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부리] 고양이 인간

in #kr6 years ago

아빠가 스코티쉬폴드, 엄마가 페르시안=우리 버터.
햇수로 6년째 우리랑 함께 살고 있는 버터는 개냥이 + 도도, 시크 + 예쁘고, 오지고, 지리고.. ㅎㅎ
우리 집 큰딸이다. 결혼하고 나서 나와 남편의 가장 큰 소망은 반려견을 입양하는 것이었다.
버터를 입양하기 전, 1년을 고민했다. 우리가 과연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에 자격이 있을 것인가에 대해... 엄청난 고민과 토론 후... 그래 이정도면 됐다 싶어 반려견을 입양하려고 이리저리 알아보던 시기였다. 지인이 고양이를 키웠는데 새끼를 낳았다며 혹시 생각 있느냐 물었다. 나는 고양이든 강아지든 무엇이든 우리와 잘 맞는다면 상관이 없었지만 남편이 고양이 알러지가 있다고 해서 고양이 키우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우리의 관심사는 오로지 강아지였고 그 당시 맘에 딱 드는 강아지를 찾아 입양하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인의 새끼 고양이를 만나러 간 날.

고양이 알러지가 있다는 남편은 버터를 보고 한 눈에 반해 버렸다. 나는 다음에 와서 데리고 가자고 했는데 그럴 필요 뭐가 있냐고 오늘 데리고 가자고... 고양이를 데려 올 아무런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고집을 부려 그날 바로 입양했다. 데리고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집이며 화장실, 모래 등을 구입하고 사료는 얻어와서 그걸로 먹이다 같은 걸 인터넷에 주문했다.

그날부터 버터와의 동거가 시작됐다. 고양이의 매력은 알수록 더더더 빠져든다는 것이다. 도도한 듯 하다가, 어느 순간 보면 나만 보고 있고, 그러다가 또 보면 무심하고... 또 갑자기 챙겨주고... 냥집사들은 알겠지만 츤데레 같은 매력이 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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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를 입양하고 나서 너무 빨리 중성화를 하면 안된다는 인터넷 묻지마 정보에... 1년 정도 있다가 중성화를 했는데... 그때 정말 너무 미안했다. 버터도 힘들고 우리도 힘들었던 그 기간.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바로 중성화를 했을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우리 집 1순위에서 2, 3순위로 밀려나 서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어쨌든 아이들과 잘 적응하며 우리랑 함께 살아주고 있다. 여름인데다... 털이 너무 길어 하는 수 없이 몇년만에 미용을 하긴 했지만... 미용은 정말 해주기 싫은 선택이다. 되도록이면 털 손질해주는 것을 권한다. 아니면 셀프 미용을 한다거나... 그것도 쉽지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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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 간 병원에서 미용을 해봤는데... 전에 다니던 병원에 비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전에 다니던 병원이 예약잡기가 너무 힘들어 새로 생긴 병원을 갔는데 동물을 생명으로 존중한다는 느낌보다는 돈으로 보는 느낌이랄까;;;;
전에 다니던 병원에서는 미용하지 말라 잔소리를 하기도 하고, 미용 전 12시간 동안 금식해야 한다는 주의사항도 얘기해줬는데, 이번에 간 병원은 우리가 물어보니까 얘기해줬다. 그런 자세한 사항들을 얘기해주는 병원이 훨씬 신뢰가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번에 간 병원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고... 다음부터는 원래 다니던 병원을 가기로 남편과 얘기했다. 털을 밀고 나면 고양이들은 애기가 되는 것 같다. 자존감이 떨어지는 느낌이랄까...자꾸 더 붙으려 하고 안기려 하고 더 외로워 한다.
이렇게 안길 때는 밀어내지 못하고 한시간이고 내 팔을 내어줘야 한다. 마음이 추운 날, 버터의 골골골송을 듣고 있으면 얼어 있던 내 기분도 노긋노긋해지는 기분이 든다. 자기가 기분 좋을 때만 냥집사를 찾지만... 그것도 우리 가족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