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척이라도 느낀 것인지 그가 조용히 시선을 옮겨 나를 바라본다. 깊은 밤이다.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짙어지고 있던 어둠의 농도. 두 손에 땀이 차오른다. 손을 두어 번 비빈 후 용기를 내어 짙은 어둠을 휘저어보기로 마음먹는다. 잠식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수밖에 없으니까.
그가 손에 들고 있던 책을 가지런히 덮었다. 그리고 자신의 어둠 속에서 출렁이고 있는 나를 고요히 바라본다. 밤은 깊어져만 가고 있었다.
“두 시간 동안 이 앞에서 기다렸어. 근데, 네 얼굴 보니까 기다린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만큼 좋아.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않아도 돼. 괜찮아.”
그가 내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내 어깨 위에 쌓여 있던 어둠을 톡 털어냈다.
이제 어쩐다. 얼음장같은 손으로 그의 손을 살짝 잡은 채 우두커니 난감한 표정으로 얼어붙은 두 발끝을 향해 시선을 툭 떨궜다.
그는 안타까운 것이 있어서 지킨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었다.
그 안타까움은 필시 나였을 것이다.
나의 설운 추움이 그에게 옮겨간 것인지 그는 살짝 나를 끌어당겨 저를 엄습해오는 추위를 덮었다. 그의 품에 안겨 살짝 눈을 감았다. 불규칙적인 그의 심장소리에 얼음장이 녹아 냇물을 이루어 우리가 딛고 있는 발밑을 졸졸 흘러가기 시작한다. 나를 향해 솟아있던 그의 안타까움도 함께 녹아 물길을 따라가는 소리를 듣는다.
겨울이 지나가는 소리다.
그는 내겐 텅 빈 봄이다.
간만에 콜라보래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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