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에 대해 정말 너무 좋은 글이 있기에 공유합니다.
저에게는 너무 이해하기 쉽고 지금까지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글이었습니다.
주변에 가상화폐를 한다고 얘기하면 냉소와 함께 돌아오는 질문은
“가상화폐가 어떻게 가치가 있어?” 입니다.
이 질문에 답하실 수 있으신 분들이 과연 여기에는 얼마나 계신가요?
혹시 “4차 산업혁명에 중요한 기술이고, 미래의 화폐가 될 것이다” 정도의 답만 하고 계시지는 않나요?
요즘들어 이 “가상화폐가 어떤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코인판에서조차 암묵적으로 금기시 되는 질문과 같은 분위기를 느낍니다. 투자자들 본인도 가치 판단보다는 투기에 가까운 투자를 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죠.
정부는 이를 ‘도박’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단죄하려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본인의 투자금을 지키려 하고 있습니다.
글에 앞서, 저는 블록체인 전문가도, 관련일을 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이 시장에 나름 1년이 넘는 시간동안 관심을 갖고 투자 해온 개인 투자자이며, 경제와 컴퓨터공학을 함께 공부하여 현재 IT업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정부를 옹호하기 위해서도, 내가 투자한 코인의 가격을 방어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다만, ‘논쟁’은 깊어질수록 보다 정확한 정보와 탄탄한 논리를 갖고 싸워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여러분들께 제가 갖고 있는 얕은 지식을 전달하여, 시장을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만들고, 여러분들 스스로 투자의 기준을 잡아 확신있는 투자를 하실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가상화폐가 어떻게 가치가 있어?”라는 논쟁은 시작부터 잘못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가상화폐가 어떻게 가치가 있어?”라는 질문을 “가상화폐는 어떻게 기존 화폐를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동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일반 개인들 뿐만 아니라 많은 정부관계자들, 경제 전문가들, 기자들 모두 가상화폐 가치에 대한 논쟁을
‘중앙 정부가 발행한 화폐' vs ‘가상으로 만들어진 화폐’ 라는 프레임 속에서 논쟁을 진행합니다.
이 프레임하에서는 당연히 다음과 같은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가상화폐의 가격 변동성은 너무나 커서 화폐의 기능을 대체 할 수 없다"
그리고 이 논리는 ‘중앙정부 vs 개인’이라는 대결구도를 만들어내고, 가상화폐를 옹호하는 개인들을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로 매도합니다.
이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전달하기전에 블록체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저의 이해를 간단히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이 세상에는 수 많은 기술들이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기술의 역사라고도 볼 수 있듯, 모든 기술들은 나름대로의 가치를 갖고 태어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는 보통 “비즈니스성이 있는 기술”을 가치있다라고 말합니다.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어떠한 문제에 처한 사람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 집니다.
즉 어떤 기술이 비즈니스적으로 ‘가치가 있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기 기술이 어떠한 문제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고, 그 사람은 그 도움의 대가로 돈을 지불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럼 블록체인은 이러한 "비즈니스적 가치"를 갖고 있을까요?
블록체인이 뭐냐?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소위) 전문가들은 답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기술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죠.
네 맞습니다. 공학을 전공하지 않으신 분들은 기술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블록체인의 핵심적인 컨셉인
“한곳에 모여있던 기존 시스템을 다수의 컴퓨터에 분산시키는것으로 바꾸는 것”은 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우리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 컨셉이 비즈니스적인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려면,
- 한곳에 모여있던 기존 시스템(Centralized System)은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고,
- 시스템을 분산시켜주는 것(Decentralized System)으로서 그 문제를 해결해주고,
- 그 문제에 처해 있던 사람이 그 문제를 해결해 주는것에 대한 대가로 돈을 지불할 마음을 갖고 있는 상태
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에 대해 본격적으로 평가를 해보고, 앞으로의 저의 주장의 논리전개를 위해 블록체인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다시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A)어떤 서비스가 돌아가던 (B)기존 집중된 시스템(Centralized System)에 (C)어떤 문제가 있어, 다수의 시스템(Decentralized)으로 분산시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 블록체인의 정의에서는 어디에서도 “기존 화폐 시스템을 대체한다” 혹은 “기존 은행 시스템을 대체한다"라는 개념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그럼 화폐를 대체한다는 이야기는 도데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공교롭게도, (A) 어떤 서비스의 첫 사례가 화폐거래(송금) 서비스였기 때문입니다.
바로 “비트코인”이죠.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는 (B) 기존 은행을 통한 화폐 거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C) 높은 거래 수수료와, 한곳에 모여있는 거래장부가 해킹(조작)에 취약하다는 것이 그가 지적한 문제점이었죠.
사토시 나카모토는 거래장부를 전세계에 이해관계가 없는 다수의 시스템으로 분산시켜 관리함으로써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해결책은 비즈니스적 가치를 갖고 있을 것이다 판단했죠.
근데 한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분산된 시스템도 시스템인지라, 누군가의 컴퓨팅 파워가 필요로 할 수밖에 없을텐데, "본인의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떠한 이유에서 자신의 컴퓨팅 파워를 제공할 것인가?"라는 문제였죠.
이걸 그는 아주 기가막힌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그를 21세기의 천재라는 소리를 듣게 만든 아이디어였죠.
바로 경제학적 경쟁과 희소성의 원칙을 이용한 보상시스템입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이 송금서비스를 기획하면서 다음과 같은 절대적인 룰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1) 이 송금거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이란게 반드시 필요하다.
(2) 이 비트코인은 컴퓨팅 파워를 제공해주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분배가 된다.
(3) 그런데 이 비트코인 분배는 총량이 한정되어 있고, 분배량은 점차 감소할 것이다.
(그리고는 불특정 다수의 시스템을 유지하는 대가로 보상을 받는 사람들이 마치 금광에서 금을 캐는 사람들과 유사하다하여, “마이너”라는 단어가 붙기 시작합니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만들어낸 이 송금 서비스를 앞서 정리한 블록체인 정의대로 정리하여 비즈니스적 가치를 평가해보면 어떨까요.
(A) 어떤 서비스 = 화폐간 거래(송금) 서비스
(B) 기존 집중된 시스템 = 은행 장부 시스템
(C) 기존 시스템이 갖고 있는 문제 = 높은 수수료와 해킹(조작) 가능성
즉, (A) 서비스가 갖고 있던 (B) 시스템이 (C)같은 문제를 갖고 있으니 분산화된 시스템을 도입해서 이를 해결하자.
그럼 이제 자연스러운 다음 질문은 "과연 높은 수수료와 해킹(조작)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얼마나 될 것이냐?"가 됩니다.
비지니스적 가치판단이죠.
전세계적으로 그 수와 그들의 거래규모를 판단하기는 사실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없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해외를 자주 오가는 사람, 은행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지 못한 개발도상국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 불법적인 일을 해서 은행이 자신의 계좌를 막을까봐 두려운 사람 등등이 떠오르네요.
즉 이들은 기존 은행 시스템 보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송금 시스템을 더 선호할 것임이 분명합니다. 다시말해 이 새로운 송금비즈니스가 만들어내는 가치가 “0”이지만은 않다는 것은 확실하죠.
여기에 첫번째 룰, (1) 이 송금거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이란게 반드시 필요하다. 가 적용되면
사토시나카모토의 송금 서비스를 이용해야겠다라고 생각한 사람은 반드시 송금하려는 양만큼의 비트코인을 구매 해야 하고, 이는 곧, 이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은 마이너들이 비트코인을 필요로하는 이들에게 돈을 받고 시장에 팔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집니다.
즉 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이 된다는 것이죠.
이렇게 시장이 형성되고 가격이 붙게 되고 수익성이 나기 시작하면, 당연히 신규 마이너들을 유입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그러면 이제 마이너들은 한정된 자원을 나눠 먹기 위한 그들간의 경쟁이 시작됩니다.
이러한 경쟁 구도는 큰 두가지 경제적 딜레마를 만들어 내는데,
내가 마이닝한 비트코인을 시장에 풀지 않을 수록 가격은 올라 나의 마이닝 수익이 늘겠지만, 반대로 시장에 내 비트코인을 다른 마이너들보다 더 싼값에 팔아야 이득을 현금화 할 수 있기 때문에 빨리 팔아야 좋다라는 딜레마가 첫번째 딜레마입니다.
이는 석유 생산국이 갖고 있는 죄수의 딜레마와 동일합니다.
석유 생산국들은 다 같이 석유를 안팔아서 석유 가격을 올리는 것이 모두에게 유리하지만, 각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이것 역시 경쟁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조금이라도 싼 값에 빨리 팔려는 유인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지요.
이 딜레마로 인해 카르텔 담합과 협상 결여가 불규칙적으로 반복되고 유가가 요동치게 됩니다.
다만 석유 생산자와 비트코인 마이너가 다른점은, 석유 카르텔은 특정 문화권에 묶여 있다는 것과 어떤 나라가 석유생산국인지 시장에 공개가 되어 있기 때문에 보다 카르텔 담합을 쉽게 이루어낼 수 있지만, 비트코인은 누구나 남는 컴퓨팅 파워만 있으면 지역, 인종, 나이, 문화 상관없이 마이너가 될 수 있고, 마이닝을 하는 사람에 대한 정보가 시장에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다같이 연락을 취해 담합을 이루어내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지요. 물론 담합이 이루어지더라도 죄수의 딜레마로 인해 곧 깨질것임이 분명하고요.
또 다른 딜레마는, 누군가 수익성이 나지 않다고 판단하여 비트코인 마이닝 사업을 접게되면, 한정된 양에 대한 분배 Rule로 인해 남아 있는 마이너들이 가져가는 보상의 양이 늘어나고 남아있는 자들의 수익성은 커지게 되는 딜레마입니다. 마이닝이라는 것이 컴퓨팅 파워 혹은 전기세라는 비용이 존재하기 때문에 마이닝을 추가로 투입했을때의 이득이라는 의사결정의 균형점이 존재하게 되어(한계 효용이 0이 되는 지점), 기존 마이너들이 쉽게 이 사업을 접지 못하도록(혹은 신규 마이너들이 기회를 넘봐 계속해서 들어오도록 하는 유인) 유지하는 것이지요.
많은 이들이 종종 하는 걱정은 큰 거물급 마이너가 마이닝 사업을 접고 비트코인을 한번에 다 던지면 어떡하나입니다.
큰 거물급 마이너가 마이닝 사업을 접고 비트코인을 다 시장에 던지면, 시장 가격은 당연히 순간적으로 붕괴될것입니다. 근데 앞서 살펴본바와 같이 이 시스템의 비즈니스적 가치가 ‘0’은 아니기 때문에 ‘경제학적으로 이기심을 갖은’ 수 많은 신규 마이너들이 그 자리를 다시 채울 것임이 분명합니다.신규 마이너들이 그 자리를 금방 채워버리면? 당연히 마이닝을 더 돌렸을때의 한계효용이 0인 균형점에 금방 도달한 것이 되겠고, 거물급 마이너는 다시 들어오고 싶어도 절대 못들어 옵니다. 한계효용이 0인 점이 이미 도달했으니 추가로 대량의 채굴기를 투입시키면 다같이 마이너스를 내자밖에 안되니까요.
특히나 지금처럼 비트코인이 전세계적인 관심 끈 시점에는 수 많은 작은 개인들이 그 자리를 모두 채울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더욱 건강한 시장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지요. (마이너가 불특정 개인들로 구성될 수록 그들간의 딜레마가 심해지고, 전체 시스템은 더욱 건강하게 되며, 그 위에서 돌아가는 블록체인 서비스는 더 잘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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