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한 줄 한 줄 또박또박 읽지 않는다. 물 흐르듯 읽어 내려가는 편인데, 오랜만에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간 책을 만났다. 지금 내 고민과 맞닿아 있는 글이어서 이기도 했고, 문장 하나가 허투루 쓰인 곳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새벽에 예민해진 감성 탓 일지도 모르겠다.)
김민철!
남자 이름이지만 엄연히 여자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직업인 카피라이터다. 예전에 카피라이터 김하나 님의 [힘 빼기의 기술]을 읽은 후부터 카피라이터들의 책이 좋다. 내가 읽은 (카피라이터들의) 책은 문장 만으로도 읽는 맛이 있었다. 제목조차도 기록을 사랑하는 내 맘을 사로잡았다. [모든 요일의 기록] 이라니...
책에서 인용한 중국의 시는 늘 품고 있던 생각을 다시 수면 위로 꺼냈다.
"봄이 어디 있는지 짚신이 닳도록 돌아다녔건만,
돌아와 보니 봄은 우리 집 매화나무 가지에 걸려 있었다"
행복은 오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는 일상의 진리. 욕심과 욕망에 눈이 먼 사람은 일상 속에 숨어있는 행복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족'은 일상과 행복에 중요한 키워드 일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또 다른 고민은 남아있다.
왜 우리는 일상의 행복을 감사함이 아닌 당연함으로 대체하게 된 걸까? 시나브로 그것에 익숙해져 버린 탓일까?
그렇게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은 하나 둘 당연해졌고, 행복은 흐릿해졌다.
육아휴직을 낸 지 두 달 하고도 보름이 지났다. 처음에는 직장생활을 하는 내내 꿈꿔왔던 자유의 시간들로 인해 행복하고 흥분했다. 지금은 이 시간이 익숙해졌고, 감사함은 사라졌다. 어떻게 하면 일상을 늘 감사하며 살 수 있을까? 오늘은 어제 죽은 자 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인데 말이다. 이것이 두 번째 고민이었고, 이 책에서 이 고민의 힌트를 만났다.
일상에 매몰되지 않는 것, 의식의 끈을 놓지 않는 것, 항상 깨어 있는 것,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것, 부단한 성실성으로 순간순간에 임하는 것, 내일을 기대하지 않는 것, 오직 지금만을 살아가는 것, 오직 이곳만을 살아가는 것, 쉬이 좌절하지 않는 것, 희망을 가지지 않는 것, 피할 수 없다면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일상에서 도피하지 않는 것, 일상을 살아나가는 것.
저자는 담담히 이 문장을 나열했지만, 내 마음에선 지진이 일어났다. 일상에 매몰되지 않고, 항상 깨어 있는 것! 내일을 기대하지 않고, 오직 지금만을 살아가는 것! 이 문장들은 어쩌면 신이 내게 주신 '응답'과도 같았달까?
이 책을 읽고 어쩌면 나는 한 동안 알베르 카뮈에 심취할지 모르겠다. 저자가 《결혼, 여름》, 《안과 겉》, 《이방인》, 《시지프 신화》에 흠뻑 젖어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저자의 열망에 영향을 받아, 늘 마음속으로만 그리던 '그림 그리기'에 도전을 시작했다. 독학으로 웬만한 걸 해결했지만 그림만은 독학이 어려워 포기하고 있었는데, [드로잉 프렌즈]라는 과정을 알게 되어 냉큼 신청했다. 8주 동안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된다. 25만원이란 적지않은 수강비를 고민 없이 결제하게 만든 건 순전히 저자 김민철 탓이다!
한줄 한줄 읽을 정도였다니, 카피라이터 다운 문장들이었나봐요.
네 한줄 한줄이 지금 제 상황에 맞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