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척]태동

in #kr6 years ago (edited)

아내 뱃속 아들의 태동을 느끼는 게 요즘 낙이다.

아들은 최근 시도 때도 없이 움직인다. 아내는 그 때마다 태명을 불러주며 반응한다. 그럴 때면 나도 아내 배에 손을 얹고 아이를 불러 본다. 아들이 내 목소리에 반응하는 듯 바로 큼직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일이 가끔, 아니 자주 있다. 어느날 (@afinesword님과) 술자리가 끝난 밤엔 집에 들어가자마자 아내 배를 만지며 태명을 불렀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툭 쳐줘서 그만 울음이 터져버렸다. 바보처럼 아내 배를 어루만지며 엉엉 울었다.

16주 넘어서 미미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던 태동은 이제 밖에서 눈으로만 봐도 확인할 수 있을만큼 강하고 커졌다. 아들을 부르고 손을 얹고 기다리다 콩 하고 세게 쳐 주면 우리 부부는 깜짝 놀라며 기쁜 비명을 지르곤 한다. 남아라서 그런 건지 가끔 정말 세게 찰 때도 있다. 혹시 아내가 아프지 않을까 걱정될만큼.

태동은 아내가 밥을 먹은 뒤나 편안하게 누워있을 때 확실히 많다. 영양분이 전해져서 아이가 힘이 날 때, 자세가 움직이기 좋을 때, 엄마의 좋은 기분이 전해질 때 많이 움직이는 것 같다. 태동을 그렇게 오래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아내가 느낀 뒤 손을 얹었는데 그 뒤로 잠잠할 때도 많다.

통기타 연습을 할 때도 움직였다.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아이가 반응했던 것 같다. 그리고 요즘 가급적 매일 밤 '꼬마니콜라'를 두 챕터씩 읽어주는데, 책 읽는 중에 아주 활발하게 움직인다. 배에 손을 얹고 움직임을 느끼며 책을 읽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아이가 아내 뱃속에 있는 게 아니라 책 읽고 있는 바로 앞에 있다고 생각하니 느낌이 새로웠다.

아내는 태동을 "엄마, 나 잘 있으니 걱정 마세요"라는 신호 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태동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부쩍 기분이 좋아진 것 같다. 인상도 더 생글생글해진 것 같다. 더 예뻐져 간다.

*지난 8일 엄마 생신을 미리 챙겼다. 엄마는 아내를 보자마자 배를 만져보고 싶어서 식당 문가에 서서 기다렸다. 아내는 그 자리에 나가기 전부터 아이에게 "할머니가 배 만질 때 한번 툭 차줘야 해"라고 말해 뒀지만, 아이는 거기선 한 번도 태동을 보여주지 않았다. 아마도 아내가 밥을 먹은 뒤도 아니고 편안하게 누워있을 때도 아니여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엄마는 충분히 기분이 좋았던 게 분명하다. 저녁자리에서 엄마는 "무슨 말이든 길게 하다 보면 가슴이 벅차 올라 울음이 섞일까봐 이야기도 잘 못하겠다"고 말했다. 아내가 쓴 카드를 선물 속에서 찾아 읽는데 엄마는 눈물을 참는 모습이 역력했다. 결혼하지 않았으면 엄마가 언제 그런 선물을 받아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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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호님 축하드려요! 태동 느끼며 엉엉 울었단 것에 공감했어요. 우리 첫 애는 태동 느낀 곳을 만지면 그때부터 움직이지 않는 부끄럼쟁이였고, 둘째는 더 신나서 실컷 움직였던 기억이에요. 오랜만에 쓰신 글도 반갑고, 글의 느낌도 여전하고. 여튼 좋네요.

우어어 아이 둘이나 있는 선배시군요. ㅋㅋ 요놈은 기분을 심하게 타는 타입 같아요. 오랜만입니다 ㅋㅋ

와~ 시호님 축하드립니다!! 엄마 아빠의 사랑이 잘 전해져서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길 바랍니다! 아~ 부럽습니다^^

ㅋㅋㅋ 고맙습니다. 잘 자라고 있어요!

정말 감격일거 같아요. 저는 상상을 할 수 없지만 이렇게 글만 읽어도 감동이에요.
사랑이 많은 가정에서 아이가 정말 많이 행복 할 듯 합니다. ^^
앞으로도 많이많이 행복하시고 즐거운 연말 되세요~ ㅎㅎ 내년이 너무너무 기대되시겠어요~
추운 겨울 따듯하게 잘 지내시고여~ ^^

이제 예정일이 99일 남았어요. ㅋㅋ 고맙습니다. 매일 감격하며 살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포로가 되었군요

잉태를 확인하는 순간부터... 어쩌면 ㅋㅋ

주수가 늘어난 임신 말기에 세게 차면 갈비/옆구리가 아플 때도 있어요. 물론 그때는 애도 커져서 자주 못 움직이긴 하지만요. 지금 이 순간 행복하게 만끽하시길! :)

오 아내 친구한테서 들었습니다. 특히 아들이 뼈를 그렇게 때리더라고. 자주 못 움직이게 되는군요 이제 ㅋㅋㅋ 요즘은 아주 땐스땐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