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국 블록버스터의 두 번째 고지에 도달한, 인랑!!!

in #kr6 years ago (edited)

20세기말에 보았던 일본 애니메이션 <인랑>은 시작과 함께 자막으로 그 배경을 설명하는데

"패전 후 십여년 점령군 통치에서 벗어나 국제적 지위를 가지기 위해 일본은 급진적인 고도 경제 성장을 위한 경제 재편성을 이루어 나갔다. 이에 따른 병패로 실업자들이 양산되었고 그들은 도시로 흘러들어와 슬램을 이루며 흉악 범죄를 일으킨다. 한편 무장 투쟁을 일으키는 반정부세력이 급속히 대두하여 '자치 경찰'을 누르면서 심각한 사회 불안을 만들어냈다.....인랑(人狼). 그들의 움직임은 소문으로만 떠돌고 있었고 실제 그런 조직이 있는지 검증조차 되지 않았다."

김지운 감독의 실사 영화는 정우성의 나레이션으로 영화의 배경을 전한다.

"남북한 정부가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강대국의 경제 제재가 이어지고, 민생이 악화되는 등 지옥 같은 시간이 이어지는 혼돈의 2029년. 통일에 반대하는 반정부 무장테러단체 ‘섹트’가 등장하자 ‘섹트’를 진압하기 위해 설립된 대통령 직속 새로운 경찰조직 ‘특기대’가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한다. 이에 입지가 줄어든 정보기관 ‘공안부’는 ‘특기대’를 말살할 음모를 꾸민다. 절대 권력기관 간의 피비린내 나는 암투 사이, ‘특기대’ 내 비밀조직 ‘인랑’에 대한 소문이 떠도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이 '인류 역사가 기존 사실과 다르게 전개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하고 가정하는 대체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 한국의 실사 영화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 올해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김지운 감독이 상정한 근미래는 충분히 있을 법한 상황이 되었다.

한국 영화 <인랑>에 대한 전문가 평점은 대략 6점이지만 5점에서 8점까지 평론가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인다. 어떤 작품을 보든 단점 보다는 장점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 부분에 집중하는 성격이라선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선 지난 20년 간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작품들 중 단연 뛰어난 성취를 일궈낸 작품으로 읽혔다. 물론 원작이 있다보니 김지운 감독 특유의 신선한 소재, 장소, 이야기 등등 그의 장점이 이번 영화에선 다소 휘발된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충무로의 스타일리스트 답게 김지운 감독이 이 영화에서 이룬 시각적 성취는 놀랍다. 애니메이션 <인랑>에 대한 오마주로서 그려진 실사 장면들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감탄하기를 수차례. 김지운 감독은 배우, 미술감독 등등 작품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섹시'를 요구하고 강조했다는데, 나로선 충분히 '섹시함'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우린(인랑) 늑대의 가면을 쓴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가면을 쓴 늑대다'

애니메이션 <인랑>에서 빨간두건 동화의 잔혹 버젼과 함께 수차례 언급되던 대사가 실사 영화에선 그저 한 차례 지나가는 대사로 처리하고 영화를 원작과 조금 다른 지점으로 이끈다. 임중경(강동원)과 이윤희(한효주)가 저마다 조직이 씌운 가면을 벗고 본래의 '자신'이 되(고 싶어하)는 이야기로. 즉 원작에서 인랑은 단지 주인공이 속한 특기대 내 비밀조직에 한정되지만, 김지운의 영화에서 '인랑'은 신자본주의 시대 조직에 충성하며 또는 조직의 지시에 따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또한 인랑일지 모른다는 지점으로 확장시킨다. 그리고 임중경의 입을 통해 소리친다.

"이젠 내 생각대로 살고 싶어요!"

유난히 '벽'을 깨부수는 액션씬이 많다. 감독의 무의식인지 의도였는지 모르지만 영화 내내 장소를 바꿔가며 '벽'을 부수고 또 부숴대던 영화는 마침내 전후 한국인의 머릿 속에 가장 견고하게 세워져 있던 벽을 부순다. DMZ. 애니메이션 <인랑>이 '늑대는 소녀를 잡아 먹었다'는 나레이션에 얹힌 서늘한 비극으로 마감하는 것과 달리 도라산역을 출발한 기차가 신의주, 혹은 대륙으로 달려가는 결말.

한가지 질문.

김지운의 <인랑>에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지 않는 세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윤희의 친구 구미경, 임중경의 동료 김철진, 그리고 이윤희의 남동생. 이들 중 구미경과 김철진은 이야기를 보다 촘촘하고 새롭게 만들기 위해 창조된 캐릭터다. 그렇다면 이윤희의 남동생은 과연 어떤 목적으로 창조된 캐릭터일까?

등장씬은 아주 짧지만 소년을 눈여겨 보라. 소년은 하나의 상징이며 김지운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싶었던 또 다른 메세지다.아무튼 나는 이번 영화에서 이용철 평론가의 20자평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쉬리> 이후 20년, 한국 블록버스터의 두 번째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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