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론다 여행 누에보다리 새벽 그리고 아침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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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ilafe08 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2014년 2월 다녀온 스페인 안달루시아지방의 도시, 론다에 다녀온 여행기입니다. 원래 야경부터 새벽까지 한 포스팅에 담으려고 했는데 사진이 너무 많아서 나눌 수 밖에 없었네요 ㅎㅎ


론다의 새벽, 그리고 아침까지"

론다에 1박을 했던 이유는 아마도 론다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였다. 일출시간을 확인하고 분명 그 시간에 맞춰 일어나 나왔으나 이미 밖은 어슴프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사실 이 날 흐려서 일출을 보지 못한 건지, 내가 늦게 일어나서 일출을 보지 못 한건지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론다의 파랗게 시린 새벽의 풍경을 보았으니 아무렴 괜찮지 않을까. 정말 그 때는 넋을 잃고 정신없이 사진을 찍어댔었다.

론다에서 찍은 사진들은 죄다 비슷비슷하다. 누에보 다리가 정말 너무나도 좋아서 이 근방만 돌며 감탄을 연발했으니까. 가로도 찍고, 세로도 찍고. 그렇게 여러장을 찍어댔으니 사진을 골라내기도 너무 힘들었다. 그나마 이 사진들도 정말 고르고 골라냈는데도 여전히 많지만, 외장하드에 묵혀있기엔 아까워 이렇게나마 올리는 것일테다. 해가 완전히 뜬 론다, 다리 아래쪽으로 내려가 올려 찍은 론다의 풍경들은 손을 대지도 못 했지만 또 언젠가 마음이 내킬때 시작하겠지.

사실 론다의 일출은 같이 보기로 했던 일행이 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같이 가우디투어를 했던 한국인 일행들이 있었는데 그 중 두명이었다. 전날 내가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있을 때 식당문을 열며 반갑게 인사하며 들어왔던 익숙한 얼굴의 두 명이 바로 그 오빠들이다. 론다의 거리를 지나가다가 익숙한 얼굴이 보여서 들어왔다고 했더랬다. 내가 바르셀로나에서 부엘링을 타고 그라나다로 날아가 세비야를 거쳐 론다에 도착하는 동안, 그들은 바르셀로나에서 렌트카를 타고 발렌시아를 거쳐 론다로 내려왔다고 했다.

사실 그 두 명 중 한 명은 또 알고보니 내 고등학교 동창과 아는 사이라고 하길래 세상은 좁으니 어디서든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더랬다.

그런데 약속했듯이 일출을 같이 보지는 못했고, 해가 완연히 뜨고 뒤늦게서야 연락이 닿아 누에보다리 근처를 돌아다니며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같이 점심을 먹었었다. 그때 호텔에서 체크인을 할때 문제가 있었다고 했던가.

새벽의 론다 누에보 다리는 밤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밝아지는 그 모습은 잠깐 눈을 떼는 사이에도 시시각각 달라지기 때문이다.

론다는 100m 깊이의 타호 협곡으로 나뉜 내륙 평원에 자리한 곳이다. 기원전 9세기에 세워진 론다의 구시가지의 기원은 문화 중심지로서 모스크와 궁전이 가득했던 이슬람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누에보 다리에서 눈을 떼고 저 멀리 다른 곳을 바라보면 너른 평원과 이리저리 뻗은 능선과 구불구불 굽이치는 강을 볼 수 있다. 정말이지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풍경이었다.

사실 사진의 색감이 너무 보랏빛이 들어간 것 같긴 한데, 보정을 하려고 해도 지금 찍힌 이 느낌이 너무 좋아서 크게 건드리고 싶지가 않다. 그 당시의 내가 느꼈던 론다의 모습이었으니까. 아마 내 똑딱이의 여명모드로 찍어서 이런 보랏빛의 사진이 나왔던 것 같다.

이런 광활한 자연풍경은 사진에 담을 때마다 내 똑딱이의 한계에 한숨을 쉬곤 한다. 광각이라던가 광각이라던가 광각이라던가... 사진을 잘 아는 친구의 추천으로 미러리스를 살까도 싶었는데, 여행다닐때 똑딱이의 그 가벼움 때문에 손에서 놓아버리기가 쉽지 않다.

올해 추석의 이탈리아 여행을 앞두고가 아마 지름의 큰 갈림길이겠지. 어차피 미러리스를 지른다면 이탈리아의 그 멋질 풍경을 담아오고 싶긴 한데, 요즘 아무리 작고 가벼워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커다란 렌즈가 달린 카메라는 무겁다.

스페인의 론다를 다녀온지 어언 3년하고도 몇 달이 더 지난 지금도 그때의 느낌과 풍경이 조금이나마 남아있다. 사람없는 한적한 론다의 밤, 새벽, 그리고 아침은 남다른 감상을 갖게 한다.

해가 떠오르는 동안 이 누에보 다리를 몇번을 왔다갔다 했는지 모른다. 이때 다리 아래까지 내려갔으면 또 다른 사진을 남겼을텐데 아쉽다. 어두울 때는 위험해보였기 때문에 해가 완전히 떠오르고 나서야 아래쪽으로 내려갔었는데 그 곳에서 보는 누에보 다리는 또 다른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으니까.

다음에 또 론다를 가게될 기회가 나에게 올까? 아마도 없지 않을까 싶다. 유럽국가중에 내가 유일하게 갔던 나라가 스페인이었고, 아직도 가지 않은 매력적인 나라들이 매우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이 순간들은 내 평생 단 한번으로 기억될 론다의 아침이겠지. 그리고 단 한번이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고 인상깊게 남아있는 것일테다.

일정이 허락한다면 정말 론다에서의 숙박은 한번쯤 권하고 싶다. 한국인 대부분이 당일치기로 누에바 다리만 찍고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상 메인으로 볼 것이라곤 누에바 다리가 전부인 곳으로 둘러보는데 2시간여정도면 다 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이니까. 하지만 누에바 다리 그 하나가 정말 정말 감명깊었다. 늦은 밤의 야경, 이른 새벽, 아침 그리고 낮 그 모든 순간들이 참 새로운 곳이다.

사진들을 보며 다시금 느끼는 건데 스페인 여행 내내 날씨가 정말정말 좋았다. 가우디투어를 했던 바르셀로나에서의 첫 날과 마지막 일정인 론다에서의 낮에는 좀 흐렸지만, 그 외에는 항상 파란하늘에 하얀구름이 두둥실. 아마도 그 덕에 내 기억의 스페인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게 아닐까.

해가 떠오르고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 거리와 식당들을 채운다. 사실 그래봐야 북적임과는 거리가 있다. 론다가 투우의 발상지인만큼 이 곳에는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투우장이 남아있는데 한창 투우가 인기있었을땐 사람들이 많았을까? 상상이 되지 않는다.

협곡사이에 놓여진 누에보다리, 절벽 끄트머리에 지어진 건물들, 눈아래로 펼쳐진 광할한 자연풍경. 론다는 그 어딜 둘러봐도 참 좋았던 곳이다.

다음 스페인 포스팅은 아마도 흐려서 아쉬웠던 론다의 낮 풍경일 것이다. 이 포스팅과는 사뭇 다른 모습의 론다는 또 그 나름의 멋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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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보라보라 한게 참 예쁘네요!

감사합니다! ㅎㅎ 그 당시에도 사진 예쁘다!!! 하며 엄청 찍어댔어요 ㅋㅋㅋ

와..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네요. 마치 중세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이에요.

정말로 잊지 못 할 풍경이었던 거 같아요~

와...저는 새벽녁의 풍경이 저렇게 멋진건 줄 몰랐네요 필름같은게 아니라 그냥봐도 저런가요?

본문에도 썼지만, 이게 똑딱이의 여명모드를 켜면 좀 더 보라빛으로 찍혀요 ㅎㅎ 그냥 보면 이것보단 덜하지만 뭔가 느낌은 보라보라했답니다 :)

근데 풍경도 좋긴하지만 정말 사진찍는 느낌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저런 곳에 살면서 훗날 타지에 나와
고향 추억을 생각하면
완전 눈물 터질거 같네요-0-

저런 곳에 계속 살았던 사람은 우리와는 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