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쓰는 편지
차라리 먼 곳으로 떠나 버릴까.
같이.
오늘도 여기 아닌 저기
어느 이국땅의 사진을 훔쳐봤어.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리 큰 게 아닌데.
느릿한 평화마저 쉽게 허락되지 않는 이 시대.
가끔은 아무나 원망하고 싶지만
원망조차 쉽지 않은 시간들.
쓰다, 지우다, 쓰다, 지우다
허리에서 멈춰 버린,
다리가 없어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우리라는 제목의 글들.
조각난 생각들이 너와 나를 맴돌고
우리는 각자의 궤도를 끝없이 공전한다.
그래도
이 어두운 터널의 끝에도 설국은 펼쳐질거야.
겨우내 언 땅에도 꽃은 피고
우주의 뼈는 조금씩 자라고 있어.
힘내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