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중한 자원하면 무엇이 떠오릅니까? 석유나, 물 아니면 금이 먼저 떠올랐을지 모릅니다. 이들 모두 귀중한 자원임은 분명합니다. 여기서 모래도 엄청나게 귀중한 자원에 속한다 말하면 어떨까요? 웃어넘기는 분들도, 혹시 미친 거 아니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모래는 분명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자원일지도 모릅니다. 모래를 위해 서슴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이들도 있습니다.
밀가루가 빵을 만들듯이, 모래는 도시를 만든다.
무심코 넘겼을지 모르지만, 우리 주위의 모든 건물에는 모래가 들어가 있습니다. 아파트, 콘도 또는 집을 짓는데 필요한 콘크리트에는 모래가 섞여 있습니다. 우리 방에 햇빛을 비춰주는 유리 창도 모래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들어있는 실리콘 칩도 모래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가 다니는 도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도시도 모래가 안 들어간 곳이 없습니다. 현대 생활은 모래로 만들어진 것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지내고, 보고, 생활하는 모든 곳에 모래가 있습니다.
모래는 생각만큼 많지 않습니다.
뭔 소리야, 모래는 어디에나 있지? 사막에 있는 그 많은 모래는 어쩔 건데?
대부분이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모래처럼 풍부해 보이는 자원이 금만큼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모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풍부하지 않습니다. 이런 말에 사막에 트럭을 가져가 퍼 오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스칠 수도 있습니다. 사막의 모래를 모조리 퍼 와도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을 거라 말할 수도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사막의 모래는 전혀 쓸모가 없습니다. 사막의 모래는 수천 년 동안 햇빛 아래 날아다녔습니다. 때문에 사막의 모래는 둥글어졌고, 빌딩을 짓는데 적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구슬을 모아 빌딩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건설용 모래는 표면이 각져있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모래는 강바닥이나 해변에 있는 모래입니다.
사막의 모래가 쓸모없다는 이야기를 처음 듣는 분들에게는 아주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도 호주에서 수입한 모래로 지어졌습니다. 이 건물에서 조금만 가도 모래가 끊임없이 지천에 널려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중 한 줌도 이 건물을 짓는데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또 하나의 아이러니는 두바이 해변의 모래도 호주에서 수입했다는 점입니다. 사막의 모래는 해변을 아름답게 만드는데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모래는 아주 더디게 만들어집니다. 암석과 퇴적물이 우리가 원하는 쓸모 있는 모래로 만들어지기까지는 수 천년이 걸립니다.
건설용 모래의 끊임없는 수요
세계는 계속해서 건설 호황을 맞아왔습니다. 건설 호황의 토대는 콘크리트입니다. 세계는 연간 300 내지 400억 톤의 콘크리트를 건설에 사용하고 있고, 이중 절반이 모래입니다. 지난 2011년에서 2014년 사이 중국은 20세기 전체 미국에서 사용한 것보다 더 많은 콘크리트를 사용했습니다. 중국 한 나라가 세계 콘크리트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도 같은 아시아 지역 나라들의 급속한 성장은 감안하지도 않은 것입니다.
이제 도시화가 대세입니다. 유엔의 예상에 따르면, 2030년이 되면 세계 인구 중 5분의 3이 도시에 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글 머리에 언급했듯이, 도시 건설에는 콘크리트가 필수적이며, 분명 모래도 그렇습니다. 도시로 밀려드는 새로운 사람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현재 도시를 확장하거나,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즉, 점점 더 많은 콘크리트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모래의 용도는 건설용 콘크리트 이외에도 많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모래를 매립용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모래로 바다를 매워 육지로 만드는 것입니다. 가장 비근한 사례가 바로 싱가포르일 것입니다. 1960년부터 2016년까지 56년 동안 싱가포르는 581.5 평방킬로미터에서 719.7 평방킬로미터로 영토를 넓혔습니다. 1 평방킬로미터를 매립하기 위해서는 3,750만 입방미터의 모래가 필요합니다. 싱가포르는 2030년까지 100 평방킬로미터를 추가할 계획입니다.
<싱가포르의 연간 모래 소비량>
모래 사업의 호황, 모래 마피아의 탄생
"엄청난 이익 + 지역적 희소성 = 범죄자의 꿈"
모래 사업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부피도 크고 무겁다는 점입니다. 당연하겠지만, 무거운 물품은 운송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 결과 건설이 진행되는 대부분 지역에서는 해당 지역 모래를 선호하게 됩니다. 따라서 대규모 건설이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모래 가격이 상승하게 됩니다. 모래를 먼 곳에서 가져와야 하는 지역에서는 특히 더 가격이 중요해집니다. 모래가 희소해지고 가격이 오르면서, 범죄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곳은 모래를 싸게 얻을 수 있고, 다른 곳은 모래 가격이 오르게 된 것입니다.
이 간극을 모래 마피아가 차고 들어왔습니다. 모래 마피아는 허용되지 않는 지역에서 불법으로 모래를 준설에 실어 옵니다. 법을 무시하기 때문에 환경 문제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불법으로 강모래를 준설해 물고기의 서식지를 황폐화시키고, 어부들의 생활을 망칩니다. 때론 민간 마을의 땅도 마음대로 차지합니다.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폭력을 사용합니다. 모래 마피아는 경찰과도 뇌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신고해도 별무소용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문제는 특히 인도에서 심각합니다. 이 지역 모래 마피아는 언론인과 환경 운동가들의 입을 막기 위해 수많은 살인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샌딥 샤르마라는 인도 기자가 모래 마피아와 경찰의 뇌물 수수를 취재하던 중 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해당 신문에 따르면, 그 기자가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고 합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경찰은 뇌물 수수 현장이 담긴 카메라를 압수해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2013년 벌어진 또 다른 살인 사건에서는 팔레람 차우한이 침실에서 복면을 쓴 암살자가 쏜 여러 발의 총을 맞고 사망했습니다. 그의 가족은 범인이 누군지 의심하지 않고 있다. 10년 전 모래 마피아가 팔레람의 마을을 찾아와 약 200에이커의 땅을 무단 장악했습니다. 그들은 표면의 흙을 겉어내고 모래를 파내기 시작했습니다. 완전히 불법이었고, 팔레람 마을 사람들은 정부와 경찰에 호소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팔레람 주민들은 계속 호소했고, 마피아 일당 중 한 명이 체포되긴 했어도, 곧 풀려났습니다. 모래 마피아들은 아직도 팔레람 마을에서 모래를 퍼가고 있습니다.
이는 아무런 관심도 없던 팔레람의 노란 모래를 차지하기 위해 저질러는 살인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모래를 차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살인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모래는 고갈되고 말 것인가?
세상에서 모래가 없어지고, 거리는 혼란에 빠지고, 모래 마피아들이 놀이터 모래를 훔치러 올지도 모릅니다. 분명 끔찍한 상황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인류는 예전에도 이런 끔찍한 상황에 수없이 맞닥뜨렸고, 지혜롭게 헤쳐 나왔습니다.
1800년 토머스 멜서스는 ‘수확 체감의 법칙’을 내놓았습니다. 이 멜서스 이론의 고전적 사례에는 농지와 농부가 나옵니다. 농부가 한정된 농지에서 생산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력을 늘리는 것이었다. 투입된 노동력이 많을수록 한정된 토지에서 얻을 수 있는 총 산출량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전체 생산량이 아닌 노동력 단위당 생산량입니다. 즉, 노동력을 더 많이 투입하면, 총 생산량을 늘지만, 노동력 단위당 생산량은 감소하게 됩니다. 즉, 생산에 투입된 한 요소가 고정돼 있는 상황에서 다른 요소의 투입량이 증가할수록 단위당 산출량이 줄어드는 것이 ‘수확 체감의 법칙’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이론을 보고 인류가 결국 굶어 죽을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입니다. 인구가 증가에 비례해 식량 생산이 계속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맬서스가 놓쳤던 것은 기술의 발전이었습니다. 기술 발전은 생산성을 증가시켰고, 줄어드는 단위 수익을 상쇄시켰습니다. 종자 교배, 비료, 농업 기술 및 살충제는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토지의 수확량을 증가시켰습니다.
<사막 모래로 만든 재활용 가능한 콘크리트 대체재>
바퀴벌레 같은 범죄조직이 바위 아래에서 기어 나와, 마을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모래를 훔쳐 간 것처럼, 모래의 희소성과 수요 증가는 또 다른 혁신을 불러올 것입니다. 문제는 해결되라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가능한 해결책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에 나타난 것처럼, 사막 모래를 사용할 방법이 강구되고 있습니다. 기존 콘크리트만큼 강하고, 재활용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아직 프로토 타입일 뿐이지만 유망한 기술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결론
모래는 분명 부패를 불러오는 자원입니다. 만일 인류가 현재의 속도로 모래를 계속 써댄다면, 모래가 재생산되기 전에 전 세계 모래 공급이 고갈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결코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여러 산업 분야의 기술 발전으로 고갈이 눈앞에 있다던 다른 자원들의 상황이 변해 왔습니다. 모래도 그래야 합니다. 건설 현장에서 모래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급선무가 될 것입니다. 또한, 이 상황에서 모래 대체재를 찾기 위한 기술 개발이 또 하나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콘크리트를 대체할 수 있는 많은 물질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모래가 한정된 자원일 수는 있겠지만, 인간의 상상력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인류는 분명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자료 출처: Erik Brown, “Murdered For Sand — The Birth Of The Sand Mafia”
어릴적 들었던것 같네요. 모레가 중요하다고
이미 알고 계셨군요^^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세상은 흥미로움 투성이입니다^^
사막모레를 쓸 수 없다니 충격입니다. 저도 당연히 사막이면 건설모레 충분한 줄 알았는데 ㅎㅎㅎ
너무 고와서 시멘트와 뭉침성이 떨어진다고 하네요^^
헐. 그렇군요. 진짜 충격이네요. 다 같은 모레가 아니네요.
모래가 이렇게 유용한 자원인지는 몰랏네요
화학과 출신이라 모래로 유리를 만든다는 것을 알았지만
사막의 모래가 쓸모가 없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좋은 정보 얻어 갑니다.
모래도 다 같은 모래가 아니라 천차만별이더군요^^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예전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5/24 조치(북한산 물품 금수 조치)가 있기 전에는 대동강에서 모래를 퍼다가 썼지요.
사막의 모래(운송비가 많이 드는 단점이 있지만)를 건설용으로 쓸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될 거예요.
운송비도 에너지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 대폭 내려갈 거예요.
요즘 인텔 cpu에 쓸 모래(웨이퍼) 모자르다고 협박하는데 건설 쪽은 더 심하군요. 물론 기술의 발전이 방법을 찾겠죠. 글 잘보고 갑니다!
물이나 공기처럼, 너무 흔해 보여서 그렇지 정말 귀중한 자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