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포스트'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의 프리퀄이다.(2)

in #kr7 years ago (edited)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은 두 기자가 워터게이트 사건을 어떻게 취재하는지를 보여주는 '취재수첩'이라 할 수 있다.

1970년대의 미국 기자 사회가 정말 그랬는지 알 수는 없다.

게다가 이 영화는 상업영화이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처럼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만 묘사했을 리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기자가 어떤 직업이며, 어떤 덕목을 필요로 하는지 수시로 힌트를 제공한다.


1.(출처가)확실한 정보+(믿을만한)증거와 증언의 확보

결과적으로 밥우드워드와 칼번스타인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는 사람은 이미 사건의 결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건의 배후에는 닉슨이 있다는 정답을 알고 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는 역사가 스포일러 역할을 하는 셈이다.

브래들리 편집국장은 밥우드워드와 칼번스타인에게 계속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확실한 거야?

정보의 출처는 믿을만 해?

추측만으로는 곤란해! 뒷받침할 증거와 증언은 확보했어?


이런 기본적인 질문들이 너무나 당연하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거다.

그런데 이런 질문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언론인 얼마나 있을까?

브래들리 편집장의 가이드를 따라 밥우드워드와 칼번스타인은 진짜 기자가 되어간다.

영화 초반에 이들이 헤맨다고 느꼈던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영화 초반 이런 질문들을 생각하지 않으면서 특종만 노리는 하이에나 같은 모습이 밥우드워드와  칼번스타인에게서 포착된다.

'더 포스트'가 워싱턴포스트의 사주 캐서린 그레이엄의 성장 드라마라면,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은 밥우드워드와 칼번스타인의 성장 드라마라고 말할 수 있다.


밥우드워드와 칼번스타인은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사람들을 만난다. 

누구를 만나야 영양가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들이 입수한 명단에 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접촉하는 그야말로 '무식한'방법을 선택했다.

영화에서는 주로 회유와 설득의 방법을 사용했지만, 아마도 실제 취재과정에서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협박의 방법도 사용했을 것 같다.

물론 그 모든 취재과정을 영화에서 담고 있진 않기 때문에 그 부분은 나의 상상력일 뿐이다.


2.상대방을 인정하는 태도



밥우드워드는 기사를 쓸 자료를 확보하고, 나름 만족스러워하며, 기사를 작성한다.

밥우드워드가 작성한 기사를 본 칼번스타인은 기사를 수정한다.

그 모습을 본 밥우드워드가 뭐하는 짓이냐고 묻자, 칼번스타인은 밥우드워드에게 어떤 식으로 

글을 써야 하는지 일종의 첨삭지도를 해준다.

사실 이건 밥우드워드 입장에선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문제다.

명색이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인데, 다른 기자에게 첨삭지도를 받는 꼴이라니...

망신 중 개망신 아니겠는가!

만약 편집장에게 지적 당했다면, 자존심이 덜 상했을텐데...


그런데 여기서 밥우드워드의 반응을 보고, 나는 살짝 뭉클했다.

기본적으로 밥우드워드를 연기한 로버트레드포드가 연기를 잘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밥우드워드는 잠시 멈칫하더니, 자신이 모았던 자료를 칼번스타인에게 준다.

자신보다 글을 더 잘 쓴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그후, 마치 밥우드워드와 칼번스타인의 버디무비처럼 이야기는 진행된다.

처음부터 엄청난 기자들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부족해보이지만, 조금씩 배우고 성장하면서 진실에 다가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기자와 언론을 다룬 다른 영화들과 구분될 수 있다.


3. 정보제공자와의 밀고당기기



밥우드워드는 깊은 목구멍과 몇차례 만나 정보를 듣게 된다.

그런데 정보제공자는 완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진 않는다.

문학적으로 표현하면, 마치 시 같은 정보를 제공한다.

사실 정보제공자는 구체적인 정보를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과 같이 포괄적이고 상징적인 단어만 밥우드워드에게 알려준다.

기자와 언론을 다룬 몇몇 영화에선 정보제공자와 금전적인 거래를 통해 정보를 취득하곤 한다

.

실제로 많은 취재가 그렇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깊은 목구멍은 '믿음''신뢰'를 두고 끝까지 밥우드워드와 줄다리기는 하고 있었다.

이런 부분은 1976년 작품이 지금 봐도 신선하다고 느끼게 해준다.

밥우드워드는 영화 내내 불완전한 정보로 답답함을 느낀다.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짜증을 부리다가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무식함'을 가진 인물이었으니까...


4.워싱턴 포스트와 브래들리 편집국장


'더 포스트'에서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펜타곤페이퍼를 파헤치고,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에서는 워터게이트 사건에 목숨을 거는 언론사는 동일하다.

워싱턴 포스트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민주당 성향의 언론사인가?


정반대다. 

당시 뉴욕타임즈가 민주당 성향이었고, 워싱턴 포스트는 오히려 공화당 성향의 신문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조중동이 보수정권을 끌어내리는 거에 앞장선 꼴이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진실을 향한 발걸음에는 정치적 성향은 의미가 없다.


이런 관점으로 접근하면,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기자라면 너무나 당연하게 갖춰야할 덕목과 관점 같지만, 현실에서 저런 관점과 덕목을 갖춘 기자를 찾기가 좀 많이 힘들다.



브래들리 편집국장은 다음과 같은 뉘앙스의 말을 한다.


"누군가를 '악마'라고 말해야 한다면, 완벽하게 준비해야 한다."


영화 초반 브래들리 편집국장은 마치 밥우드워드와 칼번스타인을 방해하는 것처럼 비춰진다.

근데 그건 이 사건의 결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브래들리 편집국장이 답답하게 보이는 것 뿐이다.

브래들리 편집국장의 원칙은 간단명료하다.

1.추측으로 기사를 쓰지 말 것

2.출처가 분명한 증거와 증언을 확보하고, 그 증언과 증언을 확실하게 팩트체크 할 것

영화 후반에 이 두가지 원칙이 충족되자, 브래들리 편집국장은 밥우드워드와 칼번스타인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준다.

그리고 다양한 방향에서 들어오는 외압을 모두 방어해주기까지 한다.

언론인의 모습은 이래야 하는 거 아닐까?


우리나라에도 이런 탐사보도 저널리즘이 가능할까?

특정 기자가 전담해서 오랜 기간동안 연속성있게 한 사건을 취재하는 게 가능할까?

자본에 눈이 멀어있는 우리나라 언론사들이 그걸 허락할 수 있을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로 조회수와 발행부수 늘리는 것에만 관심있는 언론사에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는 건가?


영화를 보고 나면, 기자,언론, 그리고 방송에 관한 수많은 질문이 생긴다.

하지만 어떤 질문도 명확한 답이 없는 현실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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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내용이네요! 앞으로 언론들이 더 큰 책임감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팔로우하고 가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저도 기자,언론, 방송이 책임감이란 걸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벌써 10시네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