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6. 고등학생이 아재가 되었고, 얼그레이 아이스크림은 즘트였다

in #kr6 years ago (edited)

마늘일기19.01.06.png

열일곱살부터 친구가 된 고등학교 동아리 친구들을 만났다. 십여년이 지나는 동안 변한 게 하나 없어 보였다. 우리 나이에 맞는 책임감과 삶의 무게(?)가 더해졌다면 우습게 들릴까?
각자의 연애, 결혼, 직업에 대한 관점을 들었다. 물론 재밌는 친구들이라 진지한 얘기로 전개될라치면 빵 터지기 일쑤였다. 진지하지만 매사 진지한 걸 싫어하는 나에게 아주 잘 맞는 친구들이다. 우리세대 청년들 답게 열심히 살고 있었고 돈도 잘 벌고 있었다. 물론 급여는 상대적 박탈감을 주기에 충분하므로, 또 우리는 서로를 '까는' 게 괜찮은 사이임으로, 한명이 주구장창 돈이 많다고 놀림(?)을 받기도, 스스로를 장난스레 비관하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똑똑하고 세상 돌아가는 데 밝은 친구들이라 내 생각의 균형을 맞춰주기도, 내가 모르는 꼭 필요한 정보를 주기도 한다.
성격도 다르고 직업도 다른 우리를 보며 그래도 한 가지는 공통됨을 느꼈다. 진부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었다. 이별의 아픔을 겪었고, 기본급의 300%의 인센티브를 받기도 했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며 과거 이별의 당위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나는 여기서 마음이 아팠지만 친구의 말에 동의하지 않기는 또 어려웠다.) 건강과 여러 이유로 애인과 아이를 갖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 했고, 창업에 성공한 다른 동창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우리는 모두 어느 부분에서 빈곤했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큰 하자 없는 멋진 사람들이나, 각자 결핍을 느끼는 지점에서 빈곤했다. 그래도 스스로가 불쌍하지는 않았던 건 우리는 아직 젊고(?) 놓인 상황에 맞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나 놀았냐고, 이제 일해야겠다고 얘기해주는 친구들 덕에 좋은 자극이 됐던 하루. (오랜만에 밤에 잠이 안 왔다 이놈들... 아낀다)
아끼는 마음이 잘 표현이 안 돼 혼자 몰래 미안했던 하루였다.

Sort:  

Congratulations @manul! You have completed the following achievement on the Steem blockchain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You made more than 10 upvotes. Your next target is to reach 50 upvotes.

Click here to view your Board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To support your work, I also upvoted your post!

Support SteemitBoard's project! Vote for its witness and get one more aw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