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오스에 대한 정보를 둘러보다가 댄의 블로그를 몇 년전에 쓰인 것부터 살펴봤어요. 저는 댄이 아직 그만큼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금 우리의 시대정신을 누구보다 깊이 알고 실천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의 추천도서 목록을 보고 약간 설레었습니다. 그 가운데 댄이 항상 여행할 때마다 끼고 다니며 바쁜 일정들 속에서 평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 본다는 책이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입니다(원제: The Power of Now).
이 책은 정말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참신한 시각을 제공합니다. 물론 한국에 출판된 지(2008년)도 꽤 되었고 미국에서는 1997년에 출판되서 베스트셀러를 유지해온 책이라 많은 분들이 이미 접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저처럼 느린 분들을 위해 간단 정리 포스팅을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모든 종교를 아우르기도 하고 영적인 일들을 다루기 때문에 쉽게 편견이 생길 수도 있지만 본질적인 의도와 그 핵심에 더 집중하신다면 신선한 사고의 전환을 경험하실 겁니다. 참고로 아마존에 비평이 6000개 이상 달려있고 별5개중 4개반입니다. 공병호 씨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아! 이것은 나만 오롯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 있다. 이 책이 바로 숨기고 싶고 감추고 싶은 책 가운데 하나다."라고 평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그럼 시작해볼까요?
내 생각에 대한 생각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당장 실행해볼 수 있고 그 효과를 바로 감지할 수 있는 점인데요 바로 지금
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 전에 잠시 거쳐야할 단계는 바로 '나의 생각 뜯어보기'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메타인지능력
이 있어서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생각에 대한 생각, 곧 그 생각 자체를 다시 제3자의 시각에서 따져보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자신의 생각을 곰곰히 제3자의 시각에서 바라보신다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공통적으로 떠오릅니다.
내 생각은 대부분...
1 과거로부터 왔고 특히 부정적이고 어두운 감정이 섞인 나의 과거에 기반함
2 미래에 대한 생각 중에는 '무언가를 하거나 이루면 행복해질 것이다'라는 생각이 깔려있음
3 이런 생각들의 대부분이 시간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떠오르거나 조금 바뀐 형태로 계속해서 떠오름
결국 그 생각들을 모아서 정리해보면 한 가지 단어 쓸데없음
입니다.
물론 때에 따라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하는 일은 필요합니다. 저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삶의 순간에 들어와 있는 비중이 너무 크다는 거죠. 어떤 생각은 상당한 과거로부터 온 불쾌하고 어두운 경험들로 얼룩져서 계속 반복됩니다. 지금 누릴 수 있는 행복이나 평온함을 쉽게 빼앗아가죠. 이런 질 나쁜 생각들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첫 단계가 바로 '멍때리기'입니다. 멍때리기 이전에 들어오는 생각의 본질이 쓸데없음
을 깨닫는 것 자체가 현재를 누리는 첫 단계라고 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수많은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우리의 뇌에너지를 매일매일 낭비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내가 그런 생각들에 붙잡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멍때리기
멍때리기 대회도 열릴만큼 이미 멍때리는 과학에 대해서는 다들 많이 알고 계실텐데요 여기서의 포인트는 벗어남
입니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죠. 그게 온전한 현재의 being
을 실현하는 입구(portal)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계속 떠오르는 생각을 어떻게 멈추냐고... 네 맞아요 쉬운 분도 간혹 있겠지만 대부분 생각 멈추기가 무지 어렵습니다. 여태 살아온 우리의 습관적 사고방식 덕분인지 쓸데없는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데요 그래서 저자가 제시한 한 가지 방법은 바로
눈을 감고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어 그래? 그런 생각이 들었구나. 그렇다면 그 다음 생각은 뭐야?'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바라보는 제3자로 여기는 것이죠. 신기하게도 이 질문을 던지면 잠시동안이나마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렇게 잠시 생각의 공격으로부터 쉼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들려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냄새를 맡고 촉감을 느끼다보면 나 자신의 살아있음
을 점점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엔 이 기간이 짧지만 점점 의식하고 연습하다보면 그 횟수가 많아지고 그렇게 우리는 생각의 공격에서 벗어나서 생각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점점 더 긴 호흡으로 멍을 때리다 보면 더 분명하고 현명한 의식을 가지게 됩니다. 잡스러운 생각으로 얽혀진 의식이 아니라 깨끗하고 맑은 나의 현 존재(being)에서 나온 깊은 생각과 판단 말이죠. 그래서 그렇게도 현자나 사상가들이 내면의 고독
을 강조했던 게 아닐까요? 우리는 진정한 자아 깊은 곳으로부터 떠오르는 창의적인 생각, 곧 지혜로운 통찰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당신의 가슴속에서 솟아나는 것에 대해서는 극히 주목하시고, 그것을 당신 주변에서 보이는 모든 것들보다 우위에 놓으십시오. 당신의 가슴 가장 깊은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당신의 모든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입니다. 당신은 어떻게든 계속해서 그 일에만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당신의 입장을 해명하느라고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용기를 잃어서는 안됩니다. 도대체 당신에게 그러한 입장이라는 게 있기나 한가요?
-라이너 마리아 릴케
창의적인 생각에 접근하기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나 뭔가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할 땐 다음과 같은 방법도 좋습니다.
일단 생각을 멈춥니다 그 후에 다시 그에 대한 생각을 해봅니다. 즉, 그 생각을 품으면서도 동시에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현 존재에 머무르기를 반복하는 겁니다. 이렇게 반복하다보면 내 안에 있던 창의적인 생각들이 더 명료하게 떠오릅니다.
현재에만 집중한다고 해서 아무 계획도 안하고 과거를 돌아보는 반성도 하지 않는 게 아닙니다. 그게 필요할 땐 오히려 더 현명하고 맑게 돌아보고 계획하게 됩니다. 현재에 머무른 만큼 쓸데없는 감정이나 과거의 사실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기때문이죠.
누리다
특히 이런 현재의 삶을 사는 것은 현명함을 얻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현재의 삶을 누린다
는 더 중요한 사실이 깔려 있습니다. 우리는 때로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폰질이나 잡생각에 사로잡혀 그 맛이 진짜 어떤지조차 누리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늘 한 번에 두세 가지 일을 하려고 합니다. 긴 호흡으로 보면 그게 바로 우리를 더 바쁘게 만드는 요소인데도 말이죠. 심지어 책을 읽으면서도 다른 생각에 사로잡혀 생각 따로 글 따로 읽어가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생각에서 벗어나 지금 눈 앞에 주어진 것들에 집중해보면 어떨까요? 먹을 땐 맛에, 때로는 음악에, 누군가의 말소리에 온전히 집중해보는 겁니다.
제가 짧은 기간이나마 실천해본 결과 더욱 맑은 사고는 물론이거니와 끊임없이 나를 조금씩 괴롭히던 감정적 요소들로부터도 자유로워져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전보다 더 깊이 보게되고 들려오는 새소리가 귓가에서 가슴까지 치는 경험 그리고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이와의 더 깊은 교감까지 작은 변화이지만 신선한 즐거움(Joy)
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여태까지 젖어있던 사고습관때문에 과거와 미래의 불필요한 생각들이 수시로 들어오지만 이제는 그걸 인지하고 현재에 집중합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내가 무얼 해야하는지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 또한 명료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숨 쉬기
현 존재로서 누리는 삶의 또 다른 입구는 바로 호흡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때로 생각의 공격이 극심할 때 심호흡을 하며 숨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 자체에 집중해서 느껴보세요 그러면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습니다. 그리고 나의 심장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의 온 몸의 흐름을 몸 전체로 느껴보세요. 책에는 이 방법을 습관화하면 몸이 노화되는 속도가 늦춰지고 면역체계를 강화시켜준다고 합니다. 몸의 구석구석이 살아있음을 자주 인지하고 느낀다면 세포 하나하나에 활력을 준다는 것이죠.
못견딜 만큼 힘든 상황은 어쩌지?
지금(now)과 여기(here)에 집중하는 게 때로는 괴로운 순간도 있습니다. 정말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을만큼 고통스러운 상황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저자가 제시하는 세 가지 대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그것을 바꾸기
아니면 그것을 온전히(totally) 받아들이기
다만 어떤 대안이든 지금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과 그에 따른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겠다는 각오가 중요합니다. 그 안엔 부정적인 요소가 없습니다. 최대한 다른 부정적이고 심리적인 오염을 제거하는 겁니다. 현재 직면한 필요나 요구에 대한 통찰력으로부터 나온 행동은 이런저런 부정적 생각에서 나온 행동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입니다.
결정을 내렸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려니 두려움이 생기나요?
두려움을 직면하세요 그리고 그걸 바라보세요 모든 주의를 그곳에 두고 그 두려움에 있어보세요 그럼 두려움과 당신의 생각 사이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더 이상 두려움이 우리의 생각을 방해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배트맨이 떠올랐습니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어릴 적부터 브루스 웨인
의 가장 큰 두려움은 바로 '박쥐'였습니다.
넌 두려움을 없애려 세상을 떠돌았지. 하지만 문제는 적이 아니야. 진짜 두려움은 네 안에 있어. 넌 자신을 두려워 해. 너의 분노, 무슨 일도 할 수 있는 억눌린 힘. 이제 자신과 맞서야 돼. 공포를 삼켜버려. 직면해.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네가 두려움이 돼야 해.
리암 니슨 형님의 도움으로 두려움을 직면하는 법을 배우고 마침내 그것을 직면해서 오히려 그 대상과 동화되어 활용하는 경지까지 이르게 됩니다.
물론 현실에서 두려움을 직면한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즐거움만 맛을 볼 게 아니라 두려움도 맛을 봐야 그 본질이 결국 뭐였는지 알 수 있을테니까요...
끝내며
사실 책에는 더 깊은 내용들이 많습니다. 아직 저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도 있고 실천하는 과정이라 핵심적인 내용만 담았습니다. 얕은 무의식과 깊은 무의식을 꿈과 관련지어 설명하기도 하고 Zen이라는 일본의 도를 다루는 등 종교적인 글들도 많이 인용하고 있습니다. 침묵에 집중하기, 비어있는 공간에 집중하기
와 같이 지금의 파워를 사용하는 또 다른 방법들도 나와있지만 본질적으론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소개하지 못해 아쉬운 파트는 이성과의 관계에 적용하는 건데요 핵심에서 너무 확장된다는 생각에 다루지 않기로 했습니다. 실은 연애는 제게 너무나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라서 다룰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현재 연애든 결혼이든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UPs and DOWNs'를 겪고 계시다면 그 순환의 정점을 대처하는 마음자세를 현재라는 맥락에서 배우실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시작하는 행동입니다. 이 포스팅을 읽으셨다면 두 가지 '내 생각 뜯어보기'와 '생각 멈추고 현재에 머물기'를 꼭 시작해보세요 며칠 만에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저의 포스팅을 충분히 누리셨나요? 아니면 다른 생각들과 함께 보셨나요? Batman?
부족한 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딴죽을 걸어봅니다...
10년전에 읽었던 책인데 구체적인 방법론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아마 몇년전에 후편을 썼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쓰긴 했는데 제 스타일은 아니라서...
저는 Wayne Dyer를 좋아합니다. 조금 더 현실적이고 덜 심각하고
책 '행복한 이기주의자' 는 강추...
딴죽이라니요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몰랐던 작가인데 참고할게요
우선 Wayne Dyer의 Wishes fullfilled로 시작합니당
정말 정성과 인사이트가 가득한 글이네요. 감탄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오늘 올린 책과 큰 맥락을 같이 하는 책이네요ㅎ
댄이 이런 생각을 해서 스팀 버리고 이오스 만들고 잘 나가고 있는건가요...!!ㅋㅋ
네 그래서 경아님 소개해주신 글에 격한 공감을!! 꼭 읽어봐야겠어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개발자로서 상당히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ㅎㅎ
정성이 가득찬 글이라.. 책을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 잘 읽고 갑니다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당!!!
댄이 추천했다니 관심이 가네요 ㅎㅎ
네 다른 책들도 읽어보려구요ㅎㅎ
사람 근심의 대부분은 과거에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을 생각하는데서 온다는데... 그걸 멈추기가 진짜 어렵네요 ㅠ
그렇게 살아와서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그치만 시도하다 보니 조금씩 변화를 느낄 수 있었어요:)
어떤 생각에 하나 꽂히게 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잠까지 잘 못자더라구요. 속이 씨끄럽지않게 비워내는 연습을 해야겠네요 :)
넵!! 저두 그런 밤을 지새운 적이 있습니당ㅎㅎ 그 연습 함께해요~
저도 끌리는 내용이네요!
지금 이 순간을 ... 호흡을 멈추고 ... 기억해 두겠습니다.^^
말씀하신 내생각 뜯어보기와 생각멈추고 현재에 머물기 실천해봐야겠네요~~
근데 생각 멈추는게 쉽지가 않네요 크흡
네ㅎㅎ 생각습관의 힘이 무섭네요
멍 때리기가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어요. 요즘 Young 에게 필요한 것 같아 추천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