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생태계에 대한 뜨겁고 노골적인 비판으로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NYU 비지니스 스쿨 교수인 누리엘 루비니 (Nouriel Roubini) 가 며칠전 블록체인의 기술의 한계/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한 글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본문은 그 "The Big Blockchain Lie" 라는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블록체인을 향한 지적들에 대한 제 의견을 나누어 보겠습니다.
원문
https://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blockchain-big-lie-by-nouriel-roubini-2018-10
이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작년의 말도 안되는 고점을 찍고서 주저 앉았으니 다음 순서는 분산원장기술 (distributed-ledger technologies) 이라는 테크노-유토피안 허상이 무너질 차례이다. "탈중앙화" 가 세상의 온갖 문제점들을 치유할 거라는 약속은 사실 개인투자자들이 땀흘려 번 진짜 돈을 낚아채기 위한 허울좋은 사기였던 것이다.
버블의 끝판왕이라 불리우는 비트코인은 이제 작년 도달한 전고점의 70% 를 상실해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전반적인 암호화폐 시장은 종말을 맞이한 것이다. 메이저 코인들인 이더, 이오스, 라이트코인, XRP 는 80% 이상 주저앉았고 수천개의 디지털 화폐들은 90-99% 하락, 그리고 나머지들은 대놓고 사기임이 드러났다. 이런 사실들은 놀랍지 않다. 애시당초 ICO 다섯개중 네개는 사기였으니까.
피가 철철 흘러 넘치는 시장을 맞아 크립토 사기꾼들은 최후의 보루에 집결했다. 암호화폐 소프트웨어의 주된 핵심인 "블록체인" 을 항변하는 것이다. 그간 블록체인은 빈곤이 되었든 기아가 되었듯 암이 되었든 무엇이든지 해결할 수 있는 만능기술로 일컫어졌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인류 이래로 가장 과대포장 되었고 실은 가장 쓸모없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사실상 고급진 스프레드시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이 단어는 오늘날 모든 정부, 중앙은행, 종래 금융기관, 그리고 실세계 통화를 악질적 권력으로 간주하고 쳐부수려는 리버테리안 이데올로기와 궤를 함께 하게 되었다. 블록체인 근본주의자들은 이 세상 모든 경제활동과 인간 상호작용이 무정부주의화 혹은 리버테리안 탈중앙화가 된 세상을 꿈꾸고 있다. 그들은 개인의 사회적, 정치적 기록 모두를 누구나 접속 가능하고 (permissionless) 누구의 신뢰도 필요치 않은 (trustless) 공개장부에 담기를 원한다.
하지만 유토피아를 향해 가기는 커녕 블록체인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형태의 경제적 지옥을 선사했다. 자신의 이익밖에 모르는 소수의 백인 남성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여성이나 소수인종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 세상에서 빈곤하고 소외되고 은행과 거래 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구제해 줄 메시아 인 척을 하며 무에서 수조원의 부를 창조해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생태계에서 암호화폐 채굴자, 거래소들, 개발자들, 그리고 암호화폐 홀더들에게 얼마나 엄청나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지를 보면 블록체인은 탈중앙화하고 민주주의하고도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탐욕과 상관이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 그루아지아, 그리고 중국에 위치한 소수의 회사들은 전체 암호화폐 채굴활동에 2/3나 3/4 까지 독점하고 있고 주기적으로 트랜잭션 수수료를 올려 수익을 거두고 있다. 블록체인 광신도들은 우리 더러 중앙은행이나 규제되고 있는 금융기관을 믿지 말고 오히려 아무런 법적 규제/제재도 받지 않는 익명의 카르텔을 믿으라고 종용하고 있다.
암호화폐 트레이딩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발견되었다. 99%에 가까운 트랜잭션들은 주기적으로 해킹을 당하는 중앙화된 거래소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암호화폐는 진짜 돈과는 달리 한번 해킹을 당하면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
암호화폐 개발도 중앙화되었다. 근본주의자들은 "코드가 곧 법 (code is law)" 라며 마치 블록체인 어플리케이션의 핵심은 변경불가능하다고 거짓된 주장을 한 바 있는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뷰테린을 "자비로운 평생 독재자" 의 자리에 앉혀 놓았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개발자들이야 말로 재판장이자 배심원도 될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만일 버그로 가득찬, 말만 "스마트"인 가짜-컨트랙트에 문제가 생기거나 엄청난 해킹이 터지기라도 한다면 개발진들은 코드도 바꾸고 임의로 망가진 코인을 "포크" 해 버림으로서 무신뢰 (trustless) 라고 주장하는 시스템이 사실은 애당초 신뢰할 수 없는 것이었음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부의 집중은 북한 보다도 더 심하다. 지니 계수로 얘기하자면 (지니 계수 1은 한사람이 한 나라의 소득/부의 100% 를 가지고 있음을 말한다) 북한은 0.86, 미국은 0.41, 그리고 비트코인은 무려 0.88 이나 된다.
이제 알겠지만 탈중앙화라는 주장은 이 가짜 업계를 지배하고 있는 가짜-빌리어네어들이 지어낸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암호화폐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모든 돈을 잃었으니 이 가짜 재화를 쥐고 남아있는 사기꾼들은 그들의 "자산" 을 모두 처분하고 난 즉시 사라질 것이다.
블록체인에 관해 얘기하자면, 은행이 되었든 기업이 되었든 NGO 나 정부 기관이 되었든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기관들중 대차대조표나 고객이나 공급처와의 거래내역을 탈중앙화된 무신뢰 p2p 공개장부에 기록할 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소유권이 분명하고 그렇게 중요한 정보를 공개장부에 기록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소위 엔터프라이즈 DLT 라고 불리우는 분산원장이 활용되는 경우 사실 블록체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것은 사설이고 중앙화되었고 통제되고 있는 몇몇개의 원장에 기록 될 뿐이다. 그 원장들을 액세스하는 것은 허락을 받은 사람만 가능하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사실은, 이 원장들이야 말로 오랜 시간동안 신용을 쌓은 결과 신용할 수 있는 주체들에 의해 관리된다는 것이다. 이것들은 말로만 블록체인 일 뿐이다.
"탈중앙화" 를 지향하는 모든 블록체인들은 실제로 쓰여지기 시작하면 결국 중앙화되고, 허가가 요구되는 (permissioned) 데이터베이스로 전락해버리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이라는 것은 1979년에 처음 개발된 표준 전자식 스프레드시트에서 하나도 나아진 게 없다.
제대로 된 기관이라면 절대로 자신들의 거래내역을 부정부패한 나라의 비호를 받아 활동하고 있는 익명의 카르텔에게 검증시키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블록체인을 종래 기관들이 도입하려 할 때 마다 곧바로 쓰레기통 행이거나 실상은 엑셀 스프레드시트나 데이터베이스랑 별반 다를게 없는 허가를 요구하는 (permissioned) 사설 데이터베이스로 둔갑해 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논의 할 만한 내용이네요.
깊이 생각해볼 가치가있네요.
조목조목 신랄한 비판이네요. 흠
이에 대한 반론글을 한번 써봐야겠네요 ㅎ 흥미로운 글 감사합니다.
저는 루비니가 나중에 어떻게 말을 바꿀지 주시해 보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