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장소 - 한남동 Vault 볼트 기억하시는 분....?

in #kr7 years ago (edited)

엄마랑 집 앞에서 저녁먹고 있는데, 우연히 친구네 가족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한 후 엄마는 친구네 부모님이랑 폴바셋가서 차 마신다고 했고,
나랑 친구는 다른 곳에 가서 "차"를 마신다고 따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친구는 "술마시러가자" 며 나를 꼬셨다.
난 요새 술을 못 마시지만...
논알콜로 칵테일 마시면 되니까,
"술집 콜!" 했다.

그런데 집 근처에서 걸어갈만한 곳을 찾으려니..
갈 만한 곳이 너무 뻔했다.
맨날 가는 곳들.
좀 지겨웠다.
하지만 우리는 힘없는 고갱님이니까 ㅠㅠ
맨날 가던 곳 중에서 사다리 타기 해서 갔다.

술집에 관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볼트바 얘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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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credit : 내칭구


한남동 Vault 볼트 기억하시는 분 있는지 모르겠다.

돈 벌고 청담으로 슝 떠난 수용오라버니 ㅠㅠ
컴백 ㅜㅜ (Feat. 타이타닉에서 로즈가 잭을 애타게 부를 때의 목소리)

내가 기억하기로 우리나라에서 '바 Bar'가 지금처럼 흥해진 계기는 볼트 인 것 같다.
아니면 커피바케이였나..?
흠, 어쨌든 볼트가 지금 현재 우리나라에서 잘나가는 바의 첫 주자인 건 틀림없다.

생각해보면 나나 내 친구나 볼트에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볼트가 오픈 했을때부터 시작해서 문 닫는 날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갔다.
어떤 날에는 친구들끼리 우르르가서 부어라 마셔라 했고,
또 어떤 날에는 센치하게 한 잔 갖고 몇시간을 죽치고 있었다.
또 어떤 날에는 구석자리에 앉은 연예인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쟤네들 사귀나봐~"
이러면서 디스패치 빙의했고.

기뻤던 날, 화났던 날, 기분 꿀꿀한 날, 행복한 날.
내 20대, 4년동안의 나날을 볼트는 기억하고 있었다.

친구들이랑 같이 갔던 적도 많지만, 나 혼자 간 적도 있다.
회사일 때문에 너무 힘들 때, 인간관계 때문에 머리 아플 때,
퇴근하고 나 혼자 가서 온더락으로 홀짝거리면 그나마 좀 나아졌다.
그 공간 자체가 다른 곳보다 특별한 점은 없었다.
그냥... 그 자체로 내 나날의 일부여서 특별한 공간이었다.

그런 공간이 없어져서 너무 아쉽다.

하지만 그 공간에서 있었던 추억조차 사라진 건 아니니까.
좋았던 기억, 나빴던 기억 모두 소중하게 간직하고 살아가야겠다.

그래도 가끔은 볼트의 흑백영화와 시금치딥이 그립다.

여러분의 추억의 공간은 어디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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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편하게 하는 장소셨나봐요

네, 맞아요! 퇴근후에 잠깐 들릴수도 있단 점이랑 그 당시에 몰려다니던 친구들도 다 좋아서 더더욱 편하게 느껴졌나봐요 :)

우선 프랜차이즈커피 전문점 중 폴바셋(폴바셋이 없어 만만한 스벅을 자주 가지만요)을 가장 좋아하는 1인으로서 어머니와 친구네 부모님의 탁월한 선택에 경의를 표(?)합니다.

한 곳에 오래 거주한 적이 없고 바빠서 일, 집, 일, 집 했던 것 같아서... 추억의 장소를 아무리 기억하려고 해도 없네요. ㅠㅠ 생각나면 대댓글 달께요.

ㅋㅋㅋ 폴바셋을 좋아하신다니 역시 배우신 분!

그런데 한 곳에 오래 거주한적이 없다고하시니 그동안 바삐 살아오신 게 느껴집니다.. 일 집 일 집 하는동안에 추억의 장소나 단골집이라도 만들어두면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효과가 있던데 ㅜㅜ
지금부터라도 가면 마음편해지는 곳을 만들어보세요 :)

저 조금 생각났어요. 장소를 특정지을 수는 없지만.... 공원 벤치(호수가 바라보는 곳이거나 넓은 광장이 보이면 더 좋고요.), 숲 속, 산 꼭대기, 해변, 넓은 광장, 배낭하나 메고 마음 껏 돌아다닐 수 있는 한국어가 안들리는 곳 정도일까요? ^^

한국어가 안들리는 곳. 어떤 느낌으로 그런 말을 하셨는지 알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저도 외국나가서 한국말이 들리면 자동적으로 경계를 하게되서.

역시 아시는군요~ 그 감정까지~ ^^;
이렇게 제 마음을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

자주 간 곳은 아니지만 경리단길에 이중생활이라는 카페에 좋은 기억들이 묻혀 있는 것 같아요. 볼트 한 방문해 봐야겠네요!

앗, 이중생활 이라는 이름의 카페라니....! 완전 제 스타일인데요 +_+ 저도 한번 가봐야겠어요 ㅎㅎ

아 그리고 한남동 볼트는 이제 없어졌고, 청담으로 옮겼어요! 그런데 스테이크음식점이랑 바bar로 재탄생했죠 ㅎㅎ

한남동에 있었던 볼트 바를 가 본적은 없어 잘은 모르겠지만, mylifeinseoul 님이 추억의 공간으로 기억하시는 것을 보면 분명 좋은 공간이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강남이나 이태원파가 아니었던 저는 (뭐 그렇다고 홍대파... 라고 말하기도 좀 어렵긴 하지만) 홍대앞 주차장 길에 있던 블루스하우스나 놀이터 골목 안쪽에 있던로보가 추억의 공간으로 떠오르네요. 음악이나 공간 분위기도 좋았고.. 무엇보다 예술쪽 친구들과 편하게 한잔 하던 공간이라서 그런가봐요. 없어진 것이 좀 아쉽네요.

추억과 함께하는 삼일절이 지나갑니다. 하루만 힘내면 다시 주말이네요! 힘내시자고요 :)

전 홍대쪽을 거의 가본적이 없어서 말씀하신 곳들이
기억이 없지만, 분명 따뜻한 장소였을 거라는 느낌이 들어요! 그와 더불어 같이 갔던 사람들이 thinky님이 좋아하는 친구분들이어서 그랬을거고 :)
이런거보면 추억의 장소가 좋은 이유는 다른 특별한 이유없이, 좋은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어서 인가봐요! 그리고 그 좋은 사람들 중 일부를 이제는 못 만나기 때문에..?

네! 맞아요. 이제는 그곳에서 느꼈던 따뜻함이 그립고, 그리고 함께 했던 사람들은 각자의 길을 가고 이제는 만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서 더 애틋한거 같아요 ^^

추억의 공간이 있다는 건 참 든든하죠.

맞아요 맞아요!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고 한번 가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참 든든해요 :) 물론 그 당시에 같이 갔던 사람들은 더이상 옆에 없을수도 있다는게 안타깝지만.

요즘 @mylifeinseoul 님 글을 읽으면서 제 자신을 자꾸 돌아 보게 되네요 내 추억의 장소가 어디였더라... 일기장좀 확인해 봐야겠어요

전 추억여행을 가끔씩 해보는 것도 좋더라구요 :)

분명 있었는데.. 오래전에요^^

제가 지금 생각하는 추억의 장소인 볼트도 기억속에서 점점 흐릿해가겠죠? :)

추억의 공간이 사라져서 아쉽지만 .. 사라졌기에 추억으로 남길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 추억의 장소가 변질(?) 되면 그것만큼 가슴아픈 것이 없더군요

맞아요! 제가 좋아하던 곳이 변질되고 이상한 곳으로 변하는 것만큼 마음아픈게 없어요 ㅠㅠ 차라리 없어지는게.... (이렇게 말하니 좀 잔인하게도 들립니다 ㅎㅎ)

안녕하세요. 술스팀 전문 @aperitif 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바, 술 스팀글 보고 왔습니다.. 한남동 볼트 이름은 많이 들어본것 같아요. 가보진 않았지만요^^
저는 한남동 와이낫, 이태원 소하라운지, 오목교 알콜트리, 압구정로데오 원티드 등의 바를 자주 방문하는것 같아요. 모두 추억의 장소죠..
마이라잎인서울님 덕분에 저또한 새벽감성에 빠지는것 같네요. 나의 추억의 공간은 어디였는가....^^

볼트가 나가고 난 자리에 소하라운지가 들어왔더라구요! 재밌네요, 아페리트프 님이 좋아하시는 소하라운지가 제가 좋아했던 볼트의 자리에 있다는게 ㅎㅎ

그나저나 순천향대학병원쪽을 이태원이라고 부르나요? ㅎㅎ

아! 신기하네요~ 소하라운지도 좋아요! 순천향대 병원은 이태원이랑 한강진 사이에 있더라고요 ㅎ

아, 저는 항상 한남오거리를 중심으로 생각해서 순천향병원도 한남동에 위치했다고 생각했는데 ㅎㅎ

Vault가 추억의 장소이셨군요~
저 역시 추억의 장소'들'이 있어요. 여기저기.. 각 장소들마다 각각의 추억과, 함께 했던 사람들과, 그 때 들었던 음악들이 마치 단편영화의 장면들처럼 기억의 앨범 속에 저장되어 있는 느낌..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외국에도 여러 장소들에.. 그건 Cele님도 마찬가지시겠죠..? ^^
덕분에 오랜만에 추억을 더듬어봤네요^^

맞아요, 여기저기 서울에도 있고 부산에도 있고 해외에도 있고... ㅎㅎ 추억의 장소를 되짚을때마다 그곳에 같이 갔던 사람들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그때 그 사람들이 그립기 때문이겠죠? :)

추억의 공간이 사라지면 참 아쉬워요. 하지만 그 추억을 공유할 친구가 있으니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역시 추억을 공유할 친구가 제일 소중해요! 내가 모르는 내 모습을 알고있는 유일무이한 존재이기도하고 ㅎㅎ

추억의 공간...
있었나..
하면서 문득 돌아보게 되네요...

갑작스럽게 물어보니
마땅히 떠올라지지 않네요.

추억의 공간이 있다는 건 추억 속의 좋았던 사람이 있다는 것과 같은 뜻이라고 생각해요 :) 신도자님께도 분명 그런 추억의 공간과 추억속의 좋은 사람이 있으실 거예요! 다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의 모래 속에 파묻힌 것일뿐.

와 엄청 분위기 있는바네요.. 저도 방문해보고 싶지만 없어졋다니 너무 아쉬워요... 옛 추억은 가슴에 안고 이제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것도 좋을것이라고 생각하네요 ^^

근처에 다른 좋은 바들도 꽤 많아요 :)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옛 추억은 가슴에 소중히 안고 새로운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가야겠어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ㅎㅎ

해방촌에 트웰브라는 바도 진짜 좋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