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만 먼저 온 가을이다.
폭염 덩어리들이 난무 하지만
이미 하늘엔 가을이 파랗게 칠해져 있다
파란 바람이 미세하게 묻어나고
문득 선가을을 맞이한 나는 말을 잊는다
송두리채 나를 흔들고 지나갈
가을, 그 고질병을 또 어떻게 넘겨야
방황과 그 배회의 고독한 강을 건널까
이젠 나이만큼 무딘 가을을 만나고 싶다
청량한 햇빛도 무의미하게 넘기고 싶고
가을이 주는 섬세한 색감적 무통의
미세한 자극에도 흔들리지 않게되는
감각을 무디게 하는 약제라도 뿌리고 싶다
흔들림 없는 속에 가을을 경영하고 싶다
가을만 되면 도지는 통증들을 피하고 싶다
무통의 아픔에 쫒겨 일에 빠지기 보다는
일에 빠져 아픔을 모르는 그런 가을을
이가을 만이라도 경영해 가고 싶은것이다
미세한 소슬바람만 만나도 바람에
맥없이 취해서 흔들리는 그런 나를
이젠 훌 훌 버리고 그 앞만 보고 달리는
무딘 폭주기관차 답게 보내고 싶다
가슴에 알알이 박히는 고독과 계절특유의 비애......
그리고 단풍과 낙엽을 닮아가는 내 마음
허무와 쓸쓸함에 극치들.....
맹목의 값싼 풍요와 긍정들......
늘 내가 매번 경영했던 가을들이다
이제 그 오묘한 가을에서 벗어나
나이만큼, 덩치만큼 숙성되고도
중후한 가을, 그 가을을 만나고 싶다
오늘은 서울에서 시작해 점심과 저녁을 먹고 청주로 간다. 끝자락 폭염들이 발악처럼 버티는 날이 될 것이고 나는 소풍을 즐기는 소년처럼 마음을 텅비우고 진행의 광경속에 푸욱 빠져서 신나게 장사를 즐길것이다. 오늘의 사명이다.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