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다니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는 것이다.”
(알라딘 인터넷 서점의 이미지를 가져왔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저자는 정말 대학을 잘 활용했다. 아니 정확히 대학이 부여하는 자유로운 시간을 잘 활용했다. 책이 흔한 공부법 자기계발서 포맷을 따랐지만, 나는 철학의 향취를 느꼈다. 숟가락으로 떠먹여 학점 잘 따는 법, 따위의 곁가지 보다는 대학이 부여하는 기회를 어떻게 누릴 것인가가 이 책의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라고 생각한다. '자유로운 대학생은 대학을 다니지 않고, 자신의 비서로 고용한다.' 나는 저자가 ‘자유’를 ‘책임’지는 대학생의 자세를 가르치고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자기계발서류를 추천하려 이 글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런 날도 있구나.
나는 대학이 줄어들어야 하며, 평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전 국민이 배움의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인생의 언제든 다닐 수 있어야 하는 열린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과 별개로 한국의 대학이 가지고 있는 여러 산적한 문제점을 내부자의 한명으로 정말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많은 전문가들과 정책설계자들이 인지하고 있으며,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은 전문가들에게 맡긴다. 나는 단지 한 때 학부생으로서, 현 대학원생으로서 나와 같은 인생의 시기를 겪고 있는 많은 청춘들이 대학에서 방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만 대학이라는 그 기회의 축복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도와주는 이런 책들에 관심을 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랄까?
대학사회가 인구절벽이니, 구조조정이니, 국립대 통합이니 요동을 치고 있다. 인문계열은 상황이 더 안좋다. ‘인구론, 문송합니다’를 달고 살아야 하니까. 이과는 정규학기 커리큘럼이 촘촘하고 빼곡해 시키는 공부만 해도 시간이 모자라다. 반면 문과는 정규학기가 널널한 대신 자유시간이 많다. 그래서 이과는 학과공부만 열심히해도 직업으로 곧바로 전공이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문과는 시키는 것만 공부하면 거의 안한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상황이다. 인문계열은 전공이 직업으로 이어질 확률이 거의 없다. 애초에 목적이 직업훈련이 아니라 자기계발이니까. 그래서 인문계열인 경우에는 남는 시간에 뭐라도 해야 한다. 정해진 게 없으니까. 정해진 게 없다는 말은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가 아니다. 자유시간이 많다는 것은 휴식시간이 길다가 아니다. 이공계열이 학과수업에 빼앗기는 시간만큼 뭘 해놓아야 문과도 살길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분명 대학교육은 실패했다. 일단 가르치는 사람부터 고등학생의 발상에서 못 벗어났으니까. 전공이 직업을 담보한다는 식의 낡은 발상에서 아직도 사로잡혀 있으니까. 잘 짜여 진 관광코스처럼 전공이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로드맵을 따르면 자동으로 밥벌이가 떨어진다는 식의는 1차원적인 생각을 교육자부터 가지고 있다. 철학과의 교수들이 모여 철학과 취업률 진작을 위해 내놓은 대책이 ‘논술 강사 지도자 과정 신설’이었다. 그 사람들 학위는 왜따고 공부는 왜했대? 교수 팔자 좋다 정말.
그냥 "우리 철학과 취업안됩니다. 다만 여기오면 똑똑해져요. 똑똑해진 머리로 뭘할지 정해오면 그때 학과가 팍팍 밀어줄게요" 이러고 말것이지. 그런데 돈 쓰지 말고 애들 어학연수, 동아리 활동지원, 아니면 면접, 발표력이라도 길러주게 도와줘라 좀. 아니면 낯가림 심한애들 친구 좀 사귀라고 술값이라도 대신 내주든가...학과차원에서 우리결혼했어요라도 한번 찍어서 사랑이나 하게 도와주던가. 능력향상을 위주로 접근해야지.. 무슨 자격증이나 만든다고..
아무튼 전공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공은 직업이 아니다. 능력 계발의 수단일 뿐이다. 나는 전공을 소재로 사고와 능력을 키우는 곳이 대학이라고 생각한다. 전공 공부를 하면서 각종 사고력, 대처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수업이 끝났으면 자율적으로 공모전을 벌이기도, 모임을 꾸리기도 하면서 각종 사회능력을 키우는 인큐베이터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향상된 능력으로 뭐 할지 정하는 것은 스스로 해야 한다고 믿는다.
전공은 똑똑해지는 훈련 도구다. 똑똑한 머리로 뭐 할지는 알아서들 정해라. 그거 까지 대학에서 고등학교 학부형마냥 일일이 챙길 수도 없으며, 챙겨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정말이지 대학의 존재 이유인 자유의 이념과 맞지 않다. 전공은 단지 대학에서 정해진 시간에 뭘 했는지를 알려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자유 시간에 뭘 했는지가 되어야 한다. 나는 그것이 자기 소개서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자신의 클라스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고, 등록금의 가성비는 스스로 창출하는 게다.
다만 그것과 별개로 학교가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고 면죄부를 주려는 것도 아니다. 학교는 나서서 까불지 말고, 단지 자유의 판을, 애들이 놀고 공부하는데 최선을 다해 지원해주면 된다. 그럼 알아서 찾아간다. 학교는 탁아소가 아니고, 대학생은 유아가 아니다. 자유공간 자유시간 그 자체다. 애들이 갑자기 뭘하고 싶을 때 조건 없이 지원 해주고, 하고 싶은게 없다면 이런게 있다 알려주는 거나 열심히 잘하자. 정말 취업을 돕고 싶으면, 이상한 취업캠프 따위 만들지말고 그냥 토익 응시료나 보태줘라. 아니면 차비라도 지원해주던가.아니면 학교차원에서 외로운 애들 연애나 장려해봐. 소개팅할 커피값 정돈 한달에 한번 줄 수 있잖아. 한 두단원 보고 버릴 몇 만원짜리 교재비 말고 '교제비'를 지원해보라고. 아 잔소리 끝.
아. 새벽이다. 그나저나 난 뭐 해먹고 살지.
가끔은 이렇게 두서없는 글을 쓰고 싶다.
2017.10.15. @PrismMaker
http://blog.aladin.co.kr/hofirst/9651745
(본 글은 글쓴이의 다른 블로그에 게재된 포스팅을 스팀잇에 재 업로드 한 것입니다.)
대학생 때를 돌이켜보면 무엇을 해야할지 주도적으로 고민할수 없었다는 점이 제일 아쉬운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대학생들 중고생들의 멘토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반갑습니다! 팔로우 신청했어요! 대학도 이제 고등학교 4567학년 과정으로 편입되어버린 느낌입니다.. 방황해요 많은 친구들이.. 사춘기를 입시때문에 미뤘다가 대학에서 이자붙여서 고통받는 격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