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골사람입니다.
작년말에 서울에 잠시 갔습니다.
서울에는 조카가 몇명 있습니다.
그중에 첫째는 고2, 둘째는 중2입니다.
어느날, 제가 무슨 생각에서인지 그냥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논술이란게 도대체 뭐니...?"
제가 물어보고 생각해도 황당한 질문입니다.
논술이 뭐라니요...
도대체 학교에서 논술이란 것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제가 논술책이란 것을 한번 살짝 읽어봤는데,
논술문제
sample answer
이렇게 두가지만 보고도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는 문제부터 시작해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글까지...
이해가 안가는 것이에요.
물론, 가끔 제가 난독증에 걸리곤 합니다.
유독 난독증에 걸리는 경우는 신문사설을 읽을 때인데,
특히 논설위원이니 뭐니 경력도 높고, 유명하다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고,
또한, 수려한 문체에 화려한 단어를 쓰는 사람들의 글을 읽다보면 난독증이 심해집니다.
단어를 몰라서가 아니고, 그 사람의 표현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고,
핵심이 없어서 난독증을 호소합니다.
아니... 그런 글을 읽고 나면 머리에 남는 것이 없어서 예시 조차 못들겠습니다.
친구들에게 "내가 난독증에 걸렸나봐. 읽었는데 이해가 안가" 라는 말을 한두번 한 것이 아니고,
그럴때 마다 친구들은 "그 사람 약빨고 썼나보지..."라고 답했습니다.
봄을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우리나라 현정부가 어쩌구 저쩌구...
그러다가 갑자기 세계는 이런데 어쩌구 저쩌구...
그 글을 쓴 사람은 앉아서 삼라만상을 다 꿰차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통찰력이 손끝을 통해서 나올 때,
어제 마신 소주와 아침에 먹은 해장국,
화장실 가기 전의 뒤틀리는 아랫배,
그리고 또와리 튼 뱀을 뒤돌아서 한번 보고 나서 느끼는 그 감정과 함께,
그 사람의 글은 마치 열반에 올라갔다가 내려온 사람처럼 글을 쓰는 것 같더군요.
한마디로...
"나는 글을 쓸테니, 너는 내 머릿속을 이해하도록 하여라~~"
라고 글을 쓴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학교다닐 때, 배웠던 가장 기본적인 '와꾸'를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Introduction]
Hook & evidence 1, 2, and 3 AND conclusion
[Body]
evidence 1
evidence 1-1
evidence 1-2
evidence 1-3evidence 2
evidence 2-1
evidence 2-2
evidence 2-3evidence 3
evidence 3-1
evidence 3-2
evidence 3-3
[Conclusion]
short explanation with evidence 1,2,3 & Conclusion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에서도 가르치지 않는 것이 글쓰기 입니다.
그러다보니, 논술선생이라는 사람이 가르치는 것은 마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흥미로우면 잘쓴다 또는 문장이 좋으면 잘쓴다라고 착각을 하게 만드는 강의를 하더군요.
최소한 저의 조카가 말한 것고 책을 읽고 제가 받은 느낌은 그렇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제가 이곳에서 학교다니면서 배운 것을 정리해 보면,
Introduction
여기에서는 자기가 왜 이런 글을 쓰는지 주의를 끌어야 합니다. Hook이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의 결론을 먼저 머리에 두고, 최소한 3가지의 근거를 늘어놓습니다. 짧게요.
그 3가지 근거하에 나의 견해는 이러하다라는 결론을 먼저 씁니다.
Body
근거는 최소한 3가지를 들어야 하고,
각 근거는 '다시' 최소한 2~3가지의 근거로 도와줘야 합니다.
왜 내가 이것을 근거로 생각하는지만 알고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왜?"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 됩니다.
Conclusion
다시 앞서서 든 모든 근거를 짧게 설명해줍니다. 같은 근거 다른 표현으로요.
그리고 결론을 다시 써줍니다.
이것을 익히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배운적이 없었으니 더더욱 그랬겠죠.
하지만, 일단 버릇이 되면, 그냥 이런 틀로 글을 쓰게 됩니다.
논설문을 쓰기가 아주 쉬워집니다. 아니, 설명문도 마찬가지 입니다.
근거와 결론을 잘 배치하면 한번에 쑥 읽기도 쉬워지고,
수긍하기도 쉬워지고,
이해하기도 쉬워지고,
전달하기도 쉬워집니다.
그냥 모든 근거에 "왜?" "왜?" "왜?"를 생각하면서 글을 쓰면 누구라도 읽기 쉬운 글이 됩니다.
그 이유는 내가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 계속 던졌을 때, 내가 수긍이 안가면 그 누구도 수긍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표현은 나중의 문제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모방하다보면 배워지는 것이지만,
틀을 생각하지 않고 글을 쓰면 글이 산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 모릅니다.
이것을 조카에게 말해줬더니....
그녀석 눈이 쾡~해지면서...이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라고 하더군요.
순간...더 이상 이 녀석 머리를 뒤집어 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그만두기는 했지만
정말 우리는 도대체 학교다니면서 뭘 배웠나 싶어요.
점수만, 성적만, 내신만...이러다가 3년보내고,
대학들어가서는 남의 책이나 친구 레포트 베끼기에 시간을 보내다가,
사회에 나와서는 스프레드시트나 프리젠테이션만 만들다가...
...
..
.
갑자기 뭐 이런 글을 쓰냐 하시겠지만,
조금 전에 어떤 분이 나는 이렇게 쓰는 것이 좋아서 쓴다 라고 하시며
스팀잇에 쓴 글을 읽고...
머리가 돌아버리는줄 알았습니다.
저 사람은 정말 약빤게 확실해...
저는 약빤 글을 한편 읽고,
그 독을 빼야겠다는 생각에
잠도 안자고
이런 해독약글을 써보려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냥 덜 약빤글이 되었군요.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서 글을 쓰겠지만, 글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쓴 글을 네가 이해하거라..."가 아니고, "내가 너를 이해시키려 노력하마..."라고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죄송합니다.
스티밋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하겠지만 작성해주신 방법이 회사 조직내에서도 아주 훌륭한 방법으로 적용될 것 같습니다. 소위 조직내에서 잘나간다는 사람들은 위와같이 정리하여 보고하더군요.. ^^ 중요한 내용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역시 텍스트를 받아들이는 건 사람마다 다르네요. 지금 제 문장도 저자분께는 불쾌한 문장이 될 것 같습니다. 저도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이 문제에 대해 고민했지만 결국 텍스트를 받아들이는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글을 공부하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시'는 여전히 난해한 작품이더군요. 이젠 그 사람이 말하고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내것으로 만드느냐를 고민하게 됩니다.
택스트를 받아들이는 태도의 문제라고 하셨군요....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요, 택스트를 읽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글을 써야할 문제라고 ㅎㅎ
오우...시는 저는 전혀 ㅎㅎㅎ 손도 못댑니다. 그러므로 전 패스 ㅎㅎ
중요한 내용 입니다.
회사 보고서 20페이지 이상짜리 작성하는데...
주저리, 주저리, 마지막에 결론으로 쓰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연습만 하면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생각 정리하기도 쉽구요.
저도 그런 사람중의 하나가 아닌가 반성해봅니다. 제시해 주신 예문을 참고하면서 적용하면 읽는 사람이 참 편하고 이해가 빠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우...그렇게까지 봐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공감가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
그 글이 뭔지 심히 궁금하네요. ㅎㅎ
종종 보입니다. 손가락이 오글거리며 도대체 이 사람 머릿속은 솜사탕이나 구름으로 만들어졌나 싶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