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 만들어봤습니다. 기사 뒷얘기나 현장 이야기를 '현장에서'라는 아주 진부한 문패를 달고 요 짤을 쓰기로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shiho입니다. 오늘은 어제 예고한대로 기자들의 은어에 관해 쓰려고 합니다. '기자들의 언어1-은어편'으로 하고 언어습성에 관해 하나 더 써볼까 잠시 고민했는데, 약속하지 않기로 해요.ㅋㅋ 우리나라에 기자라는 직업이 전해진 게 일본에서였기 때문에 일본어나 변형된 일본어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지만 신문 문화가 일본에서 전해졌는데 별 수 없지요. 어원을 아는 말도 있고 모르는 말도 있는데 일본어 잘하시는 분이 설명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1. 사쓰마와리
기자 생활을 시작하고 제일 처음 접하는 은어가 아닐까. 요즘엔 '언시생(언론고시생)'들은 입사도 하기 전에 알고 준비하기도 한다고 하는 그것. 사쓰+마와리인데 '사쓰'는 네이버 일본어 사전에 따르면, 경찰을 뜻하는 '게이사쯔'의 속어, 'さつ'의 변형이다.
'마와리'는 일본어 まわり[回り·廻り]다. 돎, 차례로 방문함, 회전이 사전에 있는 번역이다. 기자들이 은어로 쓰는 마와리는 차례로 방문한다는 두번째 의미에 가장 가깝다.
사쓰마와리는 경찰서를 차례로 방문한다는 뜻이다. 이건 수습기자나 수습을 갓 뗀 기자가 많이 가는 경찰팀에서 하는 일인데 자기가 맡은 구역(이것도 나와바리라고 하는데 많이들 아는 말이니 따로 설명은 패스) 내에 있는 경찰서들을 차례로 돌며 형사과장이나 형사 당직실 반장에게 아양을 떨던가 으름장을 놓던가 좌우지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건 하나 알아내려는 목적으로 말을 붙이는 것이다.
마와리는 경찰서를 떠나도 기자 생활 내내 따라다닌다. 어느 출입처를 가든 돌아야 하니까. 사람을 만나야 기사가 나온다. 특종도 결국 사람한테서 나온다. 그러려면 부지런히 여기저기 방문해야 한다.
- 추가 : 사쓰마와리를 하는 경찰기자들을 걍 편하게 '사스마리'라고 부른다.
2. 하리꼬미(뻗치기)
정치부 기자들과 수습기자들이 많이 하는 것. 뻗치기라고도 한다. 요즘 안철수처럼 칩거 중인 취재원 집 앞에서, 주요 피의자를 수사 중인 검찰청 앞에서, 아니면 비공개 회의 중인 회의장 앞에서 취재원이 나올 때까지 죽어라고 지키고 있는 것. 일본어로 はりこみ[張(り)込み]인데 뜻은 '잠복'이다. 그런데 이 말 뜻은 변형돼서 보통 사회부에서는 밤 늦게까지, 혹은 밤새도록 뻗치기가 이어지면 하리꼬미를 했다고 한다.
3. 귀대기
하리꼬미엔 귀대기가 종종 따라온다. 밀폐된 회의장 문이나 어떤 상황이 진행 중인 방의 벽에 귀를 대고 대강 어떤 얘기가 오가는지 듣고 보고하는 거다. 그래서 요즘엔 벽이나 문에 귀를 대고 양손은 카톡을 찍는 보습이 종종 관찰된다. 그런데 이게 나이 먹으면 잘 안 들린다. 수습기자 시절 용산참사와 관련 서울용산경찰서에서 자진출두해 조사를 받고 있던 대책위 공동위원장의 조사실에 몰라 올라가 귀대기를 하던 중 경찰 두 명에게 양팔짱을 끼인 채 경찰서 문앞까지 정중히 배웅 받은 적이 있다. 근데 이제 잘 안들려서 못한다.
4. 야마
"그래서 야마가 뭐야?" 어린 기자들이 선배에게 많이 듣는 말일 거다. 야마는 기사나 보고,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말한다. 기사엔 야마가 서 있어야 하고 특히 보고는 시간이 없으니 쓸 데 없는 주변설명은 빼고 지금 보고하는 이유가 담겨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 전체를 꿰뚫는 부분만 말한다. 그게 야마다.
5. 우라까이
우라까이는 기자의 필수 덕목. 단, 취재기사도 잘 쓴다는 가정 하에. 이 말도 일본어 사전엔 안 나온다. 어원을 모르겠다. 우라까이는 연합뉴스 등 통신 기사나 다른 회사의 기사를 우리 회사의 표현 양식으로 바꿔 작성하는 것이다. 전에 불펌과 받음 사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우라까이는 '받은' 기사와 좀 다르다. 받은 기사는 남의 단독기사를 가져와서 쓰는 거다. 근데 이 우라까이는 현장에 있는 기자면 다 아는 사실, 출입처에서 낸 보도자료 등 특별히 품을 들여 취재해서 쓰는 기사가 아니고 누구나 다 쓰는 기사에 한한다. 다른 취재기사를 쓰느라 손이 모자란데 출입처에서 발표한 자료까지 쓸 때 데스크가 보통 "쓰라"고 안하고 "정리해라"라고 하면 우라까이를 시전하는 거다. 연합 호로록 15분 만에 정리하고 내 기사 써야 할 때가 많다. 물론 연합뉴스 없이 기사 한줄 제대로 못 쓰는 냥반들도 있다.
여기까지 썼는데 오늘 정당팀에 2명 뿐인데 기사가 5꼭지예요. 현재 마감 2시간 20분 전... 기사 한 자도 안 썼음. 근데 특히 쓰면 쓸수록 새로운 은어가 생각나서 리스트가 줄어들지 않아, 일단 요 5개로 포스팅을 하고 다른 단어들은 다음 기회에 설명하겠습니다.
남은 은어 : 도꾸다이, 반까이, 꾸미, 당꼬, 쪼찡, 미다시, 사와리, 잡진, 말진
재밌어요 ㅋㅋ 계속 올려주세용
넵 고맙습니다. 지금 기사 다 올리고 한숨 돌리고 있네요 ㅋ
마감 괜찮으신겁니꽈? ㅋㅋ
재미난 이야기 잘듣고가요!
지금 혼자 3꼭지 넘기고 왔습니다. 그 중 한 꼭지는 우라까이. ㅋㅋ 4시 30분 마감인데 마지막 우라까이 기사 시작할 때 17분이었다는...
우라까이는 얼핏 영화에서 듣은 용어 같아요. 왜 난 이게 친숙하지? -_-;
영화에서 가끔 은어가 나오는데 기사들은 항상 쓰는 말들을 영화에서 들으면 손발이 오그라들죠.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더 테러 라이브'에서 배우 이경영씨가 '사스마리'를 힘주어 말하는데 손발이 꾸아아아악...
허..뭔가 기자들만의 은어인가보네요. 관련자가 아니라서 살짝 이해가 잘안되긴합니다만.. 그래서 구글검색을 해봤습니다.
http://www.storyofseoul.com/news/articleView.html?idxno=1841
ㅜㅜ 저 링크를 타보고 방금 저의 리스트가 업데이트 됐습니다. 캡, 바이스 추가 ㅋㅋㅋ
싸스마와리!! 저거 영화에서 봤어요!!!
경찰서가서 신고식하는거 !!
오!! 재미지다... ㅋㅋㅋ 반까이 당꼬
다음것도 빨리 알고싶어요!!
신고식... 이 좀 길어요 ㅋㅋㅋ 그리고 계속되죠. 나중에 제가 거쳐 온 부서별 생활도 한 번 써봐야 겠습니다. 다음 거 작성 시작합니다. 퇴근 전 포스팅이 목표 ㅋㅋ
기대 하고있겠습니다 껄껄껄~!!
앗 기자님이신가봐요..ㅎㅎ
대체적으로 은어는 다 일본말느낌이네요 ㅠㅠ
흥미로운 글 감사합니다 :)
팔로우하고 갈게요!
넵 저도 팔로우했습니다. 기자'님'은 아니고 '기레기가 되기 싫은 기자놈' 정도로 ㅋㅋㅋ
오 정말 흥미롭네요 ㅋㅋㅋ 팔로우하고 기다리고있을게요
넵 2편을 곧 올리겠습니다. 마감 했어요 ㅋㅋㅋ 저도 팔로우!
신기하네요 ㅎㅎ 재밌게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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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네요~! ㅎㅎ 그래도 글을 써서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게 기자의 일인데, 일본어가 아직까지 은어로 이렇게나 많이 쓰이고 있다는게 안타깝긴해요.. ㅠㅠ 얼른 이런 문화도 바뀌었음 좋겠어요~~!!
맞습니다. 일본어에서 한 술 더 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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