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보유세에 대한 고찰 - 서울과 뉴욕, 두 도시 이야기

in #kr7 years ago (edited)

국가 및 도시의 물가를 비교하는 통계 사이트 NUMBEO를 보다보면, 각국의 도시의 물가는 가끔 꽤나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물론 같은 나라, 같은 도시, 같은 마을 안에서도 입지에 따라 주택의 가격은 상이하고, 대파 한 단의 가격은 우리 동네 이마트와 그 담장 넘어 있는 전통시장 사이에도 격차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 통계를 맹신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 및 사회의 경향성 측면에서 보자면, 이는 어느 정도 고민해볼 가치가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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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O

한국의 수도인 서울과 미국의 경제수도라 할 수 있는 뉴욕의 Cost of Living 비교자료를 보면, 아래와 같이 뉴욕의 아파트 월세(Rent) 가격은 대략 한국에 비해 1.5~2.5배 가량 높은데 반해 아파트 구매(Buy) 가격은 대동소이함을 확인할 수 있다. (왼쪽이 서울이고, 오른쪽이 뉴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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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NUMBEO_2018.02.15 기준

이러한 차이는 어떠한 이유에서 오는 것일까. 뉴욕은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나이지만, 그래도 호기심에_제한된 정보를 활용하여 그 이유를 더듬어보기 시작했다. 그 이유를 알아보기 전에, 먼저 저 데이터는 서울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 현실적인 금액인지 부터 알아보자.

3 베드룸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24평-32평대의 아파트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24평으로 가정을 해보자. 24평은 전용면적으로 보통 59m2인데, 강북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59m2 면적 시세는 현재 8억 3천만원 가량이다. [=(상한가+하한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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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네이버부동산_2018.02.15 기준

그렇다면 단위면적(M2)당 가격은 약 1천4백만원 (=830,000,000원/ 59M2) 가량이 된다. 다시 위의 NUMBEO 3베드룸 M3당 가격을 한번 살펴보자. City Center의 경우에 M2당 1천 4백만원이고, Outside of Center의 경우 M2당 837만원이다. 마래푸가 현재 강북에서 가장 잘나가는 아파트중의 하나임을 감안하면 뭐 어느 정도 자료의 신뢰성은 있다고 볼 수 있다. 가격 관점에서 보자면 서울의 City Center는 강남 정도 될 것이며, Outside of Center는 강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튼 가격이야 그렇다 치고, 그러면 왜 뉴욕의 집값은 서울과 비슷한데 반해, 월임대료는 서울의 1.5-2.5배나 될까. 그 이유를 찾아보기 위해 나는 뉴욕시 공식 홈페이지를 찾아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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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다양한 인종이 모여사는 세계적인 도시답게, 이 뉴욕시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언어로 게시물을 접근 가능했다. 그 중에 뉴욕시 주거용 부동산세와 관련해서는 한글로 된 자료도 존재했는데, 이 자료에는 뉴욕시가 부동산세로만 거두어 들인 세금이 전체 시 세금의 43%나 됨을 보여주고 있었다. 뉴욕시는 부동산의 등급에 따라 각기 세율을 달리하여 적용하는데, 실제로 시장가치가 46%에 달하는 등급1(1-3가구 주거용 부동산)의 세율은 19.999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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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0%대에 달하는 세율을 보면 뜨악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시장가치 자체에 20%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고, 이는 감정가와 공제가치, 과세 가능 가치 등을 고려한 후 세율이 적용되게 된다. 그러니까 대략 7억원에 가까운 시장가치를 가진 아래 주택의 경우 그러한 감정가 및 공제액을 제외한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하면 연간 부동산세가 대략 635만원 가량 된다. 그러니까 실질세율은 대략 연간 1%가 조금 안되는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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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NYC Class 1 Property Tax Guide] (http://www1.nyc.gov/site/finance/taxes/property-reports.page)

그럼 서울의 경우는 보유세가 얼마나 될까. 앞서 언급한 마포래미안푸르지오2단지 59M2 의 공동주택공시가격은 2017년 기준 4억 5천만원 가량이다. 그렇다면 이 주택의 재산세/지방교육세/도시계획세 총 납부세액은 1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일 것이다. 주택 총 가액이 9억원 이하므로 종합부동산세 납부대상도 아니다. (과세표준 3억원 초과분에 대한 세율은 57만원 + 3억원 초과금액의 0.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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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국토교통부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_2018.02.15기준

시세는 8억원에 육박하고, 실제 매물은 9억원을 넘어도 구하기 어려운 마래푸라지만, 재산세의 관점으로 가자면 뉴욕시 7억원 아파트의 대략 1/6에 불과하다. (물론 상기 계산은 이론적인 것으로, 실제 계산과는 다소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여기서 만약 뉴욕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서울의 재산세를 두고, 그래 역시 재산세가 문제였어. 재산세율을 높여버리면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겠지 하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아직 판단의 시기를 늦춰달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무슨 말이냐면, 여기서 차이 나는 재산세 연간 차액 약 5백만원 가량은 집주인에게 부과되는 것이지만, 만약 이 주택이 타인에게 임차해준 것이라면, 이 재산세 차액은 고스란히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미국은 자연재해 및 범죄 등에 따른 손상을 대비하여 주택보험으로 연간 1-2백만원 가량 발생하게 되는데, 이러한 비용도 임대료 산정에 반영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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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별 평균적인 주택보험 가격_출처

결국 그러한 보유세나 보험과 같은 주택관련 비용이 높아지게 되면 주택 보유에 대한 기대수익률 감소로 투자가치가 떨어져 주택가격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결국 임차료 상승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없는 서민들의 몫일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보유세 및 간접비용이 올라가더라도, 수요-공급 및 거시경제 지표에 따른 부동산 가격 등락요인은 여전히 존재하게 된다.

얼마 전 뭄바이 부동산과 관련된 글에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주택가격이 감소세에 이르면,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있는 중산층도 굳이 주택을 구입하지 않고 숏포지션으로 돌아서기 마련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월세가 오른다면, 그것은 과연 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 조금은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지점일 것이다.

이상으로 서울과 뉴욕의 주택가격 및 임대료를 가지고 부동산 보유세에 대한 단상을 이야기 해 보았다. 물론 나는 이러한 단편적인 근거를 통해 섣부르게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 절대 반대한다거나 하는 주장을 하자는 건 아니다. 현재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는 선진국 대비 낮은 경향이 있는 건 사실이고, 큰 폭이 아니라면 어느정도 조정은 정책 상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이 마치 주택가격을 잡을 수 있는 마술봉이라 생각하고, 마음대로 휘두르다가는, 오히려 정말 주택시장의 외곽에서 월세를 내며 살아가는 서민들에게는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주택정책의 목적은 주택가격을 잡는 것인가, 주거안정을 달성하는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볼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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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지가 현실화와 일부 재산세 상향이 되나보더라구요.
점차 보유세가 올라가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네, 그런 경향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문제는 얼마나 올리느냐가 중요할 수 있어 보입니다.

궁금했던 부분인데 의견까지 감사합니다 @홍보해

지인들과의 대화 중에 나온 주제인데, 궁금증 해결을 참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ㅋ 여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mumbaiyang님 안녕하세요. 개수습 입니다. @joeuhw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개수습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ㅎㅎ

스팀에서 만나는군요...^^

반갑습니다! 팔로우도 했습니다 ㅋ 그런데 미국부동산은 지역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보유세도 보유세지만 연간 보험료가 상당하네요. 실거주자 입장에서 한두마디만 보태주실 조언이 있나요? ㅎㅎ

평소에 한국 주택 임대료가 경제 규모와 공급 상황에 비해 싸다고 생각했는데 보유세라는 변수가 있었군요. 어떻게 보면 낮은 보유세라는 혜택을 집주인과 세입자가 나누고 있다고 봐도 되겠군요.

네, 저도 시드니나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와 같은 곳을 다니면서 보면, 생각보다 서울의 주거임차비용은 적게드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현재 제가 거주하는 뭄바이에 비해서도 말이지요.

임차비용 차이를 그렇게 볼 수 있겠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물론 전세제도라는 변수가 있어서 본문의 해석은 가설의 차원에서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분석을 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정부가 가까운 미래만 보고 여기저기서 설치고 다니는군요. 지나간 길에는 자국이 심하게 남는군요. 제발 그만 좀 가만이 있어줬으면 좋겠군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어느 정부나 부동산 정책은 골칫덩이지요. 해결해보려는 의지 자체는 굳이 뭐라하고 싶지는 않으나, 과도한 기대나 의지는 때론 상이한 결과를 도출시키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혹시 이 글의 출처를 포함하여 SNEK의 독자들에게 공유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