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취재하기 위해 미국 LA를 3박5일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영화 전문지 <씨네21>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취재한 적은 25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칸국제영화제는 매년 참석하고, 베를린, 베니스, 로테르담 등 다른 영화제는 종종 찾곤 하는데...
<씨네21>을 포함해 국내 매체가 그간 아카데미 시상식을 취재하러 가지 않은 건, 한국영화가 이제껏 단 한편도 노미네이트조차 오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매년 TV로도 생중계해주는 까닭에 굳이 거기까지 항공권과 숙박비를 들여 갈 필요가 없었던 거죠.
출장을 떠나기 두 달 전인 지난해 12월 초, 편집장이 저를 불렀습니다.
그때 <기생충>이 골든 글러브 후보에 노미네이트 됐을 때로 기억나는데, 지난 4개월 간의 오스카 레이스 분위기를 보니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일을 낼 것 같으니 미국으로 가자는 말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12월 초부터 미국 출장을 준비했습니다(지금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지 얼마 안 지나서 이 준비 과정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하긴 힘들 것 같고...영업 비밀이라).
매년 참석하는 까닭에 숙박, 취재 동선 등 취재 매뉴얼이 쌓여있는 칸 출장과 달리 아카데미 시상식 취재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까닭에 며칠 전에 LA에 들어가서 언제 서울로 돌아와야 하는지조차 감을 잡기 힘들더라고요.
미국에 들어가면 시상식 전에 누굴 만나야 할지, 뭘 해야 할지도 전혀 모르겠고.
계획을 세우려고 할수록 미궁에 빠져드는...
항공권은 시상식 이틀 전인 2월7일에 들어가서 시상식 다음날인 2월10일에 들어오는 일정으로 정하고,
숙박은 시상식이 열리는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가까운 곳으로 결정했습니다.
출장 가기 한달여전인 지난 1월14일,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영화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오르면서 저 또한 덩달아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출장을 결정하기 잘했다는 생각도 잠시 뿐, <기생충>이 수상할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로 나눠 시나리오를 짜야했습니다.
그때 <기생충>의 배급사인 CJENM은 "<기생충>이 수상하면 시상식이 끝난 뒤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아무 것도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출장을 떠나기 직전까지 기사 취재와 마감 때문에 정신 없이 보내다가 2월7일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비로소 출장길이 실감났습니다.
와우 따끈 따끈한 취재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