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2월로 꼬박 5년 차 이제는 그 5년도 훌쩍 넘겼다.
회사생활 5년 중 아마 3년의 새해 목표가 퇴사였다. 그렇게 5년이 걸린 계획을 오늘 처음 입 밖으로 꺼냈다.
저 회사 나가려고 합니다.
사실 알고 있었다 퇴사를 결심하고 실행할 용기와 배짱이면 어딜 가나 망하진 않을 거라고. 그런데 그게 내 상황이 되고나니 생각보다 더 큰 용기와 더 큰 배짱이 필요한 일이었다. 고작 저 한마디 꺼내는 거뿐인 일이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임을 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그만큼 안정적인 무언가를 그리고 그것이 금전적인 부분에 크게 영향이 있다면, 그 안정을 포기하는건 쉽지가 않다.
어쨌든 그렇게 나는 90%의 회사원의 꿈인 퇴사를 입 밖에 낸, 회사원들이 부러워하는 (?) 사람이 되었다.
전날은 회사 창립기념일이었다. 근속 10년, 20년, 30년 사람들의 시상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근속 10년 총 421명 20년은 고작 스물몇 명의 시상자를 보며, 그리고 근속 10년, 30년 수상자의 표정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10년 뒤 내가 저 자리에서 상을 받는다면 기쁘고 자랑스러울까? 30년지나 저 자리에 선다면 내 인생 참 잘 살았다 생각하게 될까?
"근속 30년 축하드려요."
후배들의 축하 영상을 보며, 과연 너무너무 뿌듯하고 만족스러울까? 퇴사를 꿈꾸는 이들의 이유는 각양각색이지만 나는 저 질문의 대답이 NO 라고 생각하고 퇴사를 결심했다. 지옥 같은 야근이 있는 회사는 아니었지만, 답답한 기업문화, 잦은 파견 요청 그리고 회사 내에서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나의 롤모델이 퇴사의 이유다.
모두가 그냥 그렇게 회사를 다니는 거야. 부모님은 항상 말했다. 모두가 그냥 그렇게 회사를 다닌다고. 신기하게도 그런 부모님은 내가 어렸을 때는 항상 더 큰 꿈을 가지고 살아야 된다고 하셨다. 너보다 잘 난 사람들이 많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 부모님이 변했다. 회사에 입사한 이후로는 언제까지 방황하지 말고 그냥 만족하고 살라고. 그만큼이면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이라고. 저렇게 말씀하시니, 이렇게 회사를 다니면 이제 내 인생은 변화 없이 이렇게 계속되는 거구나 하는 마음에 매년 매년이 답답했다.
적은 나이도 아닌 30대 중반의 미혼이지만 하고 싶은 것도 해보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이 아직 많다. 물론 아직도 나보다 잘난 사람은 많고 나는 부러운 사람도 많다. 그리고 어렸을 때의 나와 같이 지금의 나도 그런 내가 부러워하는 롤모델들처럼 되고 싶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시도하기에 회사는 너무 지루하고 안전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그 속에서 30년을 버틴 선배들이 부럽지가 않았다. 지루하지만 안전함 이것이 모두가 그냥 그렇게 회사를 다니는 이유임을 5년 동안의 나는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지루하고 안전하게 살기에 인생이 너무 길다.
지루하지만, 안전함.
퇴사를 입 밖에 꺼낸 뒤에도 사실상 실제 퇴사까지는 아직도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위로 올라가며 면담도 그리고 그에 맞는 서류 준비도, 또 그다음 나의 인생의 계획도. 그래도 나는 가장 큰 용기를 내고 그 첫발을 뗐다.
술자리에서 100번도 1000번도 더 말했던 그 퇴사,
난 이제 진짜 퇴사를 할 것 같다.
정말 공감이 가는 내용입니다.
설사 경쟁에서 살아 남더라도 언젠가는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떠나게 될 텐데, 무엇때문에 청춘을 갈아 넣고 있나? 하는 생각을 최근들어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생각을 많이 하면서 7년가까이 회사를 다녔네요.
몇십년을 한자리로 출퇴근 한다는게 대단하고, 그 자리에서 원치않게 떠나게 된다는건 너무 두려운 일인거 같습니다ㅠㅠ
퇴사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용기와 실천에 마음 속 깊이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