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과유불급

in #kr6 years ago

과유불급@jjy

내리 내리 딸만 셋을 낳고 소박데기 아닌 소박데기가 된 여인이
있었다. 남편은 아들을 봐야 한다는 구실로 온 나라 안을 제집
안방처럼 드나들며 갖은 난봉을 다 피웠다.

그대로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도 대판 싸움도 못하고 갈라서겠다는
말도 못하고 살았다. 딸들에게 아버지라도 있어야 나중에 선이라도
제대로 보게 하려면 어쩌는 도리가 없었다. 하기야 아들이 있어도
두 집 살림을 하는 사람도 있던 시절이었다.

혹시라도 남들에게 아버지 없이 혼자 키운 딸이라고 손가락질 받지
않게 하려고 딸들을 오금도 못 피게 하고 길렀다. 세상의 남자는 다
늑대라느니 너희 아버지를 봐라 세상에 믿을 남자 하나도 없다. 만약
남자가 네 몸에 손가락이라도 닿는 날엔 끝장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살았다. 틈만 나면 남자와는 옷소매는 고사하고 슬쩍
그림자만 스쳐도 신세망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키운 덕에 딸들은 모두 반듯하게 잘 자랐고 친탁을 해서
아버지처럼 훤칠하고 날씬했다. 이목구비도 또렷하니 예쁜 얼굴로
이웃 동네에까지 소문이 날 정도였다.

호랑이 엄마 때문에 연애편지도 읽어보지 못하고 화장실에 버리고
우물가에서 쳐다보는 남자만 있어도 집으로 줄달음을 쳤다. 그렇게
단도리를 해서 키운 딸에게 중매가 들었다. 만나보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맞선을 보는 자리에서 좋은 집안이라는 아버지의 말 한 마디에
그 날로 읍내 사진관에 가서 약혼기념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사진
한 장 찍는 것으로 운명을 결정지었다.

드디어 결혼식을 마치고 신방에 들어 족두리를 벗기고 비녀를 뺐다.
거기까지는 물 흐르듯 지나고 드디어 화촉이 꺼졌다. 그러나 단잠을
이루기도 전 신랑은 방문을 박차고 나왔다.

새색시의 엄마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
새신랑 앞세우고 근친 올 날을 기다리던 딸이 신랑은 간데없고 초췌한
몰골로 보퉁이 하나 들고 들어섰다.

엄마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어찌 된 영문인지 캐물었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절대 내 몸에 손을 대지 못하게 했는데 신랑이
화를 내며 그 길로 나가버렸다고 울며불며 하소연을 했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시댁에서 다시 신부를 데려가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둘째 딸도 날이 갈수록 피는 얼굴이 언니 못지않게 예뻤다.
중매쟁이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내세우는 신랑감과 선을 보고 몇 번
만나지 않아 결혼 날을 잡았다. 그 동안 세상이 변했다고 언니 때와
다르게 온양온천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둘째 딸도 짝을 지었으니 이제 한숨 돌려도 될 법하다 싶어 모처럼
뜨끈한 방에 등허리를 지지고 누운 친정엄마에게 신혼여행 중인 딸의
목소리는 환청이라고 생각했다. 문이 열리고 방바닥에 힘없이 떨어진
가방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환청이기를 바랐다.

연신 코를 풀며 울기만 하는 딸을 달래며 무슨 일인지 물었다.
언니가 첫날밤에 소박을 맞은 사연을 시도 때도 없이 들어서 외우고
있는 둘째 딸은 신랑이 손을 대기도 전에 스스로 옷을 벗었다.
중매쟁이의 말로 남자하고 손도 못 잡아본 여자로 소개 받은 신랑은
속았다는 느낌이 들고 배신감을 누를 길이 없었다. 며칠 뒤 신랑은
시어머니와 함께 찾아와 둘째 딸을 데리고 갔다.

셋째 딸은 선도 안 보고 데려 간다는 말이 괜한 말을 아니었다.
아무리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도 셋째 딸은 한 눈에 알아보았다.
거기다 공부도 잘 했다. 남학생들은 어떻게 해서 쪽지라도 전할까 쉬는
시간만 되면 복도를 기웃거렸다. 등하교 길은 물론 화장실 가는 길에도
지키고 서 있었다. 그러나 장미에게 가시가 있는 것처럼 셋째 딸의
눈빛은 가시 보다 날카로웠다.

딸은 졸업하고 우체국에 취직을 했다. 창구에는 등기우편이나 우표수집이
취미라는 남자들이 늘어갔다. 그러나 가시에 찔린 상처를 안고 떠났다.
가시나무를 다루는 능숙한 손길은 셋째 딸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했다.
셋째 딸을 며느리로 삼고 싶은 우체국장의 친구가 아들을 소개했고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첫 눈에 반했다. 결혼은 급속도로 진행 되었고
시골에서 재력이 있던 시아버지는 자신이 고른 며느리의 신혼여행에 거금
을 들여 해외로 보냈다.

친정엄마는 이제야 말로 두 다리 쭉 뻗고 자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밖으로만 돌고 한 해에 한두 번도 볼까 말까한 남편
때문인지 온 몸이 으슬으슬 했다. 결혼식에 도움을 준 가까운 사람 몇을
불러 근처 찜질방에서 땀을 빼고 친목회 때면 가는 소갈비집으로 가서
거하게 한턱 쏘았다.

혼자 지내면서 제일 싫은 일이 혼자 밥 먹는 일이고 불 꺼진 빈집에 문
열고 들어가는 일이었다. 당연히 캄캄해야 할 집에 불이 켜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서둘러 들어오니 이번엔 셋째 딸이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기가 막혔다. 눈앞에 광경을 믿고 싶지 않았다. 온 몸에 맥이 풀리면서
그대로 무너졌다. 다른 애들은 뭘 몰라 그런다 치더라도 야무지고 똑똑한
셋째는 두 딸들과 다를 줄 알았다.

셋째 딸은 엄마를 보는 순간 용수철처럼 튕겨 나오는 소리로 분을 이기지
못하고 어깨로 숨을 쉬면서 신랑 욕을 한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 했느냐구,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몰라 저 좋을 대로
결정하라고 물어봤기로 뭐가 그렇게 잘 못한 거라고 그렇게 난리냐구...
내가 이 옷을 입고 있을까? 벗고 있을까? 어떻게 할까 자기야.”

엄마는 딸의 술잔을 빼앗아 남은 술을 털어 부었다.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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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감사합니다.

과유불급...정말 치우침 없이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리며 현실을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많은 않은 듯 합니다. 과한 욕심에 또는 의욕조차 없는 삶이 아닌, 균형잡힌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꾸며 살기 위해선 부단한 자기 가꿈이 필요하단 생각을 해봅니다.

과유불급 말이야 쉽지만
그 정도를 맞춘다는 일이 그렇게 쉽겠습니까
근사치에 닿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과유불급 -정도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것과 같다. 참으로 지키기가 어렵지만 지키도록 노력해야겠지요.

누구에게나 숙제로 주어지는
그래서 힘든 난제같습니다.

ㅎㅎㅎ 이 이야기 어릴때 들었어요. 적당히가 점점 어려운 세상이 되는것 같아요. ㅠㅠ 어머니는 저 상황에서 어찌 해야 할까요...

저 어머니
얼마나 울고 싶었을까요

ㅎㅎ 즐거운 스토리 잘 읽었습니다.
과유불급이라 하셨는데 뭐 별로 과하지는 않은듯 ^^
저 개인적으로는 둘째딸 버전이 가장 좋네요 ㅎㅎ

둘째 딸도 속으로 무척 떨지 않을까요?
겉으로는 대담한 것처럼 행동했지만 ^^

ㅎㅎㅎ 앗 이도 저도 아니고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요?

그러니까요
그래도 다들 잘 넘어갔지요

흐흐흐...

정말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