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달아, 달아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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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 달아 @jjy

시샘달 마지막 날에 빗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하고
물오름달 새벽 빗소리에 잠을 깬 날 오늘이 3.1절이라는 생각에
비 그친 하늘을 보면서 아 봄이로구나 하는 마음만 벅차서
해마다 정월 보름이면 하는 나물에 오곡밥도 깜빡 할 뻔 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보며 자라던 몇 가지 풍속인데 지금은 그도
친정이나 시댁에서 해 주면 먹는 것으로 인식이 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대보름이 아니라 하루 전날 즉 열나흘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오곡밥에 아홉 가지 나물을 먹고 부지런히 일을 하는 날이지요.
아홉 가지 나물에 오곡밥을 지어 이웃과 나누어 먹고 글공부하는
선비는 책 아홉 권 을 읽고 나무꾼은 나무 아홉 짐을 하고
길쌈하는 여인은 베 아홉 필을 짜는 날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내일이 대보름으로 복을 비는 날이지요.
보름에 달을 보며 복을 빌기 전에 우선 근면하게 힘써 일한 다음
하늘에 복을 비는 삶의 태도 즉 진인사 대천명이라는 말을
이렇게 몸소 실천하며 살았습니다.

복을 비는 행위는 대체로 이렇게 진행되지요.
우선 잠자리에 일어나 입을 떼기 전에 엿을 한 조각 떼어 입에
물려줍니다. 이는 액막이라고 하지요. 그 다음 귀 밝으라고 귀밝이술도
한 잔씩 하고 피부병 없이 잘 지내라고 부럼을 깨는 것까지 모두
말을 하기 전에 해야 하는 것들입니다.

여인네들은 제일 먼저 우물에 물을 긷는데 용알뜨기 라고 해서
한 해 동안 집안에 운이 트이고 복이 와서 좋은 일만 생긴다고
믿었지요.

보름날에는 식단도 달라집니다. 아침에는 어제 먹던 오곡밥에 나물은
모두 사라지고 흰 쌀밥에 쌈을 먹는데 한 가지 웃지 못 할 일은
보름날 고기를 못 먹거나 김치를 먹으면 일 년 내내 살쐐기가
인다고 하는 속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일찍 저녁을 먹고 달구경을 하는데 제일 먼저 달을 본 사람은
대운이 트인다고 하여 여간 부지런을 떨었던 게 아니랍니다. 다복으로
나이 수대로 묶어 달님, 달님 부르며 소원을 빌며 절을 하고 그 불을
모아 가래떡을 구워 같이 먹는데 서로 여러 사람들에게 먹이려고
했지요.

그러는 동안 달집을 묶었던 지푸라기 하나라도 흘리면 안 된다고
합니다. 그 지푸라기를 까마귀가 물어 가기라도 하는 날엔
부정 탄다고 해서 특별히 주의를 했고 아이들이 날리던 연도
그 때 다 태워 없앴습니다. 이는 정월 대보름이 모든 놀이의
끝맺음이라는 의미가 있지요.

이윽고 밤이 깊어 달은 높이 떠 밝은데 일 년 내내 가족들이나 집안일로
힘이 든 여인네들은 어디 가서 위로를 받을 길이 있어야지요. 요즈음처럼
쇼핑을 하든가 무슨 관광을 가는 것도 모르던 시절이니 하는 수 없이
어른 안 계신 작은 집에 모여 물장구를 치며 노래를 하는데 요즈음
노래가 아니고 규방가사 같은 음률에 저마다 하소연을 하면 그게
노래였지요.

요즘 신세대들은 물장구라는 말이 생소 하지요?
물장구가 수영할 때 발차기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 커다란 자바기나
옹패기에 박을 띄우고 장구채 같은 막대로 두드리던 놀이였는데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찍어내던 분들이 여럿이었지요. 영문 모르던 저도 괜히
눈물이 날만큼 물론 요즈음의 야자타임처럼 웬만한 내용을 서로 묻어주고
참 물장구를 치는 집으로 모이기 전에 집집마다 미리 어레미라는
굵은 체를 하나씩 걸어두지요. 까닭은 야관귀라는 귀신이 늦은 밤에
이집 저집 다니다 식구 수를 세어 하나씩 잡아 가는데 체 구멍 세다가
눈이 아른거려 어지러워서 그냥 도망을 가라고 그런답니다. 그리고
야관귀가 싫어하는 게 호박냄새라 보름에 호박 나물을 꼭 먹는 이유랍니다.

그런데 이런 복을 구하는 행위의 공통점은 부지런과 선을 전제조건이라는
것이지요. 남들이 일어나기 전에 단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일어나 복을
구하는데 하늘인들 어쩌겠습니까? 또 하나의 공통점인 나눔의 정신인데
열나흘에 먹던 오곡밥과 나물은 다음날까지 두지 말고 밥 못 짓는
어려운 이웃들과 같이 먹으라는 뜻이고 달집 태우고 구워 먹는 떡도
더 이상 집에 감추어 놓고 혼자 먹지 말고 여럿이 나누자는 뜻이지요.
선을 행하는 자는 귀신도 해코지 못한답니다.

야관귀도 명색이 귀신인데 그깟 호박나물이 무서워서 달아나겠습니까?
자선을 하는 사람에겐 하늘에서도 복을 내리는데 하늘하고 친한 사람
건드리면 귀신이라고 해서 하늘에 미움 사지 않고 무사히 지나간다는
보장이 어려워지는 게 무서웠겠지요.
큰 복은 하늘이 내리지만(天福) 반복은 사람이 구하는
것이라고 하지요.

구복(口腹)이 원수요, 수족(手足)이 효자라는 말은 시대를 초월하는
명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올 해는 보다 열심히 일하고 선한 생각 선한 말씨 선한 행동으로
한 해 복 많이 받을 수 있게 살았으면 합니다.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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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감사합니다.

The information you provide helps us a lot..
thnx for shear the post
i always following you..

감사합니다.

아...내일이 정월 대보름이군요~ 점점 우리 전통을 잊고 사는듯 하네요..알려주신 정보 잘 기억했다 아이들에게 설명이라도 한번 해줘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가지의 깊은 의미가 있네요
일본에서는
도깨비는 밖으로 복은 안으로 라는 말을
보름날 많이 했답니다
鬼は外福は内

도깨비는 밖으로 복은 안으로
완전 좋은 말 같아요.
우리 집에 하나 써붙여도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정독했어요~~
대충 흘려듣고 아는게 다였는데
잘알게되었어요.
저도 부지런하고 선하게 복을 부르는 생활을 해야겠어요^^

맞습니다.
복도 불러야 옵니다.
부지런히 부르세요.

우리의 전통에는
하나도 허투루 된 것이 없네요
좋은 이야기 그 안의 정보 담아갑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선조들은 참 지혜로우신 분들이셨다는 걸
나이가 들면서 절감하게 됩니다.

구복(口腹)이 원수요, 수족(手足)이 효자라니...

늘 잊지 않겠습니다. 저처럼 수족보다 입으로 먹고 사는 사람은 말년에 외롭기 십상이라는 생각은 가끔 합니다 ^^;

이는 농경사회에 적용되는 말이겠지요.
풍류판관님처럼 말로 일을 하는 분들도 필요하지요.

정말 좋은글 감사합니다^^
조상님들의 가르침은 정말 이 세대를 뛰어 넘을 만큼 지혜로운 것들이 많네요 ㅎ
오늘도 배우고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올한해 복많이 받으세요^^

우리나라는 복 받은 나라입니다.
이런 지혜로운 조상님들이 계셨고
세계적으로 우수성이 인정된 한글이 있고
이렇게 스팀안에서 상위랭킹을 유지하는 자랑스런 kr이 있고

오늘 집에 오며 달이 왜이리 큰가 했는데, 내일이 정월대보름이군요!
부럼이 안되면 호두라도 사야겠어요 ㅎ

올해는 호두가 싼 것 같아요.
우리도 호두랑 땅콩이랑 밤이랑 사서
하루 전날 미리 먹었답니다.
보름날까지 못 기다리고 ㅎㅎ

도깨비라..ㅎㅎㅎ 올림픽과 함께 여러 의미로 다가오네요 ㅎㅎ
깔끔한 어체 본받고 싶습니다 : )

예전에는 왜 그렇게 무서운 얘기가 많았는지요.
도깨비, 달걀 귀신, 화장실 귀신에
처녀귀신 몽달귀신 에고 무서버라

내일꼭달님보고소원빌어야겠군요 소원이너무많은데...흠...

지금 바깥을 보니, 엄청큰 대보름달이 둥실 둥실 떠있네요. 오곡밥 만들어먹어야 하는 날이군요. ㅎ

양목님 오곡밥 아홉 그릇 드셨나요?
그래야 글 아홉편 쓰시지

오늘 저녁으로 각종 나물과 오곡밥을 먹어서 그런가 글이 더 반갑게 느껴집니다. 내일은 꼭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보름밥도 드시고 소원도 비셨지요
그 소원 다 이루시는 해가 되세요.

젊은 나이는 아닌데 물장구라는 말은 또 오늘 처음 알앗네요.ㅎ

예전엔 명절이나 어머니들이 모이실 때면
그렇게 한 번씩 노셨어요.

https://steemit.com/kr-event/@omanaa/3-1
여러분!! 3•1절 대박 특집 이벤트!! 하시모토 토오루 전 오사카 시장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아이디어 있으신 분들 댓글참여 부탁드려요!^^

기껏 알려주신 좋은 기회를 제가 놓쳤네요.
좋은 기회였는데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내용은 네이버에서 건진 글입니다)

민간환경운동단체인 녹색연합(사무총장 장원)이란 단체에서 「우리말 달 이름 쓰기」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에서 자체발행하는 월간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통해 남녘교회 임의진 목사가 이름 붙인 고운 우리말 달이름을 소개하고,무미건조한 숫자 대신 뜻 있고 정겨운 이 이름들을 사용하자고 제안해서 우리말로 된 12달이 만들어졌습니다.

각각의 달은 다음과 같습니다.

1월은 해오름달 - 새해 아침에 힘있게 오르는 달
2월은 시샘달 - 잎샘추위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 달
3월은 물오름달 - 뫼와 들에 물 오르는 달
4월은 잎새달 - 물오른 나무들이 저마다 잎 돋우는 달
5월은 푸른달 - 마음이 푸른 모든이의 달
6월은 누리달 - 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차 넘치는 달
7월은 견우직녀달 - 견우직녀가 만나는 아름다운 달
8월은 타오름달 - 하늘에서 해가 땅 위에서는 가슴이 타는 정열의 달
9월은 열매달 - 가지마다 열매 맺는 달
10월은 하늘연달 - 밝달뫼에 아침의 나라가 열린 달
11월은 미틈달 - 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달
12월은 매듭달 - 마음을 가다듬는 한 해의 끄트머리 달

제가 전에 포스팅 했던 내용입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새겨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