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나 인스타 한다’라고 말을 뱉으면
어떤 사람들은 퍼거슨 빙의해서 무쓸모 이론을 1시간 떠들어대고
또 어떤 사람들은 그거 무슨 재미로 하냐고 고개를 갸웃한다
글쎄, 당장 떠 오르는 이유는 두 가지 정도인데,
하나는 내가 못 가본 동네, 못 먹어본 음식, 못 입어본 예쁜 거
이런 거 다른 사람들이 대신 해 준 거 보면서 오는 재미가 있고
다른 하나는 인스턴트식 대인 관계인데
이미 화면 밖 세상에 툭치면 뚝 끊어질 사람이 한트럭인데
여기서 또 만들어야겠냐고 묻는다면
이곳에서 타인에 대한 기대치는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사람을 좀 더 가볍게 섭취(?)하기 좋달까 하는 그런 이유다
라고 말하면 존나 쿨할 거 같은데 사실 후자는 그렇게 까지는 못한다
처음에는 ‘흰 개 기르는 사람’이었다가
다음에는 ‘흰 개 또복이를 기르는 사람’이었다가
그 다음에는 ‘흰 개 또복이를 기르는 20대 회사원’이었다가
그 다다다다다다다다음 정도 되면, ‘젓같은 부장님의 개 똘추짓을 매일 참아가며 올해에는 부자 되어야지란 소박한 꿈을 품고 사는, 소고기 좋아하는 흰 댕댕이 또복이를 위해 오늘도 울음을 참으며 맥주 한 캔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버텨보는 마케팅 부서 회사원 28세 장모씨’ 정도가 되는데
이 정도 알았을 때
갑자기 엿같은 함정카드 꺼내듯 돈뭉치 사진을 꺼내면
내가 느끼는 감정은 분노라기 보다는 실망감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다
이게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면,
우연히 맥주집에서 죽이 잘맞는 사람을 만나 웃고 떠들면서 신이 나 있었는데
갑자기 ‘근데 사실 내가 보험을 하는데 널 보니 너가 좀 일찍 암으로 죽을 상이라...’라고 이야기를 꺼내면
그 때 드는 ‘아, 혹시 지금까지 해 온 이야기가 이 결론을 위한 피몸짓이었나 이제 집에 가야겠다’라는 마음 정도의 허탈감이다
오늘 아침에 아는 사람에게 카톡이 왔다 ‘ㅋㅋㅋㅋㅋㅋ 아니 너 뭐 그 사람들한테 뜯긴 거 있어?’ 라고 묻길래, 그때는 이미 찌개가 넘치고 있어서
이렇게 자세히 대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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