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로쓰(Benjamin Roth)는 전문 작가나 투자자는 아니었습니다. 1894년에 태어난 그는 미국 오하이오 주 영타운에서 변호사 생활을 했습니다. 하지만 일찍이 찾아볼 수 없었던 가장 유익한 투자 서적 한 권을 썼습니다.
로쓰는 대공황 기간이었던 1931년부터 1940년대 초까지 매주 몇 차례씩 일기를 썼습니다. 그리고 이 일기를 그의 아들이 2010년 “The Great Depression: A Diary(국내 미번역)”라는 제목으로 출간했습니다.
각각의 일기는 세 문장을 거의 넘지 않지만, 미국에서 가장 심각했던 경제적 참극 동안의 삶을 아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32년 4월 6일의 일기는 이렇게 간단히 쓰여 있습니다.
“저명한 사업가들의 정신 이상과 자살이 늘어나고 있다.”
로쓰의 일기는 주식 시장과, 똑똑한 사람들이 어떻게 파괴될 수 있는지에 잘 알려줍니다. 1933년 2월 일기에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1928년 사람들은 주식 시장의 호황에 열광하고 있었다. 거의 모든 이들이 투자에 대한 글을 읽었고, 사치에 빠져 있었으며, '새로운 시대'를 논하고 있었다. 오늘이 되어 그들의 전망을 우울해졌고, 침체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이 바뀌었으며, 부동산은 쓸모가 없고, 주식 시장은 혐오 대상이 되었고, 모든 이들이 냉소적으로 변했다... 지금의 침체가 무기한으로 이어질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나중에서 밝혀진 일이지만, 1933년은 역사상 주식을 사는데 더없이 좋은 시기 중 하나였습니다.
로쓰는 역발상적 생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즉, 자신의 신념에 따라 역발상적으로 행동하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정작 필요할 때 투자할 수 있는 현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1933년 7월 일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1달러짜리 주식을 거의 10센트에 살 수 있는 행운의 기회를 두려워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 기회를 살릴 수 없었다. 하락장 동안 계속해서 행운의 여신이 기회를 가져다주었지만, 여유 자본을 준비해두지 못한 이들에게 그런 기회는 쓸모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시장의 변동성과 인내심 속에 있는 교훈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1937년 1월 주식 시장에 5년 동안의 강세장을 누리고 있을 때,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1929년 대공황이 끝났다는 공식적인 발표가 나올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해 연준의 긴축 정책과 경기 회복 지연으로 인해 주식 시장은 다시 한 번 급락을 맞습니다. 그로부터 2년 후, 그는 자신의 낙관적인 생각에 대해 후회를 내비칩니다. 아주 어렵게 얻은 겸손함이었던 것입니다. 일기에서 스스로를 향해 "자네가 틀렸군."이라고 쓰면서, "1939년 9월 새로운 경기 침체가 시작되었고, 아직도 여전히 그 와중에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로쓰가 어렵게 얻은 지혜는 오늘날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상승장에서 현금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종종 급등하는 주가에 비해 형편없는 이자에 만족한다는 뜻이 되고, 부자가 되는 길을 포기한 것으로 비치곤 합니다. 하지만 시장이 하락장으로 돌아서고 나면 그 귀중한 가치가 빛을 발하게 됩니다.
다음은 로쓰의 일기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 1931년 7월: “잡지와 신문은 사람들에게 지금처럼 할인된 가격에 주식, 부동산 등을 사라고 말하는 기사들로 도배되어 있다. 그들은 시절은 분명 더 좋아질 것이며, 많은 커다란 행운이 이 길에 쌓여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누구도 이제는 돈이 없다는 점이다.”
- 1931년 8월: “나는 전문가에게 평상시에 여유 자금을 쌓아 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 서야 알게 되었다. 2,500달러의 잉여 자금을 이번 불황 동안 현명하게 투자했다면, 나머지 인생을 위한 보험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 못했다면, 경제의 폭풍 속에서 속수무책이 돼버렸을 것이다.”
- 1931년 12월: “지금 좋은 주식과 채권을 아주 매력적인 가격에 살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문제는 매수할 현금을 가진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 1932년 9월: “이번 불황 동안 돈을 갖고 있어서 최고 등급의 주식에 투자해, 2 내지 3년 동안 보유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1935년 부자가 되어 있을 거란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 1933년 6월: “주식에서 달러 당 10센트에 행운을 살 수 있는 기회는 이미 지나갔고, 지금까지 그런 행운을 이용할 수 없었다는 것이 슬프다.”
- 1933년 7월: “이번 불황 동안 계속해서, 기회라는 것이 여유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이들은 지나쳐 가버리는 가차 없는 여신과 같다는 생각이 내 폐부를 찌르고 있다.”
- 1936년 8월: “이번 불황은 내 마음속에 사라지지 않을 한 가지에 인상을 새겨 놓았다. 그 인상은 바로 비상사태 대비하기 위해 충분한 현금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 지이다. 변호사로서 내 경험 상, 기업이 실패하는 대부분의 원인은 기술적인 이유가 아니라 자본 부족이 원인이 된 것이다.”
- 1937년 5월: “재산을 모을 수 있는 생애 최대의 기회는 사라져 버렸고, 아마도 다시 오지는 않을 것 같다. 투자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을 갖고 있던 이들은 거의 없었다. 생필품을 구입하기에도 벌이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
이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다우존스는 1929년부터 1932년까지 89% 하락했고, 실업률은 25%를 넘어섰습니다. 이 기간을 견뎌낼 만큼 충분한 현금이 없었던 이들은 재산을 헐값에 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후 시장은 1932년부터 1937년까지 거의 다섯 배나 올랐고, 5년 동안 사상 최대의 상승 랠리를 펼쳤습니다. 몇몇 우량주들은 10배 또는 20배나 올랐습니다. 현금이 (그리고 끈기가) 없었던 이들은 자기 삶 최대의 투자 기회가 자기 옆을 춤추듯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역사를 통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은 호황 동안 수익률을 걱정하고, 현금 이자 몇 푼뿐인 은행에 넣어두는 일이 얼마나 쓸모없는 짓인지 하소연하곤 합니다. 시장이 붕괴되고 다시 불황이 찾아오고서야 그들은 하잘것없는 이자로 몇 년을 썩혀두었다 하더라도 은행에 넣어둔 현금 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오늘도 이런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은행에 넣어둔 자기 현금이 0.01%도 채 못 되는 이자 벌이 밖에 안 되며, 매일매일 인플레로 손실을 보고 있음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현금의 가치를 너무 터무니없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현금의 진정한 가치를 오래도록 과소평가하게 만듭니다. 오늘날 현금은 그리 큰 돈 벌이가 되지 못하지만, 미래를 위한 선택권을 가져다줍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같은 잠재력은 오늘 하찮은 벌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아마 아놀드 반덴버그(Arnold Van Den Berg)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반덴버그는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투자자 중 한 명입니다.
1974년 이후 반덴버그 펀드는 연평균 14.5%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S&P 500의 수익률( 11.9%)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1974년 그의 펀드에 1,000달러를 투자했다면, 오늘날 그 가치는 196,000달러로 변해 있을 것입니다. S&P 500에 투자했다면 80,000달러가 되어 있겠죠.
일반 뮤추얼 펀드의 현금 비중이 5% 부근인데 반해, 반덴버그의 자산 중 현금 비중은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라고 왜 그렇게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이렇게 답합니다.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현금을 갖고 있다가, 15달러짜리 주식이 10달러까지 떨어졌을 때 매수한다면, 그 주식이 나중에 15달러로 다시 상승했을 때, 50%의 투자 수익률을 얻게 됩니다. 우리는 이런 수익률이 현금이 전혀 수익을 가져다주지 못함에도 몇 개월 또는 몇 분기 동안 현금을 가지고 기다리는 시간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이 얼마나 변동성이 큰 지를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 하나의 무기를 손에 쥐는 셈이 됩니다. 반덴버그는 말합니다.
“당신이 오늘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내일 훌륭한 수익의 원료다.”
그는 하락장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던 것입니다.
하락장을 즐기려면 충분한 현금이 필요한데 ㅠㅠ 어렵습니다
현금보유 수익의 원료..
정작 가진 현금이 없어요.ㅠ
가장 중요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원칙이라 생각합니다.
남에게 말하기 쉽지만 내가 지키기는 어려운
'1932년 9월' 과 '1937년 5월'의 일기의 내용이
일반 투자자가 많이 애용(?)하는 변명이 아닐까 합니다.
알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았다고 항변하죠.
그래서 투자가 어려운 것 같아요. 맘대로 안되요..ㅋ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항상 투자전략에 대한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홍보해
그래서 이 분은 적당한 성공은 거두셨나요?
그 3년간 버티는게 참 힘들었겠어요
바라는데로 잘 풀리길 바랄 뿐이네요 ㅎ
흥미롭게 잘봤습니다
큰 교훈 배우고 갑니다!
흠 글을 읽으면서 굉장히 서글퍼 지네요..ㅠㅠ 항상 일정 비율의 현금을 보유할 것. 이라고 저만의 원칙을 정해보지만... 그 원칙을 지키는게 정말 힘든 일 인것 같습니다. 이번 하락장을 통해 많은걸 배워갑니다.
글 감사합니다
너무나도 멋진 글 잘 읽고 갑니다. 암호화폐가 지금은 주춤하지만 주식시장 보다도 더 빠르게 회복할테죠.. 여유자금만 넣어놔서 아직까진 버틸만 하네요 ㅎㅎ 좋은 글에 위로받고 갑니다.
처음으로 리스팀 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거의 100년 전의 글인데, 현재 코인판의 글과 차이가 없네요 ㅎㅎㅎㅎ. 정말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네이버에서도 피우스님 글을 잘 보고 있었는데, 여기서도 뵈니 반갑습니다!
저도 오랜투자의 경험에서보면 어려운 결정이긴 합니다. 현금이 준비되어 있다는것은 언제든지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는 중요한 투자 기준이 되긴 합니다. 저도 지키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있구요. cut the losses 와도 같은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손절매를 해야 그나마 다음기회를 가지니깐요.. 원래 전통적인 투자 패턴상 15% -18% 손실시는 무조건 팔고, 현금 유보율을 높이는게 저의 기본 투자 룰이긴 합니다.
피우스님 항상 많이 배워갑니다. 1월에도 다들 환호할때 현금화의 중요성에 대한 글을 포스팅해주셨던게 생각납니다 ~
좋은글들이 너무나 많네요^^
팔로우하고 가요 공통관심사가 많으니 맞팔부탁드려요~~
포스팅 감사합니다. 또 한 수 배워갑니다. :)
나만 못 번다는 공포에서 벗어나는게 제일 중요한 것 같네요ㅎㅎ
오늘 드디어 스머프 나라에서 탈출 했습니다 ㅎ
아주 당연하지만 실천이 어렵죠. 간사한 사람의 마음이 원칙을 무시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