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피엔스(2)]역사상 최대의 사기, 그리고 덫

in #kr7 years ago


유발하라리는 농업혁명을 '역사상 최대의 사기이자 덫'으로 표현한다.

'비가역적인' 변화로 묘사한다

인간은 농업혁명을 통해 식량의 생산량을 늘릴수 있었고, 인구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노동시간은 늘어났고, 농사에 집중해야 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부가 되고 말았다.

심지어 농업혁명은 동물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소,양,당나귀 등 야생에서 자라던 동물들은 인간의 욕망에 의해 점점 '가축'이 되었다.


2부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유발하라리가 이런 농업혁명을 보는 관점이었다

진화생물학적 관점으로 보면, 농업혁명은 인류와 동물에게 굉장히 유리하다.

개체수를 늘릴 수 있고, 종의 번식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발하라리는 여기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그럼 그들은 행복한가?

농업혁명으로 인간은 행복해졌는가?

가축이 된 야생동물은 행복해졌는가?


정량적인 면을 넘어서 정성적인 면도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가 이렇게 묻는 이유는 인간이나 동물들이 행복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유발하라리는 심리적인 관점에서 농업혁명을 접근한다.

농부가 된다는 것은 어떤 심리적 변화를 일으킬까?


농부는 씨를 뿌리고 열심히 일해서 열매를 수확한다.

이 과정에서 농부는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이 말은 농부의 행동반경이 수렵채집생활하던 인간과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줄어든다는 걸 의미한다.

또한 농사를 위해 강가나 호수 근처에서 정착생활을 해야 한다.

결국 수렵채집생활을 할 때보다 작고 인위(인공)적인 공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인간은 농업혁명을 거치면서 걱정이 많아졌다.

열매를 수확하기 전까지 아무것도 생기는 게 없다.

혹시나 대규모 자연적인 변화 때문에 피해보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잉여생산물이 생기면, 저장을 통해 그 불안과 걱정을 없애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해소되지 않은 불안은 인간을 점점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도록 몰아 간다.


지배 권력과 엘리트는 인간의 이런 약점을 공략한다.

규모가 점점 커지는 인간사회에서 불안과 걱정을 해소시키기 위해선 '질서'가 필요하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믿게 만든다...


인간의 언어와 상상력으로 상대방을 믿게 만드는 것, 결국 '인지혁명'의 연장선상에 농업혁명은 존재한다.

인간은 '상상속의 질서'를 창조한다. 

'상상속의 질서' 안에 객관적인 실재는 없다.

왜냐하면 그 '질서'는 믿음을 근거로 하기 때문이다.

막말로 믿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유발하라리는 함무라비 법전과 미국의 독립선언문을 예로 들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상대방을 믿게 만드는 방법은 모두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그 내용이 객관적으로 실재한다고 말하면서 세뇌시키듯 주입한다.

만약 현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식의 설명은 조금 거북할 수도 있다.

근데 웃긴 것은 민주주의나 자본주의도 '믿음'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결국 유발하라리는 농업혁명은 '상상속의 질서'를 이끌어냈다는 말을 하고 있다.


사실 이책에서 '문화'나 '질서'는 약간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향이 있다.

유발하라리는 문화가 부자연스럽고 억압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뭐..상황에 따라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런 인식으로 인해 2부 마지막에서 모순되는 주장을 하고 있는 유발하라리를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의 문화에서 여성성보다 남성성을 우위로 두는 이유를 설명할 때, 유발하라리는 '생물학적'인 이유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한다.

물론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는 코멘트도 함께 달고 있다.

그런데 동시에 인간의 종 안에서 권력은 폭력이 아니라 정신 및 사회적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이게 모순되는 주장들이다.

폭력을 생물학적인 이유라고 치환하고, 정신 및 사회적 능력을 문화나 질서로 치환하면, 유발하라리는 완전하게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 된다.

남성이 여성보다 권력을 손에 넣기 쉬운 이유가 생물학적인 이유라고 말하면서, 정신 및 사회적 능력도 그 이유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유발하라리가 이 주장들이 모순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주장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남성은 여성보다 생물학적인 능력 뿐만 아니라 사회적 능력까지 뛰어나서 인간 사회를 지배하게 되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잘...모르겠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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