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솜] 도대체 쿠바가 왜 좋았나.

in #kr6 years ago


여행을 묻다

도대체 쿠바가 왜 좋았나

 

정다솜
여행 콘텐츠 기획자이자 에디터로 활동했고,
술과 여행을 사랑한다.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돈으로 틈틈히 세계여행을 떠났다.
지금은 '상수리'라는 바에서 일을 하며
교대에 '5의 의미'라는 작은 가게를 운영중이다.

 


 

쿠바는 언제 갔나?
2015년 9월로 기억한다. 기간은 한 달.

 

원래 쿠바에 가고 싶었나?
아니다. 세계 여행 중이었는데, 쿠바는 계획에 전혀 없었다. 어렴풋이 한번쯤 가보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행 루트에 넣진 않았었다.

 

그런데 어떻게?
여행 슬럼프 덕분이었다. (웃음)

 

슬럼프라니?
당시에 유럽에서 남미로 넘어간지 얼마 안된 시점이었다. 원래 루트는 페루를 경유해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당시 난 가난한 여행을 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장기간 세계 여행을 아끼면서 하고 있었으니까. 여행 중반쯤에 접어들 무렵이었는데 남은 돈을 계산해 보니 정말 더 없었다. 그동안 아껴썼음에도 불구하고 남미의 칠레, 아르헨티나 쪽은 물가가 비싸다. 그래서 더 긴축을 하나 보니 아무것도 할수 있는게 없는 거다. 심지어는 에콰도르에 갈 생각이 없었다가 에콰도르 물가가 싸다고 해서 가게 됐을 정도였으니까. 그 스트레스 때문인지 슬럼프에 빠졌다.

 

여행 자금이 부족했으면 많이 힘들었겠다.
매일 일어나서 할 수 있는 일은 시장에서 먹을 것을 사다가 먹는 것 밖에 없었다면 이해가 되나. 도대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런데 슬럼프와 쿠바와는 어떤 관계가 있나?
그런 와중에 에콰도르 숙소에서 한국인 부부를 만나게 되었다. 세계 여행을 하고 있는 신혼 부부였는데 얘기를 하다가 슬럼프 얘기를 했더니 대뜸 쿠바를 가보라고 추천을 해주는 거다. 그래서 내 지금 여건으로는 쿠바에 갈 수 없다라고 했더니 ‘넌 지금 욕심이 너무 많다. 모든 걸 다 할 수 없고, 그런 방식은 의미가 없다. 너가 지금 뭘 하고 싶고, 어디를 가고 싶은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라’라 하더라. 그래서 그날로 티켓을 끊었다. 쿠바행 티켓을.

 

그 말이 그렇게 와 닿았나?
밤에 생각해 봤다. 사실 남미에 넘어오기 직전부터 가지고 있던 문제였던거다. 특히 유럽은 남미보다 훨씬 물가가 비쌌는데, 하루 3만원으로 살아야 했다. 유럽에서 하루 3만원으로 살기란 너무나 힘든 일이다. 그러다 보니 어디도 갈 수가 없었다. 성당 입장료도 하루 생활비에 가깝기 때문에. 움직이면 모두 돈이 든다고 보면 된다. 그때부터 슬럼프가 오기 시작한건데, 이런 방식으로 단지 여행 국가와 기간을 지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를 생각했던 것 같다.

 

쿠바를 선택하면서 포기한 것도 있었겠다.
계획에서 남은 남미 아래쪽 국가들을 포기했다. 그리고 쿠바에 끌렸던 것은 그 분들이 ‘쿠바는 끝물’이라고 말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당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와의 교류를 논의할 시점이었다. 만일 미국과 교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더 이상 지금 쿠바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거였다.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그렇다.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말했고, 나도 거기에 동의했다. 그렇게 해서 그날 밤에 쿠바행 비행기를 예약했고, 그렇게 해서 가게 되었다. 덕분에 여행 기간이 많이 줄었다. 원래는 다음 해 2월에 한국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는데 쿠바 덕분에 11월에 돌아왔다.

 

쿠바 때문에 여행이 많이 줄어들었다.
맞다. 그런데 후회되진 않더라. 다만 파타고니아를 못 가본 것이 너무 아쉽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서라도 갔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가기가 너무나 힘든 일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때는 돈을 빌려서까지 여행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만하면 이 여행은 됐어, 라고 생각하며 돌아왔다. 하지만 쿠바에 간 것을 후회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갑작스러운 결정이니 쿠바 여행 준비는 전혀 못했을 것 같다.
쿠바에 대한 것은 어렴풋하게 아는 정도였다. 쿠바 여행 사진은 전혀 본적이 없었고, 기껏해야 대학교 부전공인 정치외교학 수업중에 들은 체게바라, 피델 카스트로, 미국과의 대립, 독재 등등 정도? 그렇게 만들어진 쿠바의 이미지는 고립되어 있고, 가난하고.. 뭐 그정도.

 

여행지로서의 쿠바 이미지는 한 개도 없다.
쿠바가 너무 예뻐서 가고 싶다. 이런 것은 전혀 없었다. 본 적도 없으니까.

 

그렇게 준비도 정보도 없이 쿠바를 여행 한 사람이 있을까?
비행기 표를 샀다는 정도였다. (웃음)

 

결과가 궁금하다. 슬럼프가 큰 동기가 됐는데, 그 쿠바 선택에 결과적으로 만족했나?
좋았다. 많이.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해외 많은 나라들을 여행 다녀왔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은 곧잘 묻는다. ‘어디가 가장 좋았어요’라며. 그럴 때 자주 쿠바와 인도를 얘기한다. 그렇다고 쿠바에서 막 행복했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자주 생각난다. 그런걸 보면 좋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돌아와서 생각난다고 했는데, 어떤 장면이 떠오르나?
음.. 아바나의 길거리가 우선 떠오른다. 뭔가 참 이상하다. 시간이 멈춘 느낌이랄까. 우리나라에도 그렇게 표현하는 도시들이 있지만, 쿠바는 많이 다르다. 타의적인 상황에 의해서 시간이 멈춘 곳이잖나. 원래는 잘 나가던 미국인의 휴양지, 유흥지였고, 재즈, 살사 등 문화의 중심지였는데.. 60년대 후반 이후로 완전히 봉쇄 되면서 지금 모습으로 멈춰 버린 곳. 그 길거리와 차들.. 엄청난 매연까지.

 

자동차가 오래 되었다고 들었다.
남미나 인도에서도 매연이 심하긴 하지만, 쿠바 정도는 아니다. 처음이다 그 정도의 매연은. 그런데 그 거리가 이상하게 기억난다.

 

다른 장면은?
공원의 모습이 기억난다. 당시에 와이파이를 할 수 있는 장소가 공원 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들 공원에 와이파이를 하러 모이곤 했다. 벤치에 앉아서 화상통화를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있었고, 한쪽에서는 할아버지들이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광장 같은 곳인가?
일종의 광장인데.. 사실 광장이라고 하긴 너무 거창하다. 동네 공원이라고 말하는게 더 어울리겠다. 그런 공원에서 할아버지들이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영화 속 노래들을 버스킹 하시는 거다. 그리고 그 노래들이 나오면 동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 주변에 모여 춤을 춘다. 할머니, 아주머니, 꼬마들까지.. 그 춤추던 장면이 생각난다. 춤을 너무 잘 춘다. 다섯 살 꼬맹이까지 그루브가 남다르다. 저 리듬이 핏속에 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처음 공항에 도착했을 때 느낌은 어땠나?
제주공항보다 작았다. 입국 심사할 때 어디서 왔냐고 물어서 ‘South Korea’라고 했더니 직원이 씩 웃으면서 ‘부엔 비아헤(즐거운 여행 되세요)’라고 하더라. 그 미소가 기억난다. 그리고 낡은 택시. 저 차가 정말 움직이나, 궁금한 택시에 몸을 싣고 시내로 가는데 아무것도 없는 평야에 노을이 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잘 왔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차도 생각보다 잘 움직이고. (웃음)

 

돈을 아꼈을 텐데, 숙소가 궁금하다.
그곳은 ‘까사’라고 정부에 등록을 한 집들이 숙소를 운영할 수 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당시에 유명했던 ‘까사’가 두 개가 있었다. 한 곳은 ‘호아끼네 아줌마’가 운영하는 곳이었고, 다른 한 곳은 이제 막 뜨는 곳이 있었다. 난 새로 뜨고 있는 집에 갔다.

 

숙소 비용은?
하룻밤에 10쿡이었따. 쿠바는 화폐를 두 개를 쓴다. 외국인 관광객용 ‘쿡(CUC)’과 내국인 용 ‘쿱(CUP)’. 둘의 차이가 24배다. 1쿡이 24쿱인거다. 1쿡은 1달러와 같은데, 아마도 외국인들이 돈을 더 많이 쓰게 하기 위한 방법이 아닐까. 결과적으로는 다 혼용하고 있다. 숙소비 10쿡이면 아주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호텔에 비한다면야 뭐. 도미토리였고, 한 방에 5명이 잤다. 침대 5개가 일렬로 놓여 있는 구조다. 아침은 간단한 빵이랑 계란 후라이, 버터 정도.

 

쿠바에서도 하루 3만원으로 생활했나?
맞다. 숙소비 10쿡이면 만몇천원 정도 하잖나. 그러면 숙박비를 제외하고 남은 돈을 썼다. 그 정도면 내 기준으로는 (궁상맞게 다녀서일수도 있는데) 괜찮았다. 재즈클럽에 가지 않는 이상.

 

쿠바에서 제일 돈을 많이 쓴 곳은 어디였나?
올인클루시브 호텔에 갔던 때다.

 

쿠바에서 올린클루시브 호텔을 갔다고?
큰 맘 먹고 갔다. (웃음) 올인클루시브 호텔이면 숙박, 음식, 음료가 모두 포함된 호텔이잖나. 보통은 멕시코 칸쿤이 유명한데, 거긴 뭐 호텔마다 비치도 있고. 물론 비싸다. 그런데 쿠바에서도 갈 수 있다고 하는 거다. ‘바라데로’라는 쿠바의 휴양지가 있는데, 그 곳에 있는 호텔을 예약했다. 2박에 13만원 정도였는데, 당시 내 수준으로는 큰 마음 먹고 예약했다. 즐거운 경험이었다. 칸쿤에 비하면 말도 안되는 가격이었지만, 언제 호텔에 가볼까 싶었다. 이 가격에.

 

다시 까사로 돌아오기 싫었을 것 같은데?
내가 편한 곳을 불편해 한다. 2박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야지, 그렇게 생각했다.

 

교통은 어땠나?
쿠바에서 도시간에 이동할 때는 크게 세가지 방법이 있다. 택시가 있고, 비아술이라는 여행자 버스가 있다. 주로 외국인들이 많이 타는데 상태에 비하면 비싸다. 세 번째가 까미욘 이라고 트럭을 개조한 차가 있다. 좌석이라고 할 것도 없는데, 현지인들이 장거리를 이동할 때 이용한다.

 

까미욘은 장거리 이동할 때 불편하겠다.
비아술과 까미욘의 가격차이가 많이 난다. 예를 들자면 서울에서 부산 가는 거리라고 생각했을 때 비아술을 KTX라고 한다면, 까미욘은 무궁화 타고 가다가 대전쯤에서 내려 히치하이킹 하는 비용의 차이라면 이해가 되나? 난 비아술은 딱 한번 탔다. 산티아고네쿠바에서 아바나갈 때. 이게 가장 먼 장거리 노선인데, 그때 까미욘을 탔다. 아주, 매우, 많이 힘들었다.

 

들어갈 때부터 한 달을 생각하고 갔나?
한 달 생각하고 갔다. 비행기를 미리 그 날짜에 맞춰서 예약했으니까.

 

한 달이 길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것은 내 선택의 문제니까. 재미가 없거나 너무 힘들면 중간에 돈을 버리고서라도 나왔겠지. 그러진 않았으니까.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아쉬움이 들었다. 한 달을 더 연장하고 비행기를 새로 끊을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만하자, 라고 생각했다. 물론 돈 때문이 크겠지.

 

점점 좋아졌나보다.
아바나가 엄청 더럽거나 그렇진 않다. 난 쿠바와 인도를 같이 생각하곤 하는데, 쿠바도 인도처럼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곳이다. 그렇게 맛있는 것도 없고, 물이나 생필품도 부족해서 보일 때 사야 한다. 나중에 사야지, 하면 없더라. 까사에서 어제는 계란 후라이가 조식에 나왔는데, 오늘은 없어서 물어보면 계란이 다 떨어졌다고 하더라. 다시 배급 받으려면 좀 기다려야해, 이런 식이다. 물도 샤워하는데 녹물이 나온다거나 물이 아예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 면들이 다 불편하다. 불편한데, 그 불편함에서 오는 재미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인도 생각이 많이 나더라. 물론 처음에 아바나에 갔을때는 좀 힘들어서 ‘여기서 한 달을 보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가 쿠바의 다른 도시들을 다니고 다시 아바나로 돌아왔을 때 너무 좋은 거다. 신기하게도.

 

왜 좋았나?
나도 이유를 모르겠다.

 


 

다른 곳에 비해서 그나마 아바나가 갖춰진 느낌인가?
물론 아바나가 수도이기 때문에 그렇긴 하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산타클라라가 훨씬 더 안정적인 이미지를 준다. 솔직히 왜 좋았는지를 설명하긴 어렵다. 쿠바의 다양한 도시들을 보면서 쿠바에 대한 편안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았다. 그게 재밌다.

 

쿠바가 그렇게 좋아질때가 언제였나?
전반적으로 나쁘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다시 아바나에 돌아왔던 3주차였다. 그때 크게 느껴졌다. 아, 힘들게 아바나에 돌아와서 일수도 있겠다. 까미욘에서 개고생을 해서. (웃음)

 

쿠바의 다른 도시들을 갔나?
처음에는 아바나 근교의 비냘레스라는 곳을 갔다가, 다시 아바나에 돌아와서 중부에 있는 산타클라라에 갔다. 그후 옛 수도인 산티아고데쿠바에 갔다. 그리고 다시 산타클라라로 돌아와서 바라데로 휴양지를 갔다가 아바나로 돌아왔다. 왠만한 지역은 가본 것 같다.

 

계절이 언제였나?
우리나라는 가을이었는데, 쿠바로 따지면 막 우기가 끝났을 때였다. 더웠다.

 

음식은 입에 맞았나?
물론 비싼 돈을 내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길거리에서 자주 700원짜리 피자를 사먹곤 했기 때문에 음식 맛을 평가하긴 어렵다.

 

길거리 음식을 많이 먹었나?
자주 먹었죠. 물론 돈이 없어서.

 

그래서 맛있었나?
살려고 먹었다. 물론 거기 계속 있으면서 먹다보면 ‘음, 이정도는 나쁘진 않아’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물론 한국에서 그 음식을 먹었다면 ‘이게 무슨 쓰레기 같은 맛이지?’ 라고 생각했을거다. 쿠바는 대부분 유기농인 것 같다. 채소가 싱싱하거나 이런 느낌이 전혀 없다. 항상 시들어 있고, 어떤건 너무 짜고, 어떤 건 너무 싱겁다. 맛있게 음식을 먹은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다.

 

영화에서 보면 쿠바 샌드위치가 나오던데?
나도 봤다. ‘아메리칸 쉐프’라는 영화에서 쿠바 샌드위치가 나오는 장면. 나도 그 영화 보면서 궁금했다. 저 쿠바 샌드위치는 쿠바 어디에서 파는 걸까. 쿠바에서 한달을 있었는데, 전혀 모르겠다. 그런 샌드위치를 먹어 본 적이 없다. 누가 쿠바 샌드위치를 쿠바에서 파는 곳을 안다면 알려줬으면 좋겠다.

 

한국 음식이 그리웠겠다.
그래도 비교적 어디서나 음식에 잘 적응하는 편이다. 쿠바에 지금은 한식당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당시에는 보지 못했다. 다만 일본 음식을 하는 두 곳이 있었다. 거기서 가츠동이라는 돈가스 덮밥을 팔았는데, 맛있었다. 물론 여기서 먹었으면 맛이 없었을테지만. (웃음)

 

원래 여행가서 아무거나 잘 먹는 편인가?
고수가 엄청 들어가지만 않으면 잘 먹는다. 물갈이를 해도 계속 먹다보면 몸이 적응을 하더라.

 

몸을 혹사해서 적응시키는 건가?
맞다. (하하) 어쩔수 없다.

 

그래도 한달을 지냈는데, 맛있는 음식이 없었나?
음.. 아! 비냘레스라는 곳의 까사에서 먹었던 랍스타가 생각난다. 숙박비 외에 돈을 더 주면 저녁 식사를 준비해준다는 거다. 그런데 랍스터였다. 한사람당 오천원 정도를 더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태어나서 랍스터를 그때 처음 먹었다. 너무 맛있었다.

 

음식점 요리는 아니다.
맞다. 숙소에서 준비해준 가정식 랍스터 요리였다.

 

관광지로서 음식이 맛있는 곳은 아닌가보다.
하지만 그렇게 단언할 순 없다. 내 입맛에 안맞았을뿐. 누군가는 쿠바 음식을 맛있게 먹었을 수 있다. 난 주로 저렴한 음식만 먹었으니까. 길거리에서 700원짜리 밀가루 반죽에 치즈 몇 개가 올라간 피자를 주로 먹었던 내가 그렇게 단정하긴 어렵다.

 

음료는 뭘 먹었나? 그 맛없는 피자에.
뚜콜라라는 콜라를 판다. 거긴 코카콜라가 없으니까. 쿠바의 콜라다. 물론 맥주도 판다. 참, 쿠바에도 브루어리가 있다. 수제맥주 파는 두 곳을 갔는데 괜찮았다. 우리나라 수제맥주와 거의 비슷한 가격이었다. 신기했다.

 

현지 물가를 생각하면 비싼 가격이다.
엄청.

 

맥주를 워낙 좋아하나보다.
아주 사랑한다. 해외 여행 하면서 그런 브루어리나 펍에 가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일부러 찾아다니기도 하니까. 쿠바에도 이런게 있다니.. 하며 신나서 먹었다.

 

쿠바가 재즈클럽으로도 유명하지 않나?
물론 갔다. 5~6번 정도. 아바나의 클럽 중에 '여우와 까마귀(LA ZORRA Y EL CUERVO)' 라는 이름의 재즈 클럽이 있는데 영국의 폰부스처럼 생긴 걸 타고 지하로 내려간다. 유명한 재즈 클럽이다. 물론 더 유명한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이 공연하는 곳이 있다. 저녁 식사를 먹으면서 공연을 보는 곳. 나는 가지 않았지만.

 

비싸서?
비싸서도 있고, 굳이 가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영화 속 연주자들은 다 돌아가시고 제자 혹은 후기수의 연주일거다. 사실 그 노래들은 길거리에서 얼마든지 버스킹으로 들을수 있다. 그런데 굳이 거기 가서 디너 먹으면서 볼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

 

재즈클럽은 어땠나.
좋았다. 재즈의 J도 모르는데 클럽에 처음 갔다가 너무 좋아서 여러 번 갔다. 입장하는데 10쿡이다. 음료가 한잔 포함되어 있는 가격이다. 너무너무 좋았고, 멋있다. 공연하는 뮤지션들이.

 

돈을 아껴서 그런 곳에 썼나보다?
맞다. 술에는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여행지로서가 아니라 쿠바에서 산다면 가능하겠나?
한번은 일식집에서 가츠동을 먹고 있었다. 길에 앉아서. (거긴 길에 앉아서 먹어야 한다) 한국 사람들이 와서 그런 얘기를 하더라. 여기서 한식당을 하며 살아볼까 고민중이다, 뭐 이런 얘기. 난 일본인인척 하며 앉아서 들으면서 그런 생각을 잠깐 했다. ‘여기서 한식당을 하며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를.

 

어떨 것 같나?
음... 어렵겠다. 생활하기에는 아직 불편함이 많고, 불안정한 정세가 있는 곳이기도 하고.

 

살고 싶은 곳은 아니었나보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을거다. 벌써 3년전 얘기니까.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그 후로 많이 바뀌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어지지 않을까. 그때의 쿠바가 아니라면, 굳이 쿠바에서 살 필요가 있을까. 살기 어렵겠다고 생각한 것은 직업의 문제일수도 있다. 언어의 문제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은 겨우 한식당이나 게스트하우스 정도인데, 그런 일은 너무 하기 싫으니까. 아,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바텐더를 한다면 가능할 것도 같다.

 

바텐더?
쿠바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바텐더라면, 혹은 브루어리에서 뭔가를 한다면 가능할 것도 같다. 쿠바에서 하면 재밌을 것 같다.

 

바텐더가 쿠바라서 특히 재밌는게 있을까.
럼이 쿠바에서 만들어진 술이잖나.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제대로 된 칵테일 비슷한 걸 먹어본 것도 쿠바였다. 그때 먹었던 것이 헤밍웨이가 자주 먹었다는 ‘다이끼리’라는 칵테일인데, 럼을 베이스로한 시트러스한 칵테일이었다. 그런 나름의 술 역사가 있는 곳에서 바텐더 일을 하면 재밌지 않을까. 그럼,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쿠바에서 뭐가 가장 어려웠나.
음...

 

딱히 없는 표정인데?
쿠바 여행 다녀온 사람이 이제는 많아졌지만, 아직도 쿠바에 갔다고 하면 ‘쿠바 다녀왔어요? 어땠어요?’ 이렇게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어렵다. 쿠바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쿠바는 나에게 어떤 모습이었나를 자문해 보는데, 지금도 사실 명확하지 않다. 난 쿠바가 좋았나? 쿠바 사람들은 어떤 모습이었나? 행복해 보였나? 힘들어보였나? 쿠바는 지금 그대로가 좋은건가? 자본주의가 들어오는게 좋은건가? 그런 쓸데없는 질문들을 던지게 된다. 쿠바는 이런 곳인 것 같아, 라고 말하는 것이 그때도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다. 내 쿠바 여행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그 지점이다. 생활에서 어려운 것은 개인적으로 없었다.

 

그럼 쿠바 여행을 추천하는 편인가? 주위 사람들에게.
물론 물어보면 추천한다. 특히 인도 여행이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에겐 더욱.

 

한 달을 지냈으면 친구도 생겼겠다.
숙소 자체가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이라서 한국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지금까지도 만나기도 한다. 재밌는 건 거기서 만났던 분이 내가 지금 일하는 상수의 위스키바를 소개시켜 주었다. 그 분은 이제 세계여행을 막 시작한 중년의 아저씨였는데, 세 번째 날에 날 만난 거다. 당시 나는 남미권에 들어온지 한 달 정도가 돼서 기본적인 스페인어는 할줄 알았다. 화장실이 어디에요, 얼마에요. 맛있어요. 어디로 가고싶어요, 정도는. 그분이 아무 것도 못하는 상황이어서, 어떻게 하다가 가이드처럼 잠깐 안내를 하게 됐다. 그러다 친해져서 같이 어울리곤 했다. 떠나기 전날 밤, 말레꼴에 있는 방파제에서 럼을 병째로 마시다가 이분이 조금 취하셔서 한국에서 뭐하는 분인지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는 거다. 그 전에는 그 분이 뭐하는 사람인지 몰랐다. 알 필요가 없으니까. 너도 나도 쿠바여행하러 왔고, 그냥 재밌게 여행하면 되는 거니까. 그런데 그 날 그렇게 듣고 보니 대학교 교수님이었다. 안식년에 큰 마음 먹고 세계여행을 시작하게 된거다. 그분이 상수동에 산다고 했다. 난 그때 부산에서 살 때였는데. 상수동이 어딘지도 몰랐다. 홍대 옆이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내게 ‘거기 내 단골바가 있어. 너가 거기서 일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상수리’라는 이름의 바. 그땐 흘려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난 떠났다. 그 이후로 한 번도 연락을 한적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이 그 ‘상수리’다. 재밌지 않나. 그 곳에서 2년 3개월만에 그 분을 다시 만났다.

 

쿠바라는 나라를 콕 집어서 가는 사람도 있나?
있다. 음악이나 살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 또는 쿠바라는 나라에 환상이 있는 사람.

 

그런데 계속 들으면서도 뭔가 잘 안잡힌다. 그래서 뭐가 좋다는 거지?
그럴거다. (하하하)

 

다시 가면 누구랑 가고 싶나?
혼자 가고 싶다.

 

친구나 연인을 데려가고 싶지 않은가?
가면 분명히 싸울거다.

 

원래 여행 스타일이 그런가?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곳도 함께 가면 여행 스타일이 다르면 서로가 힘들다. 쿠바는 누구나 좋아하는 곳도 아니거니와, 혼자 다니는 게 편하다. 혼자 가서 거기서 만난 사람들은 쿠바에 오고 싶어한 사람들이잖나. 그래서 쿠바 안에서 만큼은 그 사람들과 재밌는 일들이 생길수 있는데. 쿠바 너무 좋아, 같이 가자, 막 이래서 같이 갔다가 안 좋으면 어떡하나. 그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상대방 기대보다 못 미칠 수 있다. 그때부터 여행은 틀어지는 거다. 그래서 굳이, 런던도 아니고 파리도 아닌데.

 


 

거기서 만난 한국 사람들은 어떤가. 연령이나 성별은?
너무나 다양하다. 캐나다에서 워홀하다 온 이십대도 있었고, 신혼부부도 있었고.. 교수님도 한달 계셨고, 특히 그 교수님은 쿠바를 많이 힘들어했다. (하하) 첫 세계여행의 첫 행선지가 쿠바인 것은 너무나 난이도가 있는 거다. 많이 힘들었던게 보였다. 쿠바 여행 기간을 대폭 줄였다고 들었다.

 

당시에 쿠바 여행 정보가 드물었을텐데?
쿠바 가이드북이 거의 없었다. 지금은 있겠지만. 게다가 그 곳은 대부분 와이파이가 안되니까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까사마다 노트에 본인들이 실제적으로 경험한 이야기들을 적어놓는다. 다음 사람을 위해서. ‘여기 거리에서 어느 쪽으로 어떻게 가면 맛있는 커피집이 있어요. 아니면 몽에다르 환전소가 어디 있어요. 비냘레스에 무슨 까사가 있는데 뭐가 좋고 뭐가 좋고. 가면 뭘 보세요.’ 이런 식이다. 우리는 까사북이라고 불렀는데. 까사를 선택하는데 그 정보북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 곳에는 얼마나 많은 정보가 축적되어 있나, 하는 것들이.

 

매우 유용했겠다.
엄청. 그런데 그걸 훔쳐가는 놈들이 있었다. 내가 도착하기 얼마 전에 누가 까사북을 훔쳐간거다. 완전 리셋 된거지. 누군가가 친필로 ‘어디는 너무 좋았어요. 꼭 가세요.’ 이런 글을 쓰기도 하고. ‘어디서 보는 일몰이 너무 아름다워요.’ 그러면서 막 그림 그려져 있고.. 블로그나 인터넷 글들을 보는 거랑 너무 다른 느낌이라고 할까. 아, 이건 진짜구나, 진심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돌이켜보면, 쿠바는 다시 가고 싶은 곳인가.
지금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겠지만... 음, 기회가 된다면 짧게는 다녀오고 싶다. 그런데 가지 않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짧게 간다면 어디를?
그때 가지 못했던 곳 중에 헤밍웨이가 지냈다는 ‘꼬이마르’라는 바닷마을이 있다. 그리고 한인 애니깽들이 정착했던 ‘마탄사스’. 그 두 곳은 가보고 싶다. 아바나도 하루이틀 정도는 머물고.

 

언제쯤 갈 수 있을까?
못가지 않을까? (하하) 만일 중남미를 갈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온다면, 중미를 가거나 남미 아랫 지역으로 갈 것 같다. 파타고니아 같은. 쿠바가 가장 우선순위가 되긴 힘들겠지.

 


 

에디터 코멘트
여행을 묻다, 는 쉽게 경험하기 힘든 세계 각국의 여행 경험을 솔직한 인터뷰를 통해 만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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