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고학년 수업 시간, 교사는 수업 진행을 위해 학생들에게 발문을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교사의 눈빛을 피하며 대답하겠다는 손을 들지 않는다. 교사는 난감하다. 수업 진행이 안되기 때문이다.
국어 교과서를 보면 지문(text)이 있고 그 뒤에 바로 독해 문제가 이어진다. 그리고 그 이후 그 내용을 바탕으로 적용하는 질문들이 나온다. 나는 초임교사 시절 국어 수업을 할 때 나와 학생들의 1:1 구조를 만들어 수업을 진행했다. 지문을 읽고 각자 독해 문제를 풀도록 한 다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내가 1번 문제를 읽고 발표할 사람 손 들어보라고 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누군가 손을 들고 답을 이야기하면 맞았는지 틀렸는지 이야기해주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보통의 수업이 이런 모습일 것이다.
김영천(1997)의 ‘네 학교 이야기’를 보면 교사는 교실에 학생들이 많고, 그 학생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이야기하면 수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특정 학생을 발표시켜 교사 대 학생의 1대 1 구조를 만들어 수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발표를 한 학생이 맞았으면 모두 다 안다는 가정을 하고 넘어가고 틀리면 모두 다 알지 못하는 것이므로 정답이 나올 때까지 다른 학생들을 발표시킨다. 이 과정에서 학생 개개인의 마음속에 하고 싶은 말은 묻히고 만다. 속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용기 내어 손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리고 정답이 아니면 부끄럽기 때문에 함부로 손을 들지도 못한다. 이것이 강의식 수업에서 교사의 발문과 학생의 대답이 불편해지는 이유다.
나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협동학습에서 그 해법을 찾았다. ‘돌아가며 말하기’ 기법이 있는데 그 기법을 적용해서 모둠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게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수업 장면에서 설명해 보겠다. 국어 지문을 읽고 독해 문제는 각자 3~5분의 시간 동안 푼다. 그러고 나서 교사와 학생 간 발문과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닌, 모둠별로 돌아가며 말하기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도록 한다. 서로의 생각이 같으면 다음 문제로 넘어가고, 다르면 다름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모둠별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3~5분 정도 주고 난 후 교사와 학생의 1:1 구조로 질문 및 대답을 하며 수업을 진행한다.
이렇게 수업을 진행했을 때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이 교사의 발문에 자신 있게 답변을 한다. 그래서 수업 분위기가 좋아지고 교사가 수업 진행하기가 매끄럽다. 고학년 학생들이 발표를 잘 하지 않는 이유는 정답이 있는 질문에 대해 틀린 답을 할 경우 부끄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손을 들지 않는다. 하지만 모둠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돌아가며 말하기’를 먼저 할 경우 자신의 생각이 맞음을 확신할 수 있다. 그래서 교사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둘째, 수업시간에 말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사람은 말을 하고 싶어 하고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교사와 학생의 1대 1 구조에서는 교실에 있는 20여 명의 학생들 중 1명만 이야기할 수 있지만 모둠 3~4명이 이야기하게 하면 많은 아이들이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다.
셋째, 다양한 친구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 교사가 질문을 하고 교사가 지정한 학생들 몇 명만 발표하는 것보다 우리 모둠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게 된다.
위에서 이야기한 사례는 사실 별 것 아닌 이야기다. 교사가 질문하고 학생들이 대답하는 단계 전에 학생들끼리 자신의 대답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길게 쓴 이유는 그 별것 아닌 기법 하나를 도입했지만 수업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계속되면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의사소통 역량이 자연스럽게 길러지게 된다. 처음에는 ‘돌아가며 말하기’라는 기법을 적용하여 학생들의 말문을 틔워야 하지만, 3~4개월 정도가 지나면 모둠 친구들끼리 알아서 이야기한다. 그 나름의 규칙이 생기는 것이다. 지금가지 수업을 학생 중심의 수업으로 바꾸는 작은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해당 수업방법을 처음 접할때 적응하는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단기간에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인것 같네요^^
노력하는 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인 아이들이 행복하겠어요~~
간단한 방법인데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구조인거죠..^^ 댓글 감사합니다~
이런 고민을 하시면서.. 아이들의 생각을 끌어 주려하시는 것에 감사합니다.
자기의 생각을 잘 이야기하는 아이는 그리 걱정이 없지만..
혹여 그러지 못하는 아이는 .. 계속 말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그런 아이였거든요. )
저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대한 굉장히 나쁜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할때 얼마나 걱정을 했던지요. ㅠㅠ
여차하면 학교를 안보내겠다는 생각으로
입학할때부터 대안학교를 알아 봤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제편견에 대한 우려였더군요.
학교를 잘 가고 있어 담임선생님께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글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
모든 조직이 그렇지만 선생님들 중에서도 열심히 하시는 분들 많이 있습니다. 더 많아지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