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나의 가치는 몇 비트코인일까?
대중들이 생각하는 나의 가치는 과연 얼마일까. 기업은 주식이라는 것을 통해, 직장인들은 연봉이라는 것을 통해 그 가치가 평가되지만 기업에 고용되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통해 의미를 만들어가는 소위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을 방안이 마땅치 않다. 최근 일본에서는 ‘VALU’(1)라는 이름의 서비스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VALU는 일종의 주식 거래소와 같은 모습을 가진다. 이곳에 상장된 크리에이터들은 마치 기업이 주식을 발행하는 것과 같이 ‘VA’라는 이름의 가상주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판매하게 되고, 그것을 구매하기 원하는 대중들은 VA의 현재 시세 만큼의 비용을 지불하여 소유할 수 있다.
최초 VA의 가격은 SNS 상에서 크리에이터가 가지는 영향력을 기준으로 결정되고 그것을 기준으로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원하는 수량의 VA를 거래소에 방출함으로서 스스로 가격을 관리하게 된다. VA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데 현재 VALU 안에서만 4만명 이상의 사용자가 1만 5천 개 이상의 VA를 거래하고 있고 그 중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VALU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다수의 대중을 통해 모금을 진행하다는 점에서 기존의 크라우드 펀딩과 유사해보일 수도 있지만 VA 판매의 수익을 구매자를 위한 보상으로 되돌려줄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가진다.(2)
흥미롭게도 VALU에서의 모든 거래는 가장 대표적인 비트코인을 통해 이루어진다. 원화나 엔화와 같은 법정화폐에 비해 시세 변동의 폭이 크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점에서 VALU와 같은 서비스에 적용되기에 유리한 특성을 가진다. 실제로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의 근간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 상 모든 거래의 흐름은 단순히 VALU와 같은 서비스 내에서만이 아니라 그 이후에라도 계속적으로 추적이 가능하다. 실제로 부당수익을 얻기 위해 VA 소유자들에게 손해를 입힌 특정 유명 크리에이터의 경우 비트코인 지갑의 출금을 정지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비트코인은 일상적인 활용이 가능할까?
스타벅스에 들어가 커피 한잔을 마시더라도 현금(Fiat Currency)이 아닌 모바일 스타벅스 카드에 충전된 디지털 화폐(Digital Currency)를 통해 거래하는 것이 익숙해진 지금,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Cryptocurrency)를 통해 거래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는 것도 그리 멀지 않은 일이다. 아직은 실시간 거래가 어렵고 진입장벽도 여전히 높은 것이 비트코인의 현주소이지만 혹시라도 이미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폴드(Fold)’와 같은 서비스가 유용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폴드의 서비스를 거치면 비트코인이 담긴 모바일 지갑을 통해 QR Code를 스캔하는 간단한 과정을 통해 10% 더 저렴한 가격에 스타벅스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의 거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가리지 않고 동일한 방법으로 어디에나 접목 가능하다. 또한 국가나 문화, 자격 등의 장벽 없이 통용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새로운 창의적인 비즈니스들이 우우죽순 생겨나고 있는 것이 최근의 분위기이다. 물론 지금 당장 암호화폐가 기존의 경제 시스템을 대신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3) 만약 우리가 암호화폐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사용하는 때가 온다면 그것은 아마도 은행이나 기업과 같은 중심 주체들이 암호화폐를 기존의 경제 시스템 안으로 적극 수용하는 경우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껏 우리가 보고 경험한 것들이 암호화폐가 가진 잠재성 중 극히 일부임을 감안할 때 언젠가 기존의 시스템을 넘어 생각치 못했던 파괴적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는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블록체인이 창작자들에게 전해주는 새로운 가치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암호화폐들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통해 전에 없던 창의적인 가치를 만들어낸다. 현재는 대다수의 일상적 접점이 단순 교환 가치에 국한되지만 사실 그 안에 숨겨진 잠재성은 생각 이상으로 무궁무진하다. 블록체인은 신분 증명, 권한 부여, 수익 분배 등의 기능을 통해 기존 산업의 시스템을 근본에서부터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시작점을 제공한다. 블록체인 기반의 P2P(Peer to Peer) 음원 서비스 ‘우조 뮤직(Ujo Music)’(4)은 창작물에 대한 권한과 보상을 전적으로 창작자에게 되돌려준다. 창작자는 자유롭게 자신의 창작물을 우조 뮤직에서 판매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그 가격과 권한을 변경할 수 있다. 이 때의 결제는 또 다른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의 스마트 계약 기능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결제가 이루어짐과 동시에 사전에 스마트 계약에 명시된 비율에 따라 모든 기여자들에게 직접 수익이 분배된다. 말 그대로 중계자가 없는 P2P 방식의 서비스인것이다.
앞서 ‘창작자에게 되돌려준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못한 지금의 상황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창작자들은 자신들이 가져야할 정당한 권한과 보상을 얻지 못한채 힘겹게 창작 활동을 이어가야했다. 블록체인은 이들에게 전에 없던 강력한 힘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새로운 창작 플랫폼으로서의 블록체인
블록체인 구성의 핵심인 암호화폐는 일종의 ‘토큰(Token)’의 형태로 기능하며 무한한 확장성을 가져다 준다. 이러한 토큰은 교환 가능한 재화로서, 소프트웨어로서, 프로토콜(5)로서 기능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서는 독자적인 플랫폼 서비스를 구축까지도 가능하게 한다. 대표적인 예로 토큰 기반의 창작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는 ‘크리에이티브체인(Creativechain)’은 기존의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과 많은 부분에서 유사하지만 ‘CREA’(6)라는 이름의 토큰을 통해 P2P 방식으로 창작 작업에 대한 의뢰와 보상이 연결해준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가진다. 이 과정에서의 지불이나 계약, 홍보, 협업, 저작권 등의 복잡하고 많은 비용을 수반하는 일체의 문제들은 토큰이라는 하나의 매개를 통해 해결 가능하다.
블록체인과 관련된 개념들은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에 낯설고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창작 영역에서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창작자들에게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앞서 긴 시간 오프라인을 통해 경험하던 모든 것들이 온라인의 경험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겪으며 점차 그것에 익숙해져온 것과 같이 블록체인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경험들 또한 언젠가 우리에게 당연한 풍경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 글의 전반부에 비트코인을 가장 먼저 언급했던 것은 지금의 대중들의 인식 속에 존재하는 몇 안되는 접점이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늘어놓게 된다. 허나 이 글 후반부의 몇몇사례들과 같이 블록체인이 비트코인을 넘어 지금의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블록체인은 생각보다 창의적 개념이다. 그렇기에 그 안에 담겨질 수 있는 가치들 또한 충분히 창의적일 수 있다. 바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창작자 자신들에게 신나는 놀이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1) VALU는 Val (Value=가치)+U(You=당신) 의 의미를 내포한 이름으로 일본식으로 바류( バリュー)로 발음된다.
(2) 현재 VALU에서는 크리에이터의 보상 의무 미비와 그에 따른 VA의 가격 폭락 등의 문제가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발루의 자체적인 규제 마련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 차원에서의 세부적인 조사와 개입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3) 비트코인과 연동되는 ATM, 신용카드 등의 서비스가 속속 선보이는 한편 블록체인 기반의 솔루션을 만드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사회 전반으로 볼 때 그 파급력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편의점에서 구매 가능한 ‘OK비트카드’와 같은 기프트카드가 가장 비트코인을 접하기 손쉬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4) 우조 뮤직은 올해 말 오픈할 계획으로 서비스를 개발 중에 있다. 현재는 한정된 음악과 앨범 정도만 탐색하여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정도의 경험만 가능하다. 우조 뮤직의 컨셉에 관심이 간다면 유사한 컨셉의 블록체인 서비스인 'Muse' 도 참고할만하다.
(5) 블록체인 내에서 기능하는 프로토콜의 개념은 몇 가지의 프로젝트를 예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 탈중앙화 거래소 등의 서비스가 이용하고 있는 ‘0x’의 경우 'ZRX'라는 토큰의 지불을 통해 프로토콜의 이용에 대한 권한을 부여한다. 커뮤니티이자 마켓플레이스 형태의 플랫폼 ’Distric0x’의 경우 'DNT'라는 토큰을 통해 플랫폼 내에서의 마켓 개설의 권한을 부여한다.
(6) 크리에이티브체인 서비스 내에서 사용되는 'CREA' 토큰은 발행 수량 115,000,000개, 시가 총액 $1,856,000 (2017년 9월 현재)로 실제 다수의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 발루서비스에 관심이 많습니다
파악되시는대로 좀 더 많은 자료 포스팅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