지은지 얼마 안된 최신식 아파트의 방음벽을 뚫고 소음을 전달해내는 이웃들은 늘 대단하다.


  윗집, 아랫집, 옆집, 그리고 우리집. 수도 없이 많았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부자연스럽게 휘어졌다. 제아무리 칼을 든 사람이라도 철문을 부술 수는 없었다. 그러니 저렇게 끼이익-거리는 소름끼치는 소리로  문을 긁는게지. 나는 칼을 뽑아들었다. 바닥에 깊숙이 박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였구나.


     "문 좀, 문 좀 열어주세요!!!" 


  바깥을 확인할 순 없었다. 인터폰이나 초인종도 이미 옛날에 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문을 두드리는 것 이외엔 바깥의 생존자를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하지만 바깥에 있는것이 사람인지, 괴물인지 알 순 없었다. 목소리도 언뜻 비슷한 것 같았지만, 사람이 괴물로 변한 것이라면 모르겠다.


 소름끼치게 문을 긁고 있었다. 소음이 심각했다. 소음과 목숨, 중요한 건 어느쪽일까.


>문을 연다.

>문을 굳게 잠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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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siltie님 자주놀러 올게요~

잘 읽으셨다니 다행이에요~! 자주 놀러 오시고, 더운 여름 밤 시원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