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와 난이의 이야기
『연둣빛의 냇가 마을에는 개구쟁이 반딧불이 반이가 살고 있지요.』
아침의 햇살이 냇가 마을을 눈부시게 물들이자 반이와 반이의 친구들 모두는 수풀 속으로 들어갔어요. 잠을 자기 위해서 말이에요.
(반딧불이들은 낮에는 자고 밤에만 활동을 한답니다.)
밤새 많이 놀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운지 반이는 투덜거렸지요.
“에~이, 오늘도 별로 못 놀았네……. 아침은 왜 이렇게 빨리 오는 거야?, 오늘 밤엔 더 멋지게 놀아야 겠어……."
수풀이 잠을 자러 들어가는 반이를 포근하게 감싸주며 말했어요.
“반이야 오늘 밤엔 너의 아름다운 불빛 쇼를 보여줘! 너의 불빛 쇼는 너무 멋지고 아름답잖아! 모두가 좋아할 거야!”
“그래, 반이야 나도 부탁할게! 오늘 밤엔 너의 아름다운 불빛 쇼를 보고 싶어.”
흐르는 냇물도 물방울의 소리를 내며 부탁했어요.
“흠... 그래 좋아, 내가 좋아하는 수풀과 냇물의 부탁이니 어쩔 수 없지. 오늘 밤엔 멋진 불빛 쇼를 보여줄게! 아~함, 그런대 얘들아! 너무 졸리네.……. 이제 그만 자야겠어!”
"그래, 반이야 잘 자."
하루의 시간이 다 지나고 드디어 밤이 되었어요.
많은 반딧불이들이 잠에서 깨어났지요. 물론 반이도 말이예요.
“아~함, 잘 잤다. 수풀아 냇물아 고마워. 너희 덕에 잘 잔 것 같아. 자 그럼 고마움의 표시로 나의 신기술 '하늘 꽃 만들기'를 보여줄게!”
반이는 곧장 하늘로 날아올라, '하늘 꽃 만들기'를 시작했지요.
"우와, 역시 반이야! '하늘 꽃 만들기'는 정말 아름다워……."
"맞아, 역시 반이의 솜씨는 환상적이야!"
냇물과 수풀은 반이의 신기술을 칭찬을 했지요.
그때였어요. 갑자기 멋지게 날고 있던 '반이'가 아래로 떨어지는게 아니겠어요. 다행히 냇물이 재빠르게 날린 물방울을 날리고 수풀이 포근하게 받아주었지만 그래도 하늘에서 떨어졌는데 얼마나 아프겠어요? 반이는 굉장히 아파했어요.
"아야 아파!, 아야 아파!, 얘들아 날개가 너무 아파! 날개에 뭔가가 끼었나 봐! 아야"
수풀이 반이의 날개 관절에 끼인 작은 씨앗 하나를 발견했어요.
"반이야, 작은 씨앗이 끼였어."
"아야, 정말 아파!"
반이는 아파서 엉엉 울기 시작했지요.
반이가 계속 울고 있자 작은 씨앗이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게 아니예요. 아시잖아요. 저희 작은 씨앗들은 맘대로 움직이지 못해요. 바람에 날려 다니거든요."
작은 씨앗의 변명을하자 반이는 오히려 더 화가났어요.
"야!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난 너 때문에 하늘에서 떨어졌어. 그리고 너무 아파!"
반이가 큰 소리로 화를 내자 마음이 여린 작은 씨앗은 그만 으앙~ 하고 울어버렸지요.
"으앙~어어어 으흐흑, 정말 미안해요. 그렇지만, 저도 어쩔 수가 없어요. 정말 저희들은 저희들 맘대로 움직일 수가 없는걸요. 흑흑흑"
반이가 다시 큰 소리로 화를 냈어요.
"됐어! 그만해, 아픈 건 나라고……."
반이는 잠시 마음을 진정 시킨 후 냇물에게 부탁을 했어요.
"냇물아 우리 할아버지 좀 불러줄래? 우리 할아버지는 저 작은 씨앗을 금방 빼내 버리고 내 날개를 치료해 주실 거야."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냇물은 물방울 소리로 반이네 할아버지를 불렀지요.
'또로롱~ 반이 할아버지 반이가 다쳤어요. 도와주세요. 반이 할아버지 반이가 다쳤어요.'
잠시 후 냇물의 소리를 들은 반이 할아버지가 숨을 가쁘게 쉬며 날아왔어요.
"반이야! 날개가 왜 이러니?"
반이 할아버지가 물었지만 반이는 대답도 못하고 엉엉 울기만 했지요.
"어어~엉, 할아버지 작은 씨앗 때문에 너무 아파요. 어어~엉."
반이 할아버지는 반이의 날개를 확 들어 올렸지요.
"아아악, 아파요……. 아악"
반이가 아파서 소리치며 난리 복통을 부렸지만, 반이 할아버지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침착하게 씨앗을 빼냈어요. (그래서 다행히 단번에 뺄 수 있었지요.)
잠시 후에 반이 할아버지는 아쉬운 표정으로 반이에게 말했어요.
"반이야, 아쉽지만 이번 반딧불 대회는 포기해야겠구나. 네 날개는 앞으로 한 달간은 날수가 없어!"
깜짝 놀란 반이가 말했지요.
"네? 마...말도 안돼요. 제가 얼마나 노력했는데요. '신기술 하늘 꽃 만들기'도 익혔잖아요."
"그래 나도 잘 알지……. 하지만 어쩔 수 없단다. 지금 네 상태로는 반딧불 대회는커녕 밖에 나가 산책도 못할 테니까.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푹 쉬거라. 기회는 다음에도 있으니까……."
반이는 굉장히 속상해서 아무 말도 안하고 그냥 울기만 했어요.
그때 수풀의 구석에 처박힌 작은 씨앗이 조심스럽게 말했지요.
"죄송해요. 저 때문에……."
"시끄러워, 조용히 해 다 너 때문이라고……."
반이가 무서운 눈으로 작은 씨앗을 노려보자 작은 씨앗은 무서워서 눈물이 쏟아졌어요. 그러나 이번에는 울지도 못하고 그저 속으로 울먹일 수밖에 없었지요.
'너무해…….'
반이는 너무 속상해서 아예 수풀 밖으로 나오지를 않았어요.
그래서 수풀 속에는 반이와 작은 씨앗만 있게 되었죠.
작은 씨앗은 수풀 안에 있는 것이 싫었어요. 빨리 밖으로 나가서 햇살도 보고 상쾌한 공기도 마시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어요.
반이에게 부탁할 수도 없고…….(그것은 아직도 씩씩거리고 있는 반이가 무서웠기 때문이지요.)
수풀 속에선 조용하고 무서운 3일의 간의 시간이 흘렀지요.
3일 동안 작은 씨앗의 몸은 물기를 흡수해서인지 두 배 정도로 부풀어 올랐어요. 하루가 더 지나자 이번에는 싹과 뿌리도 나오려 했어요. 작은 씨앗은 너무 힘들어했어요. 작은 씨앗의 온몸에 식은땀이 주르르 흐르더니 급기야는 열까지 났어요. 작은 씨앗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냈지요.
“아~으으 음”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자 멍하게 있던 반이가 소리를 질렀어요.
“시끄러 조용히 해!”
반이가 소리를 지르자 작은 씨앗은 조심스럽게 대답했어요.
“으으 음, 네 죄송해요. 으음, 조심할게요, 음”
처음에는 짜증을 냈지만 작은 씨앗이 계속해서 신음을 하자 반이가 작은 씨앗에게로 가서 말했지요.
“야! 작은 씨앗,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이런 세상에, 작은 씨앗은 퉁퉁 부어 있었어요, 처음 봤을 때보다 3배는 부어 있는 것 같았어요. 몸은 불덩이였고요.
반이가 깜짝 놀라 말했어요.
“야! 이 바보야,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하지, 이걸 어째, 이걸 어째?”
작은 씨앗은 갑자기, 언제 화를 냈냐는 듯 자신을 걱정해주는 반이를 보며 어리둥절했어요.
그러나 곧 반이가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반이가 결코 나쁜 반딧불이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고마워요. 반이님. 저는…….”
감사하다는 말을 채 잇기도 전에 작은 씨앗은 그만 쓰러져 버리고 말았어요. 반이는 막 울었지요.
“엉엉, 미안해 작은 씨앗아, 솔직히 네 잘못도 아닌데 내가 괜히 심술이 나서 널 괴롭혔어 미안해! 엉엉. 내 심술 때문에 네가 죽었구나, 엉엉”
갑자기 반이의 우는 소리가 들리자 모두들 반이를 걱정하며 수풀 근처에 모였어요.
“반이가 갑자기 왜 우는 거야?”
냇물이 수풀에게 물었어요. 그러자 수풀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지요.
“작은 씨앗이 죽었어.”
“뭐~어!”
깜짝 놀란 반딧불이 이장님이 급히 수풀 속으로 들어갔어요.
모두들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 때 반이가 울면서 수풀 밖으로 나왔어요.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작은 씨앗이 죽었어, 내가 심술만 부리지 않았어도……. 엉엉 나 때문에 작은 씨앗이 죽었어, 나 때문이야, 엉엉”
반이가 엉엉 울며 나오자 모두들 반이를 위로 했어요.
“아니야, 너 때문만은 아닐 거야. 그리고 만약 너 때문이라 해도 네가 이렇게까지 미안해하면서 울고 있으니 작은 씨앗이 이미 널 용서했을 거야!”
“그래 반이야, 그럴 거야!”
그때였어요.
“반이야! 안 죽었다. 작은 씨앗 말이다. 안 죽었어, 잠시 기절한 거니 걱정하지 마라!”
수풀 속으로 들어갔던 반딧불이 이장님이 말했어요.
“내가 이 녀석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마."
“정말요? 빨리 알려주세요. 이장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 할거예요.”
"그래 너 때문에 이 지경이 되었으니까. 반이 네가 직접 해야겠구나.”
반딧불이 이장님은 작은 씨앗을 냇가 옆 마른 땅으로 데리고 가서 묻고 꼭 하루에 한 번씩 땅을 꼭 적셔주라고 말했지요.
반이는 반딧불이 이장님의 말대로 냇가 옆 마른 땅으로 가서 작은 씨앗을 묻어주었어요. 그리고 시킨 대로 꼭 하루에 한번 씩 땅을 촉촉이 적셔주었지요. 날지 못하는 반이에게 정말 힘든 일이었지만 그래도 반이는 꾸준히 그 일을 했어요.
삼일 정도 더 지났을까요.
반이가 지친 몸을 이끌고 물을 길어왔을 때, 작은 씨앗이 묻혀있던 땅에서 아주 투명한 연두 빛 얼굴이 솟아올랐어요.
깜짝 놀란 반이가 물었지요.
“너, 너 혹시 작은 씨앗이니?”
연두 빛 얼굴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네, 반이님 저 작은 씨앗 맞아요.”
“우와 정말! 정말이지 너 죽은 거 아니었지?”
“그럼요.”
“야호 신난다.”
반이는 신이 나서 하늘로 높이 날아 소리를 질렀지요.
“우와, 반이님 다시 날수 있게 되었네요. 축하드려요.”
“어? 정말 우와~ 내가 다시 날수 있게 되었어, 이야 정말 신나! 작은 씨앗아 고마워 이게 네 덕이야, 정말 고마워!”
연두 빛 얼굴이 활짝 웃으며 반이에게 말했어요.
“반이님 저는 더 이상 씨앗이 아니랍니다. 저에게 이름을 지어주시겠어요.”
“내가?”
“네, 반이님이 지어주세요, 반이님이 지어주신 이름이라면 무엇이든 좋아요.”
반이는 한참을 고심하다가 난이라는 이름을 작은 씨앗에게 말해주었어요.
“난이가 어떨까? 깨끗하고 투명한 연두 빛이니까 난이라고 하자! 그리고 내 이름이 반이니까 우리 의남매 하면 어떨까? 반이와 난이”
“우와, 좋아요. 정말 아주 예쁘고 좋아요. 반이오빠!”
이렇게 해서 작은 씨앗은 난이가 되었고 반이와 난이, 이 둘은 지금도 서로를 아주 잘 아껴주는 사이좋은 의남매로 살고 있답니다.
!!! 힘찬 하루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