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벽화 그리기 A to Z

in #kr7 years ago

벽화그리기


아이들 손으로 그리는 교실 벽화


아이들이 자신이 생활할 교실을 가꾼다는 건 그 자체로서의 의미도 가지지만, 함께 하는 공간을 함께 가꾼다는 점에서 소속감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좋은 활동이 됩니다. 그런 점에서 교실 벽화 그리기는 정말 좋은 활동이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특별하고 따뜻하게 바꿀 수 있고, 서로 함께 협동하는 경험까지 쌓을 수 있는 교실 벽화 활동을 주변에서 찾아보기가 어려운 걸까요?

교실 벽화를 그리는 것은 처음 시작하는데 심리적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준비물들이 많이 필요하고, 대부분의 교사들도 벽화를 그려보거나 지도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 또한 벽에 아크릴 물감이나 페인트를 이용해서 그리는 작품의 특성상 잘못 그렸을 때 수정이 쉽지 않고, 완성된 작품이 오랜 시간 지속해서 남아있기 때문에 실패에 대해 두려움도 느끼게 됩니다. 더군다나 아이들 통제가 되지 않을 경우 난장판으로 변할 교실을 떠올리면, 교실에 벽화를 그리는 게 망설여지기 마련입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교실벽화를 그린다는 것은 정말로 큰 교육적 효과를 가져옵니다. 특히 학년초 학급의 경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눈에 보이는 ‘우리 반’을 만드는 활동은 심리적으로도 굉장히 큰 소속감과 안정감을 가지게 합니다. 학교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공간을 집단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서 만들었다면, 1년 동안 그 학급에서 벌어질 교육적 활동들이 얼마나 그림같이 흘러갈지 상상해보세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벽화라는 과제를 하며 배우게 될 여러 사회적 기술들. 결코 쉽지 않은 교실 벽화를 완성했을 때 아이들이 느낄 성취감. 1년 내내 교실속에서 잔잔하게 영향을 미칠 따뜻한 교실 분위기. 무엇보다 우리반이라는 소속감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다른 여러 교육활동에 매진할 아이들.

실제로 학년초 교실벽화를 진행했던 해. 아이들과 정말로 행복한 한 해를 보냈습니다. 그 해 아이들의 성향이나 다른 여러 가지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있었겠지만, 교실벽화를 그리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아이들과의 생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음은 분명합니다.


교실벽화 그리기 A to Z


1. 벽청소 (테이프, 얼룩 제거)

① 그림을 그릴 벽을 선정해서 주변 물품들을 전부 치운다.

② 헤라로 긁어서 울퉁불퉁한 면을 바르게 펴준다. 대부분의 학교 벽은 헤라로 긁을 필요는 없지만, 벽에 붙어 있는 불순물들을 제거한다는 생각으로 진행한다.

③ 얼룩은 걸레로 1차로 닦아 주는 것이 좋다. 진한 얼룩은 위에 덧칠을 하며 그림을 그려도 보이는 경우가 있다.

④ 교실 벽에 물감 자국이 있는 경우 잘 닦아 주어야 한다. 그냥 덧칠 했다가는 밖으로 물감이 계속 묻어 나올 수 있다.

2. 보양작업

① 보양작업은 꼼꼼하게 하는 게 답이다.

② 페인트칠용 비닐을 깔거나 포리시트를 이용해 바닥을 충분히 덮는다.

③ 주로 그림을 그리는 바닥은 박스 골판지나 큰 종이를 이용하여 넓게 한 번 더 까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밟고 다니다 비닐이 찢어지는 경우도 있고, 많은 아이들이 채색을 하면 활동반경이 생각보다 넓다.

④ 마스킹테이프를 이용해 벽면에 칠하지 말아야 할 곳들을 잘 마감해준다.

3. 젯소바르기 (생략가능)

① 젯소는 페인트가 잘 접착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미 페인트가 잘 발려져 있는 교실에서는 생략이 가능하다.

② 이 과정부터 아이들에게 장갑, 토시, 앞치마를 입도록 한다. 특히 젯소는 굳으면 잘 안 지워지기 때문에 아이들이 사용하는데 주의가 필요하다.

③ 젯소가 묻었을 경우에는 마르기 전에 닦아주어야 한다.

4. 페인트 바르기 (첫날 작업은 여기까지)

① 교실 벽색과 맞춰서 페인트칠을 해준다.

② 수성페인트는 사용 전에 잘 섞어주어야 한다. 나무막대나 주걱을 이용해 저어주면 위에 떠있는 가벼운 페인트와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무거운 페인트가 서로 섞인다.

③ 잘 섞은 페인트를 트레이에 일정량 부은 후 소량의 물과 섞는다. 페인트 : 물의 비율은 9~9.5:1~0.5 정도로 한다. (절대 물이 많아서 흘러내리면 안 된다.)

④ 먼저 붓으로 구석이나 롤러가 닿지 않는 부분을 먼저 칠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아이들이 참여하기 위해서 페트병을 잘라서 간이 페인트 통을 준비하면 좋다. 보통 빽붓이라고 불리는 페인트붓을 이용하는데 너무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이 아이들이 컨트롤하기 좋다.

⑤ 롤러를 이용하여 큰 면적을 칠한다. 롤러가 물에 젖어 있다면 페인트가 묽어지므로 롤러를 물에 빨아쓴다면 꼭 물기를 꼭 짜서 써야 한다.

⑥ 마르고 덧칠을 여러번 해줄수록 깨끗한 벽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한 번 칠하고 마르는데 2시간 가량 걸린다. 아이들과 1차 작업을 하고 아이들 하교 후에 교사가 한 번 더 덧칠 하는 것이 좋다.

5. 도안그리기

①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아이들과 함께 인터넷을 통해서 도안을 찾아보거나 다른 벽화들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구상해보자.

② 도안에서 신경써야 할 부분은

​ - 단순해야한다. : 쉬운 그림도 벽에다 그리는 것은 어렵다.

​ - 따뜻한 느낌 : 1년 동안 함께 생활할 교실의 분위기를 결정한다.

③ 아이들이 도안을 그리기 위해서 준비된 도안을 플루터를 이용해서 실제 크기로 뽑거나, 사진 분할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크게 출력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④ 밑그림은 연필보다는 분필로 그리는게 좋았다. 연필은 심의 압력 때문에 지우고 나서도 벽에 흠집이 남는다.

⑤ 검은 테두리가 있는 편이 아이들이 채색하는데 좋다. 검정색 생잉크 유성 매직으로 밑그림을 정확하게 따라 그린다.

⑥ 도안 그리기가 가장 전문성이 필요하다. 손재주가 좋은 아이의 도움을 받아 방과후에 하는 것을 추천한다.

6.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

① 아이들이 칠할 수 있도록 밑그림에 색을 적어두면 편하다.

② 넓은 판으로 된 파레트가 좋다. 아크릴 물감을 다 사용하고 나면 물에 바로 씻지말고 말려라. 마른 아크릴물감은 파레트에서 쉽게 떨어진다.

③ 파레트 대신 종이컵에 물감을 짜고 조색하는 것도 좋다 .(넓은 부위, 많이 사용하는 색 등)

④ 모든 아이들이 다 채색작업에 붙어 있기에는 작업공간이 좁다. 개인작품(점묘자화상)과 협동작품(벽화)를 함께 진행하여 적당한 인원씩 돌아가며 벽화채색을 하면 통제하거나 지시는데 편하다. 그리고 노는 아이들 없이 활동에 모두 참여할 수 있다.

⑤ 채색은 아크릴물감용 붓이나 납작한 구성붓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⑥ 그림을 특별히 못 그리는 친구들을 위한 팁

  • 잘그리는 친구들이 테두리를 칠해주면 가운데 빈 부분을 칠한다.
  • 채색 말고 다른 방법으로 벽화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찾는다. (붓씻어주기, 물갈아주기 등)

​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노력한 친구들을 찾아서 공개적으로 칭찬해주자.

  • 틀리고 삐져나가도 된다. 모두 덧칠이 가능하니 실수를 두려워말라.

⑦ 아크릴물감은 벽화 크기에 따라 250ml나 500ml 세트를 구매하면 좋다. 특히 많이 쓰게 되는 흰색은 여분을 준비해야 한다.

7. 바니시 바르고 마무리

①그림이 모두 바르면 바니시를 발라서 그림을 보호한다. 덜 말랐을 때 바니시를 바르면 바니시 붓 결을 따라 그림이 번지니 주의할 것.

② 바니시용 붓을 따로 준비하고, 바니시는 무광투명한 것으로 준비한다.

③ 바니시까지 모두 마르면 바닥에 깔았던 비닐을 정리한다.




벽화를 그리면서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 했던 것은 ‘망치면 어떡하지’하는 걱정이었습니다.

방과후에 남아서 아이들과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벽에 그려본 적 없는 아이들이니 생각대로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실수한 것들을 걱정하며 지우개로 지워보지만 흔적이 남아있는 벽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든 아이들... 연신 자신이 그린 그림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며 죄송하다며, 우리반 아이들게게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괜찮아. 틀린 부분은 페인트 한 번 더 칠하면 돼. 5분만에 칠하고 1시간이면 말라. 선생님은 너희들이 남아서 우리 반의 그림을 그려줘서 너무 고마워. 우리반의 어떤 누구도 너희들처럼 이렇게 잘 그릴 수 없어. 미숙한 부분이 있어도 괜찮아. 선생님과 다른 친구들 모두 너희 그림을 자랑스러워할거야. 너희 덕분에 벽화를 그릴 수 있어서 너무 뿌듯하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해야 할 일은 마음 편히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 시행착오를 통해 아이들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며, 아이들이 겪을 시행착오를 어른들이 다 해결해준다면 아이들은 무엇을 통해 배울 수 있는가?' - 페이스북에서

벽화는 얼마든지 덧칠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한 실수는 모두 원래대로 돌릴 수 있습니다. 특히 두려워하는 스케치 단계에서는 바탕색 페인트를 이용해서 완전히 새 벽으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충분히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점을 충분히 상기시켜주면 아이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즐겁게 벽 위에 자신의 작품을 그려낼 수 있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고 교실벽화를 그리는 선생님이 계시다면 너무 잘 그리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 아이들이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게 많은 역할을 나눠주시고, 결과물에 대해 함께 자랑스러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교사 혼자서 하면 금방 할 수 있는 작업인데, 아이들과 함께 하려면 신경써야 할 것도 준비해야 할 것도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이들과 교실 벽화를 그리는 이유는 멋진 교실 벽화를 가지는데 있지 않고, 그 벽화를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본다는데 있으니까요. 조금 미흡하고 엉성하더라도 아이들이 그 벽화를 온전히 자신들의 것으로 느낄 수 있도록 진행된다면 교실 벽화로 정말 큰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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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work...

Thank you~ ^^

아이들이 두려워했을 수도있는데 선생님께서 애들을 잘 인도해주신것 같아요 ㅎㅎ 아름다운 포스팅 감사합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저도 아이들도 처음이어서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자신이 만든 학교라고 생각하면 함부로 낙서나 발자국 등을 남기지 않을 것 같아요. 셀프인테리어를 한 세입자가 자기집을 굉장히 깨끗하게 쓰는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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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나면 보상이 일주일 뒤에 들어오다보니 그때까지는 스팀달러가 없는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살짝 느껴보시라고 0.2달라 보내드립니다.


0.1달러는
스팀달러를 전송해보자

위 링크를 참고해서 girina79 님께 0.1달라를 보내보세요. 현재 보육원 아이들을 후원하고 계십니다 .
세 명의 아이를 후원합니다. 보팅으로 아이들을 지원해주세요.( 보육원에 들어온 3명의 아기천사 )


다른 0.1달라는
스팀달러를 스팀파워로 바꿔보자
이걸 따라해 보세요. 어느정도 사용법을 익히기 위해 소액으로 미리 해보시는것이 좋습니다.


원래 스팀달러 가치는 1달러정도(1100원 정도) 였지만 요즘처럼 천원을 꽤 넘을 경우에는

스티밋 메뉴 항목 활용하기 (환전/송금)
위 포스팅 내용과 댓글을 참조하여 바꾸시면 이익을 극대화할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와~~ 말씀해주신대로 지금 바로 보육원 아이 후원에 0.1달라, 스팀파워 교환에 0.1달라 사용하겠습니다~! ^^

받은 스달 잘 사용했습니다~!받은 스달 잘 사용했습니다~!

어디까지나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니 말이죠...
준비하는데 있어서 많은 시행착오가 보여지네요

아이들이 그리기를 통해서
좋은 걸 얻어갔으면 합니다.

잘 보고 가요

P.S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기에
아이들의 미안한 마음을 만들게 한 환경이
씁쓸하게 와져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