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고목을 위한 서정敍情 / 안해원

in #kr7 years ago (edited)



고목을 위한 서정敍情 / 안해원

불멸의 새는 전설이 되어 날아갔다
폐에는 이미 훵하니 구멍이 뚫렸다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고 있다
어룽한 달빛에도 가지는 툭툭 부러지고
뿌리는 허물어져 흙을 덮어 가릴 겨를도 없다
그늘 틈을 파고드는 아침 빛에 엉긴 머리를 하고
시린 눈을 비벼가며 겨우 일어나 문을 연 것처럼
꽃봉오리 하나 품지 못한 빈 가지들만
가까스로 봄을 맞이하고 있다
어떠하랴
존재하는 모든 것이 죽어가는 것을
벌목꾼의 톱에 의해 잘려지는 것도 아닌
산불에 검게 타들어 가며 최후를 맞는 것도 아닌
새소리 바람 소리를 모아 고여 든 빗물에 담고
부목 같은 사람 하나를 그려가며 의지하고 서서
우아함을 잃지 않는 것
꿈틀거리는 생명의 안식이 되는 것
새들은 노래하고 비 온 뒤 대지는 짙푸르다
반복의 시간 속에 진정한 사랑이 있던가
언제나 살아있으라는 생각 속에 감격이라도 있던가
어디 한 번 크게 마지막 숨이듯 들이켜 보라
초침이 철렁철렁 심장으로 걸어가기 전에
이 찬란한 봄은 모두 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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