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서 긴박한 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 "야! 얼른나와봐"
뭐지? 하며 방에서 나왔더니
흡사 누나는 고대 콜로세움에서 지금 막 여러경기를 갓 마치고 나온 전사처럼 숨을 헐떡거리며
왼손에는 달력 두루마리+6 를, 오른손에는 리모컨+12를 들고 있엇다.
저 되도 않는 조합은 어린시절 그래도 덩치있는 나와 대등하게 겨루기위해 갖춘 셋트..
나이가 나이인지라 자연스럽게 성인 되자마자 봉인했을터인디..
봉인해제한 이유가 뭘까 ? 라고 생각하고 있는 찰나.
검붉고 양쪽 날개를 거침없이 휘날기며 내눈앞을 지나가는것은
분명 '바퀴벌레' 였다.
그 바퀴와 눈을 마주치고 비명과 동시에 함께 바퀴벌레는 가소롭다는 듯이 내가 있던 방쪽으로 들어갔고,
침대벽쪽으로 사뿐히 착지 했다.
정말 모든 벌레 상관없다. 바퀴벌레만 아니면 된다.
나같은 사람은 분명 한두명이 아닐꺼란 생각이 든다.
나는 누나를 원없이 욕하고 싶었다. 마치 내 방에 들어간게 꼬시다 라고 하는 그 표정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 누나의 달력두루마리+6 을 인계받고 나는 전투 돌입 모드로 들어갔다.
원샷원킬을 기대하며 두루마리를 휘둘렀지만..
어두컴컴한 컴퓨터 뒷 전선으로 은신해버렸고, 나는 진지하게 오늘은 거실에서 잠을잘까 생각을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헬프를 요청하고 싶었지만.
이미 부모님 두분은 주무시고 있엇다. 하.. 그래도 아버지께 부탁하는게 옳다고 생각해
나는 굳게 닫혀진 아버지께 의뢰를 요청하였다.
아버지는 역시나 날 한심하게 쳐다보며, 있는 힘껏 욕을 시전 하셧다.
군대 철원다녀온거 전역증 다 반납하라며 성을내셨다.
원 없이 1분 욕 사자후를 날리시곤, 자리에 일어나서 내가들고 있던 달력두루마리+6을 낚아 채가셧다.
아버지 - "어디"
컴퓨터 본체 연결선쪽 이라고 말하자, 거침없이 본체를 들어내셧다.
본체가 있는 부분이 워낙 좁은공간이고 빛이 안들어오는 공간이라서 그런지
아버지는 한동안 어두컴컴한 곳을 보셧고,
2분이 지났나..
아버지 - "없어. 그냥 자 "
안돼요 아버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말만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버지는 이미 바깥쪽으로 나가 담배를 태우시고 계셧고
나는 절망으로 어두워진 거울속 나를 보며 희미하게 썩소를 자아내고 있었다.
아.. 체념 이란게 이런것인가..
아버지는 담배를 다 태우시고 들어 오셨고, 심기일전 하셨는지
다시 한번 본체쪽으로 세세히 쳐다보셨다.
그때! 본체 쪽과 연결되 있는 책꽂이 쪽 틈새로 들어가려는 바퀴벌레를
아버지는 전광석화 처럼 몸을 순식간에 이동 시켜 바퀴벌레를
'맨손'
으로 패대기 하여 잡으셨다.
역시 맨손+100 에 위력은 어마어마하다...
나는 긴장이 확 풀려 싸늘해진 내자신을 보고 허탈해 있엇다.
아버지는 이미 전사한 바퀴벌레를 휴지를 꾹꾹 누름에도 불구하고 찰진욕을 구사하셧다.
집안 내에서 바퀴벌레를 버릴시 혹시라도 배에 남아있는 알 부화할수도 있어 나중에 큰일난다고 하시는
아버지는 화장실 대변기에 바퀴벌레 시체를 투척하시고 물을 내렸다.
나는 아버지에게 시원한 맥주 한잔을 따라, 건네 드렸다.
처음엔 극구 사양하시더니 , 이내 마른안주 같은것이 없냐며 내게 물으셨다.
나는 미안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이 솟구 쳤다.
내 방 맞은편은 아버지 방이다. 내 방에서 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아버지방 문이 보인다.
하지만 그 문은 항상 철창같은 문처럼 굳게 닫혀있었고, 나 또한 그방을 철창처럼 여기고 있엇다.
가장 가까운곳이 먼곳이 되어있었다.
사실은 나는 아버지랑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다.
이상적으로 내게 뭔가를 원하시는 아버지와는 달리
나는 평범하고 무난하게 인생을 살고 싶었다.
뜻이 맞지 않아서 인지... 내가 대가리가 커서 그런건지...
서로를 냉대하고 소홀하게했고 그렇게 부자간은 멀어지고 또 멀어졌었다.
옛날 어릴적에 넓직하고 포근했던 아버지 품에서 잤던 그때가 문득 생각난다.
모든것을 받아 주셨고, 모든것을 다 주셨다. 아버지는 그런 존재셨다.
그러던 시간이 지나 오늘날 내게 있어서 재앙같은 바퀴벌레가 나타났다.
이 바퀴벌레로 나는 오늘 아버지와 웃기지도 않는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제일 싫어하는것으로
제일 소중한것을 얻었다
바퀴벌레야 조금 고맙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5년전 썼던글 ㅎㅎ 아버지가 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