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 김보통 에세이
출판사 : 문학동네
내 꿈은 뭘까?
"대기업에 가야 해." 아버지가 말했다. 아무런 맥락은 없었다. 매연을 너무 많이 마셔 몽롱한 와중에 깨달음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야 사람처럼 살 수 있어."
나는 아무런 꿈도 없이 대학에 들어갔다. 그저 성적에 맞춰 흘러가는대로, 어디로 갈지 모른 채, 그냥 삶이 이어졌다. 아무 생각도 없이, 앞가림조차 못한다고 비난 받아야 마땅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던 대학시절, 한 대기업 대외활동을 통해 회사원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대학생들이라면, 특히 취준생이라면 더욱 부러워하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 그런데 그 사람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때로는 직업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하지만, 계속되는 야근과 직장생활에 비하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듯 보였다. 그리고 흘리듯 말한 한 마디는 잊혀지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삶에 대한 권태감이 밀려와.'
그 이후, 어디로 흘러갈지 모른채 흘러오던 내 삶은 그냥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실제로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으려 많이 노력했다. 이해를 포기함으로써 평안을 얻는 것은 이 사회에서 살아오며 체득한 확실한 해결책이었으니까.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할까?', '무엇을 하며 먹고 살아야할까?'
이런 질문들을 할 때면, 답은 정해져 있었다. '모르겠다.'
정말 무엇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무엇을 하고싶은 건지 도대체 어쩌려는 건지.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어쩌면 끊임없이 고민하며 행복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모르겠다'라는 답으로 제자리에 안주하려 한 것은 아닌가 싶다.
행복이라는게 있기는 한걸까?
돌아보면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고통은 참아야 한다'라는 생각이 내 모든 불행의 원천이었다. 미래에 진짜 얻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뜬구름 같은 행복을 위해 나는 분명히 실재하는 오늘의 고통과 슬픔을 무수히 감내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 '행복'이라는 것은 저마다 기준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자아를 찾으라 하고, 다른 사람은 현재에 만족하라고 하며, 또다른 사람은 지금 당신은 이미 행복하니 그것을 깨닫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그것이 뭔지 분명히 안다고 말하는 사람은 점점 많아지는데, 설명은 하나같이 불명확하고 불확실해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네스 호의 괴물이다.
행복하고 싶어 고민하고 노력했지만, 정작 행복한 적이 있었나 싶다.
행복이 어쩌면 나의 욕심은 아닌지.
'이 또한 지나가리라.'
참 좋은 말이지만 나에겐 해당되는 말이 아닌 것 같은 이유는 무엇인지.
'카르페 디엠'
진부한 말이지만 조금씩 나에게 와닿는 말이 되는 것 같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니 내 행복의 기준이 지금 딱 이 정도는 아닐지. 더한 행복은 욕망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가끔 해본다.
이젠 행복하고 싶습니다.
집에 가서 일단 그려봐요. 그리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 누가 뭘 어떻게 해야 한다고 알려줄 수가 있나.
사람마다 다 다르다. 행복의 기준도 다르며, 행복을 받아들이는 정도 또한 다르다.
누가 알려준다고 한들 행복이 쉽게 찾아오는 것 또한 아니다. 강요 받은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 아닐 것이다.
일단 한 번 해보면서, 살아가면서 조금씩 행복을 찾아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