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결정론적 관점으로 찬물을 끼얹었다면 죄송합니다. 말씀하시는 바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결정론의 관점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것이니 기분 상하시지 않으셨길 바랍니다.
결정론의 시각에서 인류가 생물적 본성을 이겨낸 것은 언어와 문자가 존재함으로 양육과 교육을 통해 단일개체가 이룩할 수 있는 지식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인류와 그 주변환경, 우주적 배경까지 모두 하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시뮬레이팅할 수 있다면 정확히 지금 댓글을 쓰는 저에게 도달할 수 있다는 논리지요.
하지만 결정론자들이 옳다 하더라도 인간은 변화할 수 있는 존재이고 결정되었다고 그것이 가치 없는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죽음이 반드시 찾아올 일이라 하여 애도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또한 양자역학에서 밝혀진 다양한 사실들이 물리적 상태를 완벽히 재현하는 일은 극도로 어렵거나 불가능함을 시사함에 따라 우리의 인생이 결정되어있다고 해도 이를 예측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싶습니다.
아무도 결과를 모른다면 결정되어 있지 않은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스포일러 당할 수 없는 모노드라마, 그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결말이 정해져있다고 하더라도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호모로퀜스님이 항상 좋은 말씀 해주셔서 너무나 즐거운걸요. 누가 누굴 너그럽게 봐주고 그럴 입장인가요! 저야말로 아는 바가 협소하고 글재주가 부족해 제대로 전달하지 못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자유의지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없다 하더라도 삶은 소중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불쾌한건 전혀 없어요.^^
제가 윗 댓글에서 남긴 것은, 제가 삶을 살아갈때 저의 신체가 저를 제한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많은 부분이 결정되어 있다는 개인적인 느낌을 말씀드린 것이었어요. 특정 나이, 특정 성별의 신체를 가진 존재로서 자연적,사회적인 요구를 받고 있다는 점, 또 한달주기로 되풀이되는 호르몬 변화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변화 패턴의 반복으로 인해 저 자신이 제약받고 있는다는 생각, 굴레 안에 갖혀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물론 신체는 제 정신,의지의 근거가 되어주지만 동시에 저를 한정짓고 구속한다고 느낍니다. 이런 삶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는데 철학용어를 가져와서 전달이 제대로 안된 것 같아 괜히 꺼냈나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니 괘념치 마시길..^^
도스도예프스키의 소설 '지하생활자의 수기'에서 주인공이 과학적, 인과론적,결정론적 세계관에 반기를 드는 내용이 있습니다. 인간은 스스로 의지를 가진 인간임을 확인하기 위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인데요. 어느 쪽이 맞다고 생각할만한 단계가 아직 못되지만 어느쪽이 더 마음에 드냐한다면 지하생활자의 반근대적, 실존주의적 삶의 태도가 제겐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kmlee 님이 말씀하신대로 결정이 되어 있더라도 과정을 즐길 수 있다는 태도도 긍정적으로 느껴지네요. 다음에 결정론을 다룬 글을 언젠가 올려주신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