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끄적끄적] 자소서 '신념 및 성격' 웃기고 있네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shimss입니다.
스팀잇에 올리고 싶은 글들이 아주 많은데 오늘은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서 이것저것 하다가 이렇게 급 글을 씁니다. 저는 결혼을 앞두고 작년 9월 일을 관두고 아직까지 백수 상태로 있습니다. 지금은 다시 일을 시작하기 위해 구직사이트를 보며 지원 할 곳들을 하나씩 즐겨찾기에 추가하고 있고요. 그러다 지원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곳이 있길래 지원해보려는 맘에 자기소개서 형식을 다운받아 봤습니다. 각 항목마다 몇개의 샘플을 적어놨더라구요.

KakaoTalk_20180207_171330529.jpg

이걸 보는 순간 든 생각 '웃기고 있네...!'
저는 대학 시절부터 다양한 경험을 해왔습니다. 외국에서 지내 본 기간도 있었고 인턴생활도 했었고 학교를 다니면서도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제 용돈은 제가 벌어 살았었죠. 졸업시즌이 되면서 졸업논문을 쓰는데 정말 머리털을 다 쥐어 뜯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졸업논문이라는게 인터넷에 떠도는 다양한 논문들을 짜집기 하면서 나만의 생각을 논문 형식에 맞게 정리해 나가는 아주 아주 아~~~주 긴 양의 레포트라고 생각이 됩니다. (문과대 졸업생으로서요) 저는 정말 논문을 쓰는 기간 동안에는 맥주 없이 살 수 없겠더라고요. 부모님께서 제 방 문을 한번씩 열어보시고는 뭔가 혼자 엄청 괴로운가 보다 하며 저를 건드리지도 않으셨습니다. ㅎㅎㅎ

그런데 졸업을 하고 나니 괴로움의 연속인 때가 또 찾아 오더군요. 바로 취준생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어학계열 졸업자로서 국제 문화교류 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대기업에서부터 신문사까지 다양한 회사에 지원을 했었는데 그때에 제가 제일 싫어했던 자기소개서 항목이 지원동기 였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오너의 입장에서는 그사람이 자사에 왜 지원했는지가 궁금할 수 도 있겠으나 지원자의 입장에서 지원동기라니... 솔직히 지원동기... 없었습니다. 정말이지 대단한 회사가 아니고서야 이 회사가 너무 땡겨! 란 생각이 들기 어려웠죠. 지원동기: 취업해서 돈벌려고! 라고 쓸수도 없는거잖아요. 이게 진짜 근본적인 답인데도 말이지요.

그 분야에서는 그래도 유명하다는 국제회의기획사에 들어가 정말... 열정페이받으며 매일같이 대중교통 끊길때까지 야근하며 일했습니다. 그 기간에 대해 말하자면 저는 정말 끝도없이 적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나 스팀잇에 그쪽 분야에 계신 분이 있다면 공감하실 수도 있고, 혹은 뭐 그정도까지... 아니면 나는 더했었다!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저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출근길 2호선 지옥철에서 기절한적이 있고, 출장갔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공황장애 증상이 왔었으며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도 3일만에 엄마 얼굴을 봤을 때엔 엄마가 "너 며칠 사이 왜이렇게 살이 빠졌니..."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그쪽 분야에서 나온것이 후회 될때도 있습니다. 매력적인 직업인건 분명하고 전문직이기에 계속 커리어를 쌓아왔다면 지금쯤 저의 몸값은 엄청났을 거라는걸 알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회사를 나온것에 대해서는 후회가 단 1도 없습니다. 엄마에게 진심으로 회사를 그만 다니고 싶다고 말했을때 저희 엄마는 딱 한마디 하셨습니다 "그래 너가 힘들면 그만 두면되지." 엄마도 그동안 제가 어떻게 일해왔는지를 아셨기에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도망치듯 그곳을 관두고 나왔습니다.

그 회사를 나오고 3개월을 쉬었고 어학원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원래 저는 어른, 아이 구분 없이 잘 맞춰가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나름의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일하는것이 재밌더라고요. 왜 아이와 꽃과 함께 있는 사람들은 늙지 않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 말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인 만큼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 것도 있었지만 보람을 많이 느끼는 직업이었습니다. 그리고 5년가까이 일하다 작년 9월 결혼을 앞두고 일을 관뒀죠.

그런데 오늘! 또 저런 말도 안되는 자기소개서 항목을 보았습니다. 아 정말 단전 아래에서부터 깊은 빡침이 올라오더군요. 도대체 나의 신념을 왜 묻는 것이며, 입사 후 포부 왜 물어보는 것인지... 나의 신념이 물론 일을 하면서 그 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입사 후 포부가 저의 간절함과 자사를 향한 에너지를 보기 위한 것일 수도 있죠. 그런데 그들은 저의 자소서를 보기나 할까요? 자소설이 아니라 정말 제가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적으면 그들은 저를 뽑아나 줄까요? 그러면서 저런것은 왜 물어보는건가요?

몇일 전 만난 지인에게서 자신이 지원한 회사 중사진을 첨부하지 않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라고 한 곳이 있었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실제로 그곳은 면접을 갔는데 본인의 이름도 말하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습관적으로 "안녕하세요. 지원자 누구누구 입니다!" 라고 말을 했더니 면접관이 한번 더 본인 이름을 말하면 감점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합니다. 그 회사는 오로지 자격증과 자기소개서만을 통해 직원을 뽑는 블라인드 면접 이었던거죠. 그런데 순간 저는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같이 학력, 인맥, 스펙 많이 따지는 곳에서 블라인드 면접이라면 자기소개서에 뻥을 점점 더 추가하는 상황이 발생하겠구나.... 거의 추상화처럼 나 자신은 따로 있고 자기소개서 안에 거짓된 나를 마구잡이로 꾸며 넣는 그런 자기소개서가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자신의 신념을 쓰라는 칸에 저는 곰곰히 생각하다 찰리채플린의 명언을 넣었습니다.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그러나 멀리서보면 희극.

어릴때 부터 제가 참 좋아하던 말이었습니다. 컴퓨터에 네이트온을 켜두던 시절에 저의 메인글이기도 했고요. 샘플자기소개서를 다운받고 나의 신념은 무엇인가 머리를 쥐어짜던 차에 저 말이 다시 생각나더라고요. 물론 오늘 이렇게 자기소개서 항목을 보며 '웃기고 있네' 라고 생각했던 오늘도 취업이 되면 또 한번 웃어 넘길 수 있는 순간으로 남겠지요.

얼마 전 티비에서 한 독일인이 자기나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돈이 없는 사람들도 부자들이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것을 누릴 수 있는 나라. 그래서 국민들의 평소 생활에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나라 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우리에게 저런 날이 올까 란 생각을 한적이 있습니다. 회사에 지원하기 위해 자소서에 온갖 거짓부렁을 집어 넣어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본적인 복지와 지원을 누를 수 있는 날이 언제쯤 올까요? 간만에 몇년 전 취준생 느낌을 온몸으로 겪고 나니 또다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모든 취준생들! 이직을 생각하는 분들! 재취업에 도전하는 분들! 모두모두 힘내시길 바랍니다. 제가 항상 회사 지원할 때 마다 생각하는게 있습니다. 세상에 회사는 널렸고 제가 일 할 곳도 분명 있습니다. 우리를 위한 길은 반드시 있습니다:D

오늘도 노래 추천 하나 남기고 갑니다.
오늘은 The Script의 Super heroes입니다. 역시나 제가 좋아하는, 비트가 살아있는 내적댄스를 이끌어 내는 곡입니다. 슈퍼히어로스! 제목부터가 뭔가 활기참이 느껴지는 곳이지요. 혹시 퇴근길에 계신 분들, 한번 들어보시면 뭔가 오늘 하루 내가 승리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D

Sort: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저도 지원동기를 묻는 란은 만날 때마다 출제자의 의도가 극히 궁금합니다ㅋㅋ
예로부터 이어온 전통을 끊을 때가 됐는데 말이죠~
@shimss 님이 어여 악습을 끊어주시지요!
그나저나 오늘의 추천곡 넘 좋습니다. 꾸준한 선곡 부탁 드립니다! ^ ^

제일 쓰기 막막한 질문이 지원동기와 신념 같은 질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개미 같이 살아야하는 저같은 존재가 저 악습을 끊을 수 있을까요...?ㅋㅋㅋ 노래 추천 좋아해주셔서 기분이 좋네요. 감사합니다:D

으아- 자소서 라이팅...과정만 들어도 숨이 턱턱 막히네요..화이팅입니당...!!ㅠㅠ

취준 시절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고통이죠...ㅎㅎ

흐윽... 저도 자소서 너어어어무 싫어했어요 ㅠㅠ...!

예전엔 거의 소설 하나 창작하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될대로 되라 식으로 제 생각대로 쓰려고 하는 편입니다. 소설 한편 쓰려면 정말 머리 쥐어뜯으며 맥주 필수거든요...ㅎㅎ

저는 자기소개서 란에 모두 첨부파일 참조라고 쓰고 위의 @shimss 님의 포스트 같은 자기소개서를 내 맘대로 쓰고 제출하곤 했습니다. 의외로 이런 거 좋아하는 회사들이 있더군요. 뭐 운이 따랐겠지만 제법 합격을 했더합니다. (심지어 사진 찍은 게 없어 운전면허증 사진을 캡쳐 해서 낸 적도 있었습니다.) 구인하는 면접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패기같은 것이 플러스가 되기도 합니다. 다들 넘 비슷비슷하니까요. 세상 뭐 있습니까. 오히려 인재라면 내가 회사를 면접보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면접에 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삐딱하게 구는 면접관과 싸운 적도 있답니다. 반면에 내가 마음에 드는 면접관은 명함을 달라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내가 필요할 때 연락하겠다고 말이죠. 뭐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휘리릭~

하핫 저도 예전엔 면접을 몇번 가보니 면접장에선 나도 이 회사를 판단하는 면접관의 자세로 임할 필요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뭐든 굽신굽신 거릴 필요는 없는것 같습니다. 결국엔 합격 통보를 받아도 그 회사를 갈지 말지는 저의 선택이니깐요.ㅎㅎ 주말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