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의 둘째날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오래전 우리가 하루에 몇십킬로미터씩 걷던 평범한 그날들처럼. 오랜만에 까미노 멤버와 함께 걷는다고 해서였을까. 그렇다한들 날씨까지 까미노일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
(우리가 걸었던 10월말~11월 중순까지의 까미노 데 산티아고는 평생 맞을 비를 다 맞고 걷는 것처럼 비가 내렸었다)
삼나무 숲을 생각하며 ‘둘째날도 가열차게 걷자!’고 전날 저녁 다짐했던 둘은 가만히 창문가에 앉아 비가 내리는 풍경을 바라봤다.
우리가 묵었던 민숙은 자전거여행하는 사람들이 이즈하라로 가는 중간지점쯤에 묵는 곳이었던듯 싶다. 꽤 이른 시간에 아침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역시 꽤 이른 시간에 짐을 꾸리고 우비를 입고 길을 나섰다.
창 아래로 분주히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떠났고, 그때마다 주인할아버지는 양복을 곱게 차려입고는 90도로 허리를 굽혀 배웅했다. 웅성대던 실내는 어느 순간 매우 조용해졌다.
우리는 한참동안 창밖을 바라보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하아, 하며 한숨을 쉬었다. 추적추적 끊임없이 내리는, 하, 정말이지 지독히도 나가기 싫은 비였다.
어찌됐든 우리의 두 번째 숙소는 이즈하라항. 좋든 싫든 버스로 약 한시간 거리의 그곳까지 이동해야 했다.
다다미방에서 뒹굴거리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어젯밤에 보고 싶다던 물 속의 신사도, 다리도, 삼나무숲길의 여정도 대폭 축소됐다.
결국 곧바로 이즈하라까지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어제와 같은 풍경을 거쳐 도착한 이즈하라.
이즈하라의 첫인상은 ‘도시’였다.
어제의 한적하던 항구도, 사람을 거의 볼 수 없던 산속의 마을과 달랐다. 대마도 여행을 준비하며 사람들의 블로그에서 봤던 티아라몰이며, 모스버거며, 어제까지 보지못했던 높고 빽빽한 건물이 나타났다.
하지만 글쎄 뭐랄까, 어제의 풍경과 비교했을 때 도시라는 거지 우리가 알고있던 대도시와는 좀 느낌이 다른 곳이긴 했다. 빽빽한 건물이라는 것도 ‘비교적’이라는 단어를 입어야만 그런 곳이구나 싶은 정도.
“우와! 언니! 여긴 편의점도 있어요!!”
라고 여행 기간 내내 딱 하나 발견한 편의점 앞에서 외칠 수 있는 그런 정도랄까??
참 신기한건 전날 그렇게 삼나무숲 최고! 걷는 것 최고!를 외치던 사람들이 바로 ‘도시의 맛’이라며 신나서 프랜차이즈 매장에 들어가 햄버거를 먹고, 주변에 가득한 건물을 보며 또 안정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어떤 환경이든 쉽게 순응하는 여행자의 자세를 갖추고 있는 걸까, 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여행의 풍경이 아니라 일상의 풍경이 되었을 땐 날씨의 의미도 다르게 다가오는 걸까.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가라앉던 마음이 새로운 풍경을 보고 다시 걸어야겠다하며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새롭게 다시 산책을 나설 차례다.
very interesting post...
thanks for sharing it...
upvoted and followed..!!!
넘 부럽습니당!!!ㅎㅎㅎㅎ
저도 나중에 꼭 대마도 가야겠습니당ㅎㅎ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비오는 날은 당시에는 엄청 싫은데 나중에 지나고 나면 독특한 느낌이 남곤해요ㅎㅎ
이미 도시에서의 삶이 익숙해져 있기 때문아닐까요?
시골 또는 오지로의 여행도 결국 그게 여행이고 돌아갈 내 집이 도시에 있기에 동경하고, 쉼을 얻을 수 있는것 같아요... 솔직히 가서 살라면 좀... ㅎㅎ
ㅎㅎㅎ저희가 딱 하던 얘기예요ㅎㅎ 한가롭긴 한데 여기서 살라면 못살겠다ㅎㅎㅎ
그렇게 살지 못해서 여행으로 대리만족하는듯 싶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