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시큰거림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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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마들렌 홍차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프티트 마들렌'라는 과자를 녹인 홍차, 그 한 숟갈에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과자 부스러기가 섞인 그 한 모금의 차가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나의 내면에서 범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소스라쳐 놀란다. 어떤 감미로운 쾌감이 나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원인 불명의 고립된 쾌감이었다. 그 쾌감으로 인하여 나는 곧 인생의 부침같은 것은 별것 아니고 갖가지 재난도 무해한 것이며 그 덧없음은 착각일 뿐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마치 사랑의 힘이 작용하여 그렇게 하듯이 그 쾌감이 나를 어떤 귀중한 본질로 가득 채웠던 것이다. 아니 그 본질이 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본질이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는 더 이상 스스로가 본잘것없고 우연적인, 결국은 죽어 없어질 존재라고는 느끼지 않게 되었다'

기억 속에 감추어진 나를 발견하게 되는 그 '맛'이 있다.
그것이 미각, 후각, 청각, 시각, 촉각으로 그리고 언어로 다가 온다.

한국을 사랑해서 이름까지 박대인으로 바꾼 포이트라스 신부가 쓴
[감과 겨울과 한국인]이라는 책 속에는 이런 말을 한다.

'몇 년 전 미국 뉴욕에서의 일이었다. 거리는 매우 미끄러웠다. 나는 어느 빌딩의 모퉁이를 돌다가 그만 뒤로 넘어졌다. 보기 좋게 당한 것이다. 그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입에서는 아이쿠!라는 말이 크게 튀어나왔다. 옆 사람들은 나의 지껄이는 소리를 듣고 이상하게 여겼을 것이다. 헝가리에서라도 온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걸으면서 거의 한국인이 되어버린 나의 습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넘어지는 순간 Ouch! 나 Oops! 가아니라 '아이쿠'라고 했다.

그곳은 이미 뉴욕거리가 아니라 종로바닥으로 변하였던 것이다.
나의 고향 아르헨티나에서의 기억은 도무지 생각을 하려고 해도 나질 않는다.
머리가 잊은 것을 코와 입이 그리고 남아있는 사진이 내 기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잊어버렸던 나,
소복히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이내 머리를 들게 만들어 준다.

알 수 없는 행복감을 논리적인 곳이 아닌 이런 사진 속에서 찾는다.

사진을 보는 내내 콧 끝에서는 내 어린시절의 달콤한 호흡이
나란히 서 있는 누나와 동생의 그리움을 킁킁거리게 된다.
사진 한 장이 주는 강렬한 행복감.
그 행복감이 감각 속에 남아서 아직 발견하지 못한 나를 또 만나고 싶게 한다.
킁.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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