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책모임을 가졌습니다.
놀이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하다가
정리좀 해보았습니다.
놀이란 무엇인가.
프로이트-놀이는 인간이 가진 부정적 정서를 극복하고 소망을 충족시키는 힘이다.
피아제-유아의 놀이 경험이 인지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피아제는 각 연령별로 필요한 놀이는 뇌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성장 단계에 따라 변화하는 영유아 놀이가 인지능력뿐만 아니라 신체, 정서, 사회성 발달까지 관여한다고 하였다.
결국 그 나이에 맞는 놀이를 해야 균형 있게 발달한다고 한다.
-EBS 다큐프라임 놀이의 반란 중에서-
놀이의 중요성은 재차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는다-이 책의 붙임 자료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이제는 가물가물해져가는 내 어릴 적 진짜 놀이들이 이 책 속에 다 있다.
단순히 놀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매 월별로 할 수 있는 아이들의 놀이와 함께 그 놀이의 의미도 함께 설명하고 있다.
공기놀이며 나이 먹기 땅따먹기, 산가지 놀이, 투호, 줄넘기, 양지치기, 남대문 놀이, 깡통차기, 제기차기...
우리는 그저 그것이 즐겁고 신나고 승부욕에 불타서 매순간을 놀이에 집중했을 뿐인데 놀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참 많은 것들을 깨치며 쑥쑥 자랐던 것이다.
잘 놀지 못하는 내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해질 정도로 나는 매일을 온 열정을 다 쏟아서 놀았다.
나보다 훨씬 큰 언니 오빠들 틈에서 체력적으로 많이 밀리지만 악으로 깡으로 따라다니며 잘도 놀았으니 이미 그때부터 최선을 다하는 삶에 대해 배웠던 듯하다.
또 귀찮다고 밀어내지 않고 나를 데리고 다니며 같이 놀아줬으니 나는 우리 집 맏이였지만 언니도 많고 오빠도 참 많았다.
그러다가 언니가 도시로 떠나고 오빠가 도시로 떠나면 그 자리를 내가 대신하고 내 자리는 다른 동생이 채우고 늘 동네는 해지도록 우리의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우리는 모두가 꼬마 장인들이었다.
직접 흙 마당에 동그라미 세모 네모 놀이판을 만들고, 비닐봉지에 병뚜껑을 씌워서 고무줄로 꽁꽁 묶어 제기를 만들고, 동네 굴러다니는 양철통은 죄다 주워 다가 구멍 뽕뽕 뚫어 쥐불놀이를 하고, 긴 장대 끝을 동그랗게 만들고는 구석구석 거미줄이란 거미줄 죄다 쓸어다가 잠자리 잡는다고 휘젓고 다니고, 못쓰게 된 자전거 바퀴 뜯어다가 굴렁쇠 만들어서 차례 정해놓고 굴렁쇠 굴리고, 각시 풀 끊어다가 각시 인형 만든답시고 쓸 수 있는 옷가지들 가위질해서 천 쪼가리 만들어버리고.
언니 오빠가 어린 동생들에게 놀이를 가르쳐주고 또 어린 동생들은 그보다 더 어린 동생들에게 놀이를 가르쳐주고를 반복했으니 이쯤 되면 우리도 전래놀이 전수에 한 몫 한 셈이 아닐까.
그런데 신나는 놀이들을 글로 보고 있자니 왠지 씁쓸한 생각이 든다.
놀이를 글로 배우는 아이들을 생각하니 괜한 죄책감도 든다.
자전거 타러 가자고 조르는 큰 녀석에게 갖은 핑계를 대며 블록 교구를 들이대는 엄마.
놀이터에 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에 들어가기 싫어 떼쓰고 우는 아들을 못 이겨 집에다가 그네며 미끄럼틀, 트렘폴린까지 들여놓고 나중에는 모래까지 사다가 구색을 맞춰놓고는 놀이터는 지저분해서 못쓴다고 개미를 관찰할 기회를 빼앗아버린 엄마.
나는 어린 시절 신나게 놀아 놓고는 내 아이들에게는 모래놀이, 물감놀이, 소꿉놀이랍시고 집안에 앉혀놓고는 “놀아준다”는 표현을 쓰면서 놀이의 시작과 끝을 내 맘대로 정하는 엄마.
체험학습이랍시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인증샷 찍기 바쁜 엄마.
여느 아이들과는 달리 느리게 자라는 아이를 데리고 놀이치료,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랍시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바삐 움직이면서 나는 아이의 눈을 마주칠 기회를 매번 놓치고 만다.
눈을 안 마주치는 게 이상스러워서 병원을 찾았던 것을 망각하고 나는 내 아이에게 나의 뒤통수를 더 많이 보여주는 못난 엄마이다.
늘 인자하게 기다려 주는 척, 잘 놀아주는 척 하면서 사실은 내 아이들을 관리하려 들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1991년 이 책이 처음 나왔다.
그때 나는 초등학교 1학년.
신나게 뛰고 달리며 나의 놀 권리를 참 열심히도 행사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미 그때 이런 책이 나왔다면 과연 놀이의 부재는 언제부터였다는 말일까?
나는 오늘 당장부터 아이들이 하원하면 자전거를 타고 나가야겠다.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동네 아이들을 마주치게 해야겠다.
그리고 아이들 틈에서 나의 두 녀석이 어울려 놀 수 있게 나는 저만치서 지켜봐야겠다.
각자의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많은 애를 쓰고 있는 각자의 부모들 모두가 꼭 봐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책 이름 : 가슴펴고 어깨 걸고
저자: 놀이연구회
출판사 : 우리교육
● 토론내용
-요즘은 전래놀이 지도사가 생겼다.
-예전 놀잇거리를 파는 곳이 없다.
-방학중에 타지를 갔던 친구가 그 지역 놀이를 가지고 와서 놀이를 전수 했었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의 놀이들도 알고 배우고 놀았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잘 놀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 보자.
-놀이는 표정 없는 어른들을 웃게 하는 힘이 있다.
-동네를 누비며 숨바꼭질 했던 기억을 더듬어 본다.
골목이 사라진 지금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골목이 다시 살아난다면 유치원 갈 필요도 없을텐데......
-2시간의 노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과연 우리가 잘 놀수 있을까?
-놀기 동아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1년 12달 놀 수 있겠다.
●키워드 : 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