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소비자에서 사랑의 주체로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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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응답을 받는 일은 기적입니다. 그것은 불가능하기때문입니다. 사랑을 한다는 건 나의 환상을 투사한 갓입니다. 그리고 상대방도 환상을 투사한 것입니다.

나에게 있는 비어있음음 때문에 상대를 원하게 됩니다.

이에 대한 상대의 응답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스스로 만족하는 것, 다른 하나는 자기는 그런 사람이 아님을 알고 사랑으로 응답하는 것입니다. (스피노자, 정리41)

스스로 만족하기는 쉽습니다. 누군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에 만족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사랑의 응답을 하는 건 어렵습니다. 응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그 사람이 원한 그것을 갖고 있지 않음을 알아야 합니다. 사랑하는 자가 원한 것은 그 사람의 결핍에서 나온 투사이기 때문입니다. 결코 상대가 갖고 있는 게 아닙니다. 그렇기에 그 사람의 게임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그제서야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자기에게 결핍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 결핍을 인정하고 상대를 사랑합니다. 자신의 결핍을 메우기 위해 자신의 방식으로 투사합니다.

처음 사랑을 시작한 자의 투사와 나중에 사랑을 하는 자의 투사가 서로 엇갈립니다. 원하는 바가 다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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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에 사랑은 아픔을 동반합니다. 롤랑 바르트의 비유를 빌리자면 벗겨진 살갗으로 비비는 것 같은 아픔을 동반합니다.

그러나 사랑의 소비자에서 사랑의 주체가 되는 순간, 기쁨이 탄생합니다. 자신의 투사를 내려놓고 결핍을 기쁨으로 채워가는 사랑의 역능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자신의 방식대로 상대가 응하지 않아도 비어있기에 연결가능함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누구나 결핍에 의한 투사를 합니다. 그러나 그 결핍이 채워질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그 결핍은 더 이상 결핍이 아닌 자유로운 기쁨이 됩니다.

당신은 사랑할 수 있는
역능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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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게 글에 기품이 넘치네요. 잠시 읽으면서 기뻤습니다. ㅎㅎㅎ

^^ 그렇게 봐 주셨다니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결핍에 의한 투사를 한다는 말에 크게 공감이 돼요. 타인과 내가 연결 되는 가장 깊은 부분은 결핍이라고 생각하며 그에 대한 기록을 하는 저로서는 흥미로운 글이었습니다.:)

네 결핍이 있기에 연결이 있는 거라
감상感傷/感想합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알지만 받아들이기 참 어렵기도 하죠..
나에게 결핍이 있다는 사실을요...

네.. 일단 받아들이면 그게 자유가 됩니다. 주체적으로 욕망하는 자유.

결핍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것을 선택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응답할 수 있죠.

네, 사랑은 그래서 성장입니다.

갓난스티미언입니다...공감합니다...부재의고통은존재에서비롯되죠...있어야할것이없는것...결핍은또다른존재로의연결점이되기도합니다...좋은글감사합니다..팔로우할게요

감사합니나. 저도 갓난티미언이랍니다.

결핍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할 거 같아요

네 맞습니다. 자신을 바라 보고만 있어도 우린 누구나 결핍된 존재들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은 어렵습니다.

네~ 사랑은 어렵네요. 그러나 또한 쉽습니다. 진중하게 쉽습니다.

역능.. 제겐 새로운 단어네요. 사랑은 자신의 사랑의 방식을 사랑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랑의 주체는 새로운 언어를 말하는 사람입니다.

이해가 한번에 확 되는 글은 아니지만 곱씹어보고 싶은 글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