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0원짜리 스타워즈 10100원 짜리로 색칠하기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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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프라모델 전시회에 다녀온적이 있습니다. 마침 집에서 가까운 성남이라 가벼운 마음이었죠.

장소는 좁았지만 전시된 작품은 어마어마 했습니다.
저와 아들들은 차원이 다른 완성도의 장난감에 이미 질려버렸고, 아내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형을 좋아하는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STAR WARS CONVERGE VEHICLE X-wing
수많은 모형에 잔득 고무되어 전시회 구석에 판매되는 모형을 발견했을 때 이미 제 지갑은 활짝 열렸고 아내의 지갑에까지 빌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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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WARS CONVERGE VEHICLE X-wing 라는 제품 앞에서 만원의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지름신이 찾아옵니다. 이 제품은 일본 장난감의 명가 반다이의 식품완구로 장난감을 사면 과자를 주는지 과자를 사면 장난감을 주는지 모호한 제품으로 장난감을 슈퍼마켓에도 팔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상품군입니다.

정말 사탕 하나 달랑 들어 있는데 (맛도 그다지...) 사야만 했던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워즈인데 액스윙 파이터였고, 최신 디자인이 아니라 어릴 때 구형 디자인인데다 귀여운 모양에 R2D2까지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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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은 이렇습니다. 뭐 사실 포장에 사진과 동일합니다. 부분 부분 색깔도 칠해져 있고 모양도 귀엽지만 이게 만원인가 의구심이 밀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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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엑스윙파이터 보다 저렴하게 구입한 아들의 건담은 이렇게 멋진데 말이죠. 슬퍼하는 제게 아들이 위로합니다.

“아빠, 사탕이 만원짜리야. 장난감은 덤이구”

이대로 무너질 수 없습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모든 물건은 색칠을 하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건프라 장인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색칠 놀이를 결심한건 그 때입니다.

우선 먹선을 넣어 줍니다. 저는 먹선용 펜을 주로 사용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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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언제 사 두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먹선 전용 페인트까지 동원했습니다.

붓이 달린 뚜껑으로 묽은 회색 페인트를 홈에 떨어트리면 금세 라인이 그려집니다. 마른 다음엔 면봉에 신너(가난한 저는 라이터 기름을 사용합니다.)로 닦아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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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선을 넣고 나면 이제 5000원짜리 장난감 처럼 보입니다. 조금더 고급져 보이도록 옛날에 만들고 남은 스티커를 붙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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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식 데칼은 물에 녹여 사용하기 때문에 불편해서 인지 요즘은 통 보지 못하지만 고급 장난감이라면 습식이죠.

습식 데칼이 더해져 6000원 짜리 장난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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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기까지 왔으니 더 가보기로 합니다. 반광으로 표현된 창문을 마스킹 테이프로 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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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물점에서 언제 구입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무광 투명 락카를 칠해줍니다. 플라스틱에 표면에 작은 알갱이가 요철을 만들어 광이 사라집니다. 이제 8000원 짜리 장난감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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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광이 되면 파스텔로 그라데이션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에어브러쉬 같은 고가의 장비 없이도 문구점에서 구입한 파스텔과 붓으로 비슷한 표현을 할 수 있죠.

물론 바탕색을 어둡게 해주는 것 뿐이라 어두운 색에는 사용할 수 없고 밑색을 가리지도 못하기 때문에 고급진 그라데이션은 기대할 수 없지만 이제 9500원 짜리 장난감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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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500원 어치를 체우기 위해 노안으로 어두워 가는 시력을 달래며 작은 부분을 칠합니다. 은색을 마른 붓에 묻혀 문지르는 드라이 브러싱 같은 고급진 기술도 써보았기 때문에 600원이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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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만원짜리 장난감을 만백원 짜리 장난감으로 만드는 여정을 끝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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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들의 건담에 뒤지지 않은 장난감이 되어 뿌듯합니다. 아들도 멋지다고 칭찬합니다.

아내는
“내가 오타쿠를 키우고 있었구나”
한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