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밤에... @jjy
얼굴도 한 번 못 보고 사주단자를 보내는 것으로 약혼식을 대신하고 얼마 후 신부 집 마당에서 대례를 올렸다. 혼례가 이어지는 동안 속으로는 어떻게 해서 새색시의 드센 성정을 다스리고 공처가 소리를 듣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신랑의 머릿속은 온갖 생각으로 가득했다. 마당 가득 들어선 구경꾼들은 신랑이 깎은 밤처럼 또랑또랑하고 예쁘게 생겼다느니 신부가 키도 크고 우람해서 성격도 시원스럽고 아들도 쑥쑥 잘 낳겠다고 한 마디씩 했다. 뭐가 잘못 돼도 한 참이나 잘못 된 일이지 무슨 신랑이 예쁘고 신부가 우람하면 이건 완전 거꾸로다. 그런데 양가의 부모가 서로 자기 자식과 반대되는 짝을 찾으니 일이 그렇게 된 것이다.
드디어 첫날밤이 되었다. 족두리에 낭자머리를 하고 원삼을 차려입은 새색시는 연지곤지가 무색하게 아무리 보아도 곱상한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옷차림만 새색시였지 건장한 남자처럼 보였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덩치만 남자 같은 게 아니라 성격도 드세고 어찌나 괄괄한지 웬만한 남자는 일찌감치 꽁무니를 뺀다고 한다. 게다가 나이도 두 살이나 위였다. 어쨌거나 곱상한 신랑은 그 우람한 새색시와 합환주를 나누고 머리를 내린 다음 꽃불을 껐다.
잠자리가 설어서였는지 아무리 잠을 청해도 잠은 점점 달아났다. 한 밤중이 지났을까 이웃에서 첫닭 우는 소리가 들렸다. 옆을 보니 신부는 고단했던지 코까지 골며 자고 있었다. 신랑은 살그머니 일어나 방 한쪽구석에 있는 요강을 가져다 이불을 들추고 신부가 자는 곳에 몽땅 쏟아 부었다. 그리고는 모른척하고 누워있었다.
먼동이 트고 있는지 평살문 밖이 아슴푸레 해온다. 마당건너 기침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곤하게 자던 새색시가 부스럭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안절부절 못하고 아랫목 윗목을 번갈아 오고 갔다. 신랑은 자는 체를 하며 거짓 잠꼬대까지 했다. 문밖에서 인기척이 있고 새색시가 신랑을 깨웠다. 항아님이 세숫물을 대령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부스스 일어난 신랑은 밤새 일어난 일을 모두 눈감아주기로 했다. 그리고 자기가 한 것처럼 꾸며 새색시를 곤경에서 구해 주었다. 새색시는 너무 고마운 나머지 신랑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하며 살겠다고 맹세를 했다.
살아가면서 맹세를 지키기가 그리 쉬울 리 없는 법, 불쑥불쑥 억센 성정이 고개를 쳐들 기미가 보이면 신랑은 점잖은 목소리로 첫날밤 얘기를 시작할 태세였고 하는 수 없이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꾸역꾸역 삼키며 살았다. 주변에서는 무슨 방법인지 알려 달라고 농을 했다.
신랑의 꾀로 다른 남자들이 슬슬 피하는 여자를 아내로 맞아 아들 딸 낳고 잘 살았다. 어느덧 서로의 백발을 측은하게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첫날밤에 거짓말을 해서 새색시를 꼼짝 못하게 해서 공처가라는 놀림을 면하기는 했지만 평생을 기를 못 펴고 살게 한 일을 마음에 걸려 하던 차에 회갑을 맞이한 영감님이 그 날의 일을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타고난 천성이라는 게 송두리째 변할 리는 없었다. 불같이 화가 난 마나님이 수염을 움켜잡고 몽창 뽑아 턱을 반들반들하게 만들어놓았다. 호랑이 마누라 길들이는 방법을 묻던 친구들에게 자식을 아홉이나 두고 내시가 되었다고 놀림감이 되었다.
Nice
Good post friends. have a great activity! Good luck always!!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언제나 응원해주시는 알티포유님
감사드려요.
덕분에 힘이 됩니다.
평안한 주말 보내세요.
황혼이혼의 위기였나요? ㅋㅋ
이혼까지야 생각하겠습니까
후반전의 시작이었지요.
감사합니다.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새겨보는 시간 입니다.
그 은밀한 이야기를 첫날 밤 이야기를 했으니 혼이 날 만도 했네요.
jjy기치를 올려 30고지도 바라보시죠.
20 고지 넘기실걸 축하드립니다.
그러게요. 조금만 더 참았으면
여자는 입이 가벼워 수염이 안 난다고 하지만
남자가 입이 덜 무거워 있던 수염도 뽑혔으니 ...
감사합니다.
너무 좋은 글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그냥 가볍게 웃는 정도지요.
편안한 휴일이셨기를 바라며
새로 시작되는 한 주간도 기쁘게 열어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