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지 1시간이 넘도록 배가 오지 않았습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하고 있는데 승무원이 사람들을 불러 모읍니다. 조그만 배에 타랍니다. 배가 너무 커서 항구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읭?) 배를 타고 가서 탑승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미 오래 기다리고 지친터라 순순히 배에 탑승했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안전에 철저해서 짧은 거리를 가는데도 구명조끼를 다 나눠주더군요.
배를 5분쯤 타고 갔을까, 드디어 우리가 탈 앙코라 크루즈(Ancora Cruise)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확실히 다른 크루즈들에 비해서 조금 더 크긴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분명 3월에 새로 출항한 배라고 들었는데, 겉보기에는 화려하긴 한데 군데군데 외관이 그렇게 새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기존에 다른 용도로 쓰던 배를 리모델링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쨌거나 크루즈에 무사히 접선을 하여 승선을 하였습니다. 배의 구조는 1층과 2층은 객실이고, 3층은 식당, 그리고 3층 바깥쪽과 4층에는 휴게 공간으로 되어 있습니다. 일단 3층 식당으로 모여서 향후 일정을 안내해준다고 합니다. 올라가는데 위에서 장미꽃을 뿌려줍니다. 급조한 이벤트 티가 살짝 났지만 어쨌든 기분은 괜찮습니다 ㅎㅎ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옆 자리에 앉은 승객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드디어 크루즈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기대감에 가득차있었습니다. 잠깐 언급했지만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해서 나름 거금을 들여 5성급 크루즈를 예약한 것이었거든요. 하롱베이의 풍경도 궁금하고, 또 객실은 어떨지도 궁금합니다.
그런데.. 처음에 웰컴드링크를 나눠주고는 또 수십분동안이나 아무런 진전이 없습니다. 이럴 거면 차라리 빨리 방에 가서 짐이라도 풀었으면 좋겠는데 무슨 이유인지 계속 식당에서 대기를 해야 했습니다. 아직 크루즈 운영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승무원들이 좀 몸에 익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한참 기다리고 있으니 매니저가 점심을 먼저 먹겠다고 안내를 해주었습니다. 이미 시간이 현지 시간으로는 1시 반, 한국 시간으로는 3시 반쯤이니 배가 무척이나 고픈 상태입니다. 그래 이미 많이 늦어졌으니 밥부터 주려나보다 했는데 왠걸, 분명 메뉴는 부페인데 세팅조차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역시 또 기다려야 했던 거지요. 그로부터 또 한 40분쯤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결국 점심을 먹은 시간은 현지 시간으로 2시 반이 가까이 되서였습니다. 이미 사람들은 지쳐서 반쯤 포기한 상태.. 역시 마음을 비워야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진실을 깨닫게 해주려 그랬나봅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시작된 점심시간, 음식 가짓수는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맛은 괜찮았습니다. 기다린만큼 더 맛있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구운 새우 요리가 가장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 수에 비해서 한 번에 준비되는 음식의 양이 너무 적었다는 점입니다. 중간중간 음식을 다시 채우기는 했지만 이미 몸도 마음도 헝그리해진 사람들의 분주한 손길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계속 음식이 비어있는 상태로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그리고 결국 준비된 음식이 다 떨어져버렸습니다.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충분하지도 못했던 그런 점심식사였지만, 그래도 이제 점심도 먹었고 본격적인 크루즈 여행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기대가 되더군요.
(배가 너무 고파서 사진 하나만 찍고 바로 흡입을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방키를 받아들고 객실로 내려왔습니다. 저는 2층 객실이었습니다. 카드키가 되지 않아서 몇 번 리셉션을 왔다갔다 하는 불편을 겪은뒤 드디어 들어간 객실은... 매우 좋았습니다. 방이 조금 좁긴 했지만 그래도 킹사이즈 침대도 있고, 외부 발코니, 그리고 욕실에는 자꾸지까지... 역시 5성급 객실답게 상당히 고급스럽게 꾸며놨더군요. 다만 리모델링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아직까지 페인트 냄새가 너무 심해서 머리가 아플 정도였습니다. 창문을 열어두었지만 바람이 잘 들어오지 않아서 냄새가 잘 빠지지 않았습니다. 뭔가 환경호르몬에 온 몸이 버무려지는 느낌?이었지만 딱히 할 일도 없고 좀 피곤하기도 해서 침대에 누워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촌 방문 + 카약 액티비티를 하니 참가할 사람은 1층으로 내려오라는 안내 방송이 나옵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역시나 처음에 타고왔던 작은 보트를 타고 다시 어촌까지 이동해야 합니다. 앞으로 액티비티마다 이 배를 타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롱베이의 어촌 마을은 물 위에 떠있는 일종의 플로팅 빌리지 (floating village)였습니다. 드럼통 같은 것들을 물 위에 띄우고 그 위에 편편하게 나무 등을 깐 뒤에 그 위에 집을 세웠더군요. 거기서 음식도 해먹고 목욕도 하고 심지어 강아지들도 키우는 게 보였습니다. 처음에 이 곳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정말 궁금해지더군요.
어촌 마을에서는 두 가지 옵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카약과 노 젓는 배 체험이었는데요, 카약은 직접 타고 노를 저으며 돌아볼 수 있고, 노 젓는 배는 현지인 분이 노를 저어주시는 배였습니다. 카약이 더 재미있긴 하겠지만 물에 젖을 수도 있다고 해서 그냥 노 젓는 배를 타고 주변 풍경을 감상했습니다. 시간은 그리 길지는 않았어요. 약 10분 정도? 조금 아쉬웠습니다.
배를 타면서 다시금 느낀 건 하롱베이는 정말 파도가 잔잔하다는 것입니다. 잘 모르고 보면 그저 큰 호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거의 파도가 치지 않습니다. 아마 2,000개에 가까운 작은 섬들과 기암석들이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덕분에 크루즈 여행 내내 멀미 걱정 없이 편안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보트 체험을 하고 돌아오니 갑판 위에서 쿠킹 클래스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베트남 전통음식을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고 해서 내심 타기 전부터 꼭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프로그램이었거든요. 15분 정도 후에 바로 시작한다길래 객실로 돌아가지 않고 잠시 갑판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시간을 보내자 생각했지요. 그래서 한동안 즐겁게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시나 시간이 되어도 테이블 세팅조차 되지 않더군요. 혹시 장소를 잘못 알았나 싶어 직원한테 물어보니 직원조차 시간과 장소를 모르더라고요;;
결국 거의 30분 후에야 슬슬 준비를 시작하기 시작하는 직원들.. 역시 여기서는 뭔가 정시간에 시작하길 기대하면 안되고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도 직원들은 해피아워라며 와서 음료수를 시킬 것을 권유하고.. 그래도 1+1 가격으로 할인해준다길래 논 칵테일 두 잔을 시켜 놓고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새 어느덧 테이블이 마련되고 주방장이 나와서 쿠킹클래스가 시작되었습니다. 메뉴는 월남쌈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샌가 학부형들과 어린이들이 몰려와 테이블을 빙 둘러싸고 진을 치더라고요. 한참을 기다리고도 결국 자리가 애매해져버렸습니다. 테이블을 좀 더 큰 걸 세팅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딱 8인석 정도의 자리만 만들어줬거든요.. 결국 아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참여하기도 그렇고 나보다는 저들이 참여하는 게 더 의미있겠다 싶어서 자리를 비켜주고 객실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이미 저녁식사를 할 시간이었지만, 쿠킹클래스도 늦춰졌고 점심 때 경험을 비추어볼 때 분명 저녁을 먹으려면 1시간은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동안 샤워도 하고 저녁 코스 식사를 즐기기 위한 드레스 코드로 갈아입기로 했습니다. 욕실은 워낙 잘 되어 있어서 기분 좋은 마음으로 샤워를 했는데, 아뿔싸,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출동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