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문답록(幽冥問答錄)
원제(原題) : 유명문답록(幽冥問答錄)
구술(具述) : 여주선생
수록(手錄) : 임유양
번역(飜譯) : 박금규(원광대학교 사범대 한문교육과 교수)
재역(再譯) : 釋克勤
번역자의 이끄는 말
이 ‘저승문답’은 1945년 전후 중국 제2의 포청천으로 명성을 드날렸던 명판관 여주 선생(1912.2.7. ~ 1988.12.9.)의 실재 저승 재판기록입니다. 여주 선생은 나이가 많고 덕(德)이 높고 또 명판관으로 법률계(法律界)에 소문이 난 사람입니다. 그는 늘 평소에 자신이 저승의 재판관으로 다년간 있었고, 수면(睡眠)중에 잠깐 명부(冥府)에 가서 그 옥안(獄案)을 처리했노라고 말하고 하였습니다. 그때 중국군의 참모장이었던 임유양은 그와 매우 절친한 사이로 그러한 저승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 바쁜 와중에도 어느 날 하루 짬을 내어 본격적으로 임 참모장이 그간의 경위를 직접 묻고 그에 대한 여주선생의 구술(口述)을 손수 기록하여 이 한권의 책이 이루어졌습니다.
문1 : 선생께선 지난날 저승의 판관을 지낸 적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이런 말을 들으면 모두 이상하게 여길 테지만 나 자신이 보건대는 그 일이 일상적인 일이었기에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문2 : 맨 처음에 저승으로 들어오라는 것을 어떻게 통지 받았습니까?
어느 날 밤에 꿈속에서 옛 의관(衣冠)을 갖춘 사람이 찾아와서 내 방으로 들어서서 말하기를 ‘중대한 일이 있어서 정성스레 받들어 모시려하니 수고스럽겠지만 바쁜 일을 도와주십시오.’ 라고 합디다.
내가 그 사람에게 일러 말하기를 ‘그대가 어떤 일을 맡기려는지 모르겠으나, 다만 내 힘이 모자랄까 걱정된다.’고 하였더니, 그 사람이 말하기를 ‘당신께서 허락만 해주신다면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라고 하기에, 나는 그가 본뜻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다만 그의 예의를 차리는 모습이 공경스럽고, 그 태도가 정성스럽고 간절하기에 정의(情義)상 차마 물리칠 수가 없어서 마침내 우물쭈물 허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마음으로 매우 기뻐하면서, 수 일 뒤에 와서 마중하겠다고 약속하고 이별하였습니다. 깨고 보니 꿈이었습니다. 나 자신 단순히 꿈이나 여기고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었는데 드디어 4~5일이 지난 뒤에, 꿈속의 그 사람이 또 와서는 내게 말하기를 ‘지난번의 허락해주심을 받들어 특별히 가마를 준비하여 정성을 다하여 영접하러 왔습니다.’ 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때 내가 보니까 마차(馬車) 한 대가 문밖에 멈춰있었습니다. 드디어 그와 함께 수레에 올랐더니, 얼마 안가서 어떤 관공서(官公署)에 이르렀습니다.
수레에서 내려서 그 안으로 들어갔더니, 그 사람이 나를 인도하여 한 행랑방에 이르러 자리에 앉은 지 조금 후에 바로 대청마루에 올라 안건을 심리하도록 부탁받았는데, 한 범죄인을 끌어다가 놓고 좌우배심원들이 사건의 본말을 진술하여 주면서 나에게 판결하도록 요청하였습니다.
내가 이르기를, ‘내 본래 이 사람의 정황을 모르는데 어찌 감히 망령되이 판결할 수 있단 말인가?’ 하고 거절을 하니, 좌우 배심원이 이르기를, ‘당신이 진심으로 추정해 보고서 생각이 어떻든 곧 모두 그대로 처리하면 됩니다.’라고 하기에 내가 잠깐 자세히 생각해보고 이르기를 ‘이러 이러한 것이냐?’고 했더니, 옆 사람들이 모두가 ‘그렇다.’고 대답하고 곧 나에게 판결문에 서명해달라고 부탁하고는 죄인을 끌고 가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마차로 나를 돌려 보내주었습니다.
문3 : 그것이 어느 때의 일이었습니까?
청(淸)나라 말(末), 광서(光緖) 경자(庚子, 1900년) 무렵의 일로써, 그 때 내 나이 열아홉 살이었습니다.
문4 : 선생의 부모님도 이런 사정을 아셨습니까?
처음에는 이 사실을 비밀로 하고 감히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지 않았었는데, 뒤에 부모님이 내가 빈 방에 혼자 있으면서도 간간이 사람과 말하는 소리를 들으시고는 차차 그 실정을 아시게 되었습니다. 대개 내가 저승판관이 된 뒤부터는 항상 저승친구들의 왕래가 있었는데 오직 나만이 볼 수 있고 나만이 들을 수 있었을 뿐 다른 사람은 모두 듣지도 보지도 못하였기 때문에, 오직 나의 말만을 들을 수 있었던 거지요.
문5 : 맡은 일은 어떤 것이었으며 어느 부서(部署) 밑에 속했습니까? 그리고 직원은 몇 명이 있었는지요?
동악부(東嶽部) 밑에 속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동악은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사건을 집행하자마자 公文書를 가지고 보고를 올렸을 뿐입니다. 나는 그때 분정(分庭)의 정장(庭長:法廷의 長)을 맡았었는데, 따로 배심원 네 사람을 두었었고 봉사하는 귀졸(鬼卒)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문6 : 저승재판관을 몇 년이나 맡았었습니까? 그리고 그 일은 매일 가서 처리했습니까? 또 어느 지방을 관할했었습니까?
전후 4, 5년간 했었고, 날마다 가서 했습니다. 관할 구역은 화북(華北)의 5성(省)을 맡았었습니다.
문7 : 저승의 관아는 왜 선생을 재판관으로 삼았었는지요?
나도 그것이 궁금하여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하여 그 까닭을 조사 해 본 적이 있는데, 그들이 말하는 바에 따르면 내가 여러 생(生) 전에도 저승판관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 숙세(夙世)의 인연에 끌려서 다시 그 일을 하게 된 것일 뿐이라고 합니다.
문8 : 저승에 들어갈 때는 매일 언제였습니까? 그리고 안건(案件)을 심의(審議)하는 시간은 얼마나 걸렸습니까?
초기에는 매일 해질 무렵이었지만, 그 후로는 대낮에도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만 반드시 오후에 갔습니다. 오고 갈 적에는 모두 어깨에 메는 가마를 탔는데, 달리는 발걸음이 매우 빨았습니다. 그리고 안건을 심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언제나 몇 시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복잡한 안건을 만나면 역시 여러 날까지 연장되기도 했습니다만, 이런 안건은 극히 적었습니다.
문9 : 저승에 들어갈 때 당신의 몸은 어떤 상태입니까?
저승에 들어갈 때는 몸은 평상 위에 누워 있고 용모는 깊이 잠이 든 것과 비슷합니다. 마시지도 않고 먹지 않아도 배고프거나 목마르지 않습니다. 어떤 때에는 저승에 들어가 있을 때 친한 벗들이 갑자기 찾아오면 불편해도 이 일을 그에게 알렸습니다. 눈을 감은 채 대답했는데, 그 때 상태는 마치 불면증에 걸린 상태와 비슷했습니다. 어떤 손님이 와서 물으면 또한 그 물음에 따라 대답을 하긴 하는데, 다만 말을 꺼내어 질문하지는 못했고, 또 손님과 무슨 말을 했는지도 나중에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문10 : 저승에서 이승으로 돌아오면 정신에 피곤을 느낍니까?
정신은 조금 피곤한데, 마치 불면증으로 인해 잠을 못 이룬 상황과 비슷합니다.
문11 : 선생은 염라대왕을 본적이 있습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문12 : 저승의 관리의 복장은 어떻습니까? 그리고 또 그 공문(公文)의 양식은 어떠했습니까?
내가 저승판관이 되었을 때는 아직 청나라가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복장과 공문의 양식은 모두 만청(滿淸 : 淸의 나라)의 법식과 똑같았습니다. 다만 중화민국(中華民國)이 들어선 이후로는 추측컨대 고쳐서 새 제도를 따르는 것 같습니다.
문13 : 저승의 관리도 봉급이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다만 사람에게는 전혀 쓸 데가 없기 때문에 받지는 않았습니다.
문14 : 선생이 맡아서 했던 일은 어떤 종류의 사건이었습니까?
내가 맡았던 일은 사람이 죽은 지 10개월 이내의 것으로, 그 사람이 생전에 지은 선행(善行)과 악행(惡行)의 사건을 맡아서 했습니다. 그 기한을 넘긴 일에 대해서는 따로 맡아서 처리하는 주무자(主務者)가 있었습니다.
문15 : 저승의 관리가 죄를 판정할 때, 간혹 착오가 있진 않았습니까?
절대로 없었습니다. 저승관리가 범인(犯人)의 죄상(罪狀)을 대할 땐, 미리 정밀히 조사하고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므로 심판(審判)이 지극히 공평하고 진실합니다. 따라서 오류란 있을 수 없습니다.
문16 : 저승에도 문서화(文書化)된 규정된 법률[성문률(成文律)]이 있습니까? 있다면 선생은 그런 율법을 익힌 적이 없을 텐데, 어떻게 재판에 착오가 없을 수 있었습니까?
내가 그 규정 법률이 있는 것을 못 보았던 것 같은데, 다만 제출된 안건을 판결하면 저절로 그 핵심에 정확히 들어맞았었습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오래 생각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문17 : 성문률(成文律)이 없다면, 그 죄의 무게를 어떻게 잽니까?
이것은 그 범죄의 동기와 그로 인해 발생한 결과를 보고 그 정황(情況)을 저울질하고 이치를 침작하여서 그 경중(輕重)을 결정합니다.
이제 잠시 도둑질의 경우를 들어서 설명하겠습니다.
만약 그 도둑질을 한 사람이 본래 살길이 막막해서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이지 유흥비나 기타 부당한 용도와 같이 헛짓에 쓰려고 한 것이 아니거나,
피해자가 부자(富者)이고 그 한 사람에만 관계되었고, 그 액수도 크지 않으며, 그 부자가 살아가는데 아무런 영향도 없고 도둑맞은 것에 대해 크게 애석하게 여기지도 않는다던가,
혹은 그 도둑맞은 것이 그 주인이 장차 음란(淫亂)한 짓이나 도박이나 담배나 술의 구입 등과 같은 부당한 용도로 쓸 돈이었다면 그 죄는 오히려 가볍습니다.
하지만 만약 도난당한 부자가 자신의 아랫사람을 문책(問責)하고 그 결과 그 아랫사람이 그로 인해 격분(激憤)하여 자살하게 되었거나,
혹은 그 훔친 돈이 가난한 사람이 쌀을 사거나 약을 살 돈이었는데, 도난당함으로 인해 그 사람이 굶어 죽거나 병들어 죽게 되었다면,
혹은 자백을 강요받은 사람이 앞장서서 싸움을 벌여 그로 인해 살인(殺人)을 하게 되었다면,
사안(事案)의 정황이 매우 무거우니, 절도와 관련된 일반 사안과 같이 볼 수 없게 됩니다.
문18 : 사람이 생전에 하였던 선악의 행위를 귀신이 어떻게 다 알고 다 보고서 빠짐없이 기록할 수 있습니까?
귀신은 형체가 없는 것도 다 볼 수 있고, 소리가 없는 것도 다 들을 수 있습니다. 인간 세계의 온갖 사상(思想)과 행위(行爲)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귀신은 저절로 다 보고 다 알아서 빠뜨리지 않고 다 기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귀신은 사람의 머리 위에 나타난 붉고, 누렇고, 희고, 검은 빛깔을 보고서, 그 사람의 행위와 생각이 선한지 악한지 아는데, 붉고, 희고, 누런색을 좋게 여기고, 검은 색을 나쁘게 여깁니다.
문19 :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은 일생동안 살아가면서 하루 동안에도 일어났다가 없어지는 생각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또한 선행을 하기도 하고 악행을 저지른 것은 본인조차 다 기억을 못합니다. 그러나 명부의 관리가 삶의 공(功)과 과(過)를 기록할 때는 반드시 자질구레한 것까지도 세세하게 기록할 것인데, 어떻게 그들은 이런 일을 귀찮아하지 않습니까?
한 순간에 일어났다가 다음 순간에 사라지고, 잠깐 생각했다가도 곧장 잊어버리는 생각[사상(思想)]은, 마치 저 공중의 새의 자취나 물 위에 뜬 거품 같아서 그 관계되는 바가 지극히 미세해서 명부의 관아도 그런 생각까지 미리 기재(記載)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만약 어떤 것에 한마음으로 집중하면서 매 생각이 떠나지 않으면, 비록 그 생각이 아직 행위로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공(功)과 죄(罪)가 있어서 귀신이 기록할 수 있습니다. 만약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면 공과 죄는 더욱 잘 나타납니다.
문20 : 죄 지은 귀신 중에 교활한 변명을 하는 자도 있습니까?
예. 그런 경우가 극히 많습니다. 죄 지은 귀신은 그가 지은 죄악에 대해서 반드시 있는 힘을 다해 교활한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그러다가 그 죄의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면 그때서야 고개를 푹 떨어뜨리고 아무 말이 없습니다.
한번은 여러 가지 악행을 저지른 어떤 귀신을 심판한 적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아마도 생전에 겉으로는 위선적인 행위를 하면서 남모르게 못된 짓을 한 자인 것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그 범죄 사실에 대해서 있는 힘껏 부인을 하는데, 내가 보니까 그 사람의 죄악이 산처럼 쌓여 있었어요. 증거가 확실해서 빨리 형벌을 가하려는데, 그 귀신이 뜻밖에도 금강경(金剛經)을 외우는 겁니다. 그러니까 옆에 있던 배심원들이 그 귀신의 머리 위에 붉은 빛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는 황급히 내게 심판을 정지해달라고 부탁해요.
나는 그 배심원들이 그 귀신한테서 뇌물을 받고 사정(私情)에 끌려서 그러는가 의심하고 이에 형(刑)을 가하려 하는데 그 귀신은 계속해서 경을 외우고 있었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배심원들이 급히 나더러 정중한 태도로 서 있으라고 부탁해요.
내가 이르기를, ‘나는 법정의 우두머리인데 어째서 범죄자를 향하여 정중하게 서있어야 하느냐?’고 했더니, 옆에 있던 배심원들이 이르기를, ‘아닙니다. 이 귀신의 머리 정수리에 불광(佛光)이 이미 나타났습니다. 그런데도 그를 심판하면 부처님을 모독한 게 되니 심판을 정지한 것만 못합니다.’ 라고 해요. 내가 그때 그들을 보니까 그들은 모두 일어서서 두 손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서 있는데, 그 모습이 지극히 정중하고 공손해요.
내가 그래서 그들에게 묻기를, ‘그러면 이 안건은 어떻게 처리하려 하는가?’하고 물었더니, 그들이 이르기를 ‘그를 여러 번 사람으로 환생케 하는 것으로 판결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가 금강경을 기억할 수 없게 한 뒤에 그 때 가서 다시 그의 죄를 다스리면 됩니다.’ 그래요.
내가 말하기를 ‘그를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면 오히려 그에게 편의(便宜)를 주는 것이 아닌가? 또 그를 수차례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면, 그가 악행에 대한 응보(應報)를 받게 되는 것이 수 백 년 이후라야 되는데, 어찌 그리 과보가 더디게 하는 잘못을 저지르려 하는가?’고 했더니 그들이 말하기를 ‘그로 하여금 잠깐 살다가 금방 죽을 사람으로 환생하게 하면 불과 몇 년만에 여러 생을 살게 됩니다! 생각건대 지은 업에는 업대로 과보(果報)가 있고, 경을 읽은 것에는 경을 읽은 공덕이 있으니, 이 두 가지 업과(業果)와 공덕을 그 가운데 어느 하나도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일단 이렇게 처리하고 훗날 그가 받을 과보를 분별[하여 응보를 받게] 하면 두 가지 모두 착오가 없게 됩니다.’ 그래요. 그래서 내가 마침내 그렇게 하도록 허락하였습니다.
문21 : 저승의 관리가 가장 존중(尊重)하는 것은 어떤 종류의 덕행(德行)입니까? 그리고 최악(最惡)의 죄는 어떤 종류의 죄업(罪業)입니까?
저승에서 가장 존중하는 것은, 남자는 충(忠)과 효(孝)이고, 여자는 절개(節槪)와 효(孝)입니다. 이 두 가지를 행한 사람은 비록 죄업이 있다 하더라도 경감(輕勘)하여 줍니다.
연합군의 북경 공격 당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청조(淸朝)의 아무개 제독(提督)과, 또 충성으로 나라를 보위하다가 의분이 복받쳐 슬퍼하고 한탄하다가 몸을 버린 자가 있었는데, 나는 그들이 재판을 받은 적이 없이 똑같이 곧바로 천계(天界)로 올라가는 것을 몸소 보았습니다.
최악으로 여기는 것은 음탕(淫蕩)과 살인(殺人) 이 두 가지 업입니다. 그리고 살인한 업은 또 음탕에 비하여 더욱 무겁습니다. 만약에 음탕으로 인하여 사람까지 살해했다면 두 가지 무거운 죄를 함께 저질렀기 때문에 죄가 한 단계 더 무거워집니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만 가지 악(惡) 가운데 음탕이 첫째요, 백 가지 선(善) 가운데 효가 먼저다’라고 한 말이 참으로 헛된 말이 아닙니다.
문22 : 저승의 형벌의 종류는 얼마나 됩니까?
저승의 형벌은 종류도 매우 많고, 잔인(殘忍)하기도 이 인간세상의 형벌에 비해 100배나 됩니다. 만약 요즘 사람들이 그걸 본다면 반드시 너무 참혹한 형벌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의 경험으로 보면 인류가 차라리 인간 세상에 있으면서 형벌을 받을지언정, 결코 저승에서 형벌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이 세상에서는 형(刑)을 받고 형벌이 끝나면 그것으로 끝나지만, 저승에서는 형벌이 끝난 뒤에도 또 다른 죄과가 있으면 그 수만큼 다시 형벌을 받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 세상에서는 열 사람을 죽였다면 그 죄는 한 번 죽으면 끝나지만, 저승에서는 반드시 열 번에 걸쳐 형벌을 행하고, 저승에서의 그 형벌이 끝나면 다시 그가 전생(轉生)하는 10생 동안 모두 남에게 살해당하도록 판결합니다.
그런데 저승에서의 형벌에는 톱으로 자르고, 맷돌로 갈고, 칼끝을 뾰족뾰족 세운 산 위를 맨발로 걸어서 오르게 하고, 기름 가마솥에 넣기도 하는, 이와 같은 것이 실제로 있습니다. 갚아야 할 재앙이 두려운 것이 이와 같습니다.
문23 : 사람이 죽어 영혼이 육체를 떠날 적에 고통이 있습니까?
일반적으로 사람이 죽는 것은 모두 질병 때문입니다. 영혼이 육체를 떠날 때는 마치 방문을 열고 외출하는 것 같아서 전혀 곤란이 없습니다. 오히려 죽기 전에 있던 질병이 갑자기 치유된 것을 느끼고 편안해집니다. 그러나 집안 권속들이나 재산, 또는 이승의 어떤 것이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마음속에 연연(戀戀)해하는 사람은, 숨이 떨어지지 못하여 영혼이 쉽게 육체를 벗어나지 못하니 이때는 마치 거북이에게 껍질을 벗기는 것과 같은 큰 고통이 있습니다.
반면에 타고난 성품이 맑고 깨끗하여 욕심이 없고, 처자식과 재산에 대해서도 탐내거나 그리워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은, 영혼이 육체를 떠날 적에 곧바로 옷을 벗듯이 훌훌 떠나가는데, 조금도 힘들지 않습니다.
문24 : 사람이 죽은 뒤에 그의 감각과 이성은 꿈속처럼 멍합니까?, 아니면 맑고 성성하여 평상시와 같습니까?
맑고 깨어 있는 것이 살아 있을 때와 같습니다.
문25 : 소의 머리(牛頭)를 하고 말 얼굴(馬面)을 한 저승사자가 정말 있습니까?
모두 가면의 도구를 쓴 것으로서 흉폭한 혼령들을 공포케 하려고 한 것입니다. 어질고 착한 혼령들에게는 이런 흉측한 모습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문26 : 명부(冥府)는 어째서 항상 이승 사람을 찾아서 사자(死者)의 영혼을 데려오는 저승의 중요한 임무를 맡깁니까?
부귀(富貴)한 사람들은 그 저택에는 항상 많은 신(新)들이 수호하고 있고, 그 사람의 옆에서 심부름하는 사람들도 나이가 젊고 힘이 장사여서 양기(陽氣)가 왕성한 이들이 많기 때문에, 저승사자가 그 사람의 병상에 접근해서 사자(死者)의 영혼을 받아 올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무장(武將)이 병영(兵營) 안에서 병들어 죽으면, 그 동서남북 주위의 경비가 삼엄하고 창(槍)과 대포(大砲)가 숲처럼 늘어서 있으며, 또한 영내(營內)의 병사들도 모두 젊은이들 이어서 양기가 넘칩니다. 따라서 보통의 저승사자들로서는 그 사자(死者)의 영혼에 접근할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이런 종류의 상황에서는 반드시 이승사람의 살아있는 영혼에 의뢰해서 임시로 저승사자의 역할을 맡겨서 가서 잡아 갑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법정에 출두케 할 수 있습니다.
문27 : 저승 세계에도 음식이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그러나 다만 내가 음식을 먹는 것을 허락하지는 않았습니다.
문28 : 크게 수행한 사람도 죽은 뒤에 명부에 가서 판정을 들어야 합니까?
저승 관아가 관장하는 것은 모두 업(業) 속에서 사는 사람들로써, 큰 선행이나 큰 악행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만약 열성적으로 수행한 사람이라면, 죽은 뒤에 곧바로 천계(天界)에 올라가기 때문에 명부(冥府)를 거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은 명부의 책에 이름이 없기 때문에 심판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 중 혹 공덕의 행이 비교적 얕아서 천계(天界)에 오르는 것이 조금 늦는 사람은 저승을 거쳐 가야 하는데, 이런 사람이 저승에 오면, 명부의 관리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이합니다. 그러면 그 혼백은 걸을 때마다 점점 높아져서 마치 구름사다리를 걷는 것 같습니다. 그가 저승법정에 가까이 오면 그 높이가 법정(法廷)지붕의 용마루와 나란해 집니다. 이러한 사람은 이름 점고(點告)가 끝나는 즉시 곧바로 천계(天界)에 오르기 때문에 잡아매어 둘 수가 없습니다.
문29 : 명부의 관아에는 서양인(西洋人)도 옵니까? 만약에 서양인이 오면 서로 간에 말은 어떻게 통합니까? 만약에 오는 서양인이 없다면 서양인이 죽은 뒤에는 어디서 가서 심판을 받습니까?
내가 저승판관이 되었을 때가 마침 경자년(庚子, 1900년)으로 8개국 연합군이 북경을 공격하여 파괴한 뒤였기에 중국과 외국의 군인과 민간인들도 많이 죽었습니다.
그래서 저승에도 다소의 서양인들이 법정에 출두한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저승에서는 저절로 그들의 말이 이해되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명부(冥府)만도 한 곳만이 아니고 여러 곳에 있듯이, 내가 확인 해보지는 않았지만 구미(歐美)의 각 나라에도 그 곳 사람들을 위한 별도의 명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야 정리(情理)에 맞습니다.
문30 : 칼에 찔려 죽거나, 기타 참혹하게 죽은 사람들은 그 몸뚱이와 머리가 온전치 못한데, 그 영혼들은 보통의 병들어 죽은 귀신들과 차이가 있습니까?
그 영혼만은 모두 온전하여 보통 귀신과 다름이 없습니다. 다만 그 얼굴 모습만이 조금 모호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상처에 핏자국이 남아 있고, 용모가 애처로워 고통이 있는 듯 할뿐입니다.
문31 : 사람은 어려서부터 늙을 때까지 그 동안에 용모가 점점 변하여 가는데, 귀신의 용모도 나이에 따라 노쇠해집니까?
귀신의 용모는 병들어 죽었을 당시의 모습과 똑같으며, 세월이 지남에 따라 노쇠(老衰)해지지는 않습니다.
문32 : 귀신도 소멸의 기한이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내가 본 영혼은 오래된 이는 송(宋)나라, 원(元)나라 때까지 있었고, 다만 당(唐)나라 이전의 귀신은 결코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도 연대가 오래된 귀신은 벌써 다른 존재로 윤회해 버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신선(神仙)이나 부처가 된 분을 제외하고는 만고(萬古)에 길이 생존할 수 없습니다.
문33 : 저승에도 낮과 밤이 있고, 해와 달, 별들이 있습니까?
저승에도 역시 낮과 밤이 있어 이승과 똑같습니다. 그러나 오직 해와 달, 별들은 절대로 볼 수 없습니다. 그 상황은 마치 큰 안개가 낀 사천(四川)의 날씨나 황사(黃紗)가 불어 덮인 화북(華北)의 날씨처럼 어두워서, 이승의 밝음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또 귀신들은 매일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는 활동을 그치고 머무는데, 양기(陽氣)가 왕성한 것을 겁내기 때문에 그 시간엔 모두 그늘지고 어두운 곳으로 피하여 숨습니다. 그러다가 오후가 되면 점차로 밖으로 나와서 활동합니다.
문34 : 저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해와 달이 밝게 비치고 있는데, 어째서 저승에는 비치지 못하는 것입니까? 이것은 어떤 물건이 가로막고 있는 것입니까? 그리고 만일 이승과 저승이 다른 지역이라면 어떻게 또 사람과 귀신이 함께 길을 갈 수가 있습니까?
항상 구름과 안개가 차단(遮斷)하고 있기 때문에, 저 푸른 하늘과 태양을 보지 못합니다. 다만 귀신들은 대낮에는 어둡고 그늘진 곳으로만 갈 수 있고 특히 밤사이엔 더욱 상황이 귀신이 다니기에 적합하므로 사람과 귀신이 동행(同行)할 수 있습니다.
문35 : 저승에도 비, 바람, 눈, 서리가 있습니까?
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이승의 비, 바람, 눈, 서리를 만날 때 저승의 모든 귀신들도 그 추위에 덜덜 떨면서 괴로워하고 또 잔뜩 웅크리고 오그라들어 편치 못한 상태를 보입니다.
문36 : 저승에도 추위와 더위, 그리고 4계절이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다만 여름에는 이곳 같은 열기(熱氣)가 없고, 겨울은 이곳에 비해 더 춥습니다.
문37 : 저승에도 음식이 있습니까? 그리고 이승 사람이 만든 종이돈을 저승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까?
예, 음식이 있지요. 그 중 나물 음식은 종류도 많습니다. 그리고 이승 사람이 제사 때 태우는 종이돈을 사용해서 물건을 살 수가 있습니다.
문38 : 저승에서도 매일 세끼 밥을 먹습니까?
그곳에서는 매일 한 끼만 먹어도 여러 날 배부를 수 있어서 날마다 꼭 세끼를 먹지는 않습니다.
문39 : 저승에도 시가지(市街地)가 있고 상점(商店)이 있습니까?
예, 있지요. 그러나 규모가 매우 작아서 여기 인간 세상의 작은 점포와 다름이 없습니다. 거기서 파는 것은 대부분 음식과 잡화용품들이고, 웅장하고 화려하고 넓고 큰 인간세계의 큰 회사나 상사(商社) 같은 것은 없습니다.
문40 : 이승에서 바친 음식을 귀신들도 먹습니까?
그렇습니다. 다만 그 기(氣)만을 흠향할 분이요, 진짜로 먹지는 않습니다. 만약 여름철에 음식이 담긴 두 그릇이 있어서 한 그릇은 귀신에게 제공을 했고, 다른 한 그릇은 제공하지 않았다면 귀신에게 제공한 음식이 반드시 먼저 부패합니다. 그것은 귀신이 이미 그 음식의 기를 섭취하였기 때문입니다.
문41 : 저승의 음식을 이승의 것과 비교하면 어떤 게 더 좋습니까?
아마 이승의 것에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문42 : 저승에서도 잠을 잡니까?
예, 거기에도 역시 침상과 잠자리, 요, 이불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잠자는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겨우 가다가 잠깐 벽에 기대어 눈을 감고 조금 쉬든지 하면 곧 수면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이승사람들처럼 매양 꼭 7~8시간씩 자는 것은 아닙니다.
문43 : 귀신도 그 분묘(墳墓)에 가서 그것을 살고 쉬고 할 곳으로 여깁니까?
그렇습니다.
문44 : 귀신의 말소리는 우리 인간의 말소리와 어떻게 다릅니까?
귀신의 말소리는 날카롭고 짧습니다.
문45 : 귀신이 걸어 다니는 것은 산사람이 걷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까?
귀신의 발 부위는 분명치 못하여 마치 안개 속을 걸어 다니는 것 같고, 걸음걸이가 매우 빨라서 사람의 느린 걸음과는 다릅니다.
문46 : 귀신이 닭 울음소리를 무서워하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닭 울음소리는 동이 트는 것을 대표합니다. 귀신은 동틀 녘이 지난 뒤에 태양(太陽)빛이 나올 때의 양기(陽氣)를 겁내는데, 그렇기 때문에 일단 닭 울음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불안해져서 숨으로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불이 달궈진 큰 기계의 용광로 열기를 무서워하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품행(品行)이 있는 귀신(예를 들어 토지신(土地神)이나 성황당신(城隍堂神) 등)은 닭 울음소리를 겁내지 않습니다.
문47 : 귀신이 사람의 태속에 들어가는 것은 수태(受胎)할 그 때 즉시 들어갑니까? 아니면 나중에 출산(出産)할 때 들어갑니까?
두 가지 경우가 다 있습니다.
문48 : 귀신과 사람의 수효가 어느 것이 많고 어느 편이 더 적습니까? 그리고 사람들은 귀신을 무서워하는데, 귀신도 사람을 무서워합니까?
귀신세계의 귀신의 수효는 인간세계의 사람들의 수효에 비해 그 숫자가 훨씬 많습니다. 오고 가고 가고 오고 울타리에 맞대고 담벼락에 붙어 있어 가는 곳마다 모두 다 귀신들입니다. 사람들은 길 가운데로 다니고, 귀신들은 도로 양편 곁으로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밝은 곳을 다니는데, 귀신들은 어두컴컴한 곳으로 많이 다닙니다.
그런데 사람도 귀신을 무서워 하지만 귀신도 또한 사람을 무서워합니다. 그리하여 귀신도 사람이 오는 것을 보면 또한 반드시 피하여 달아나 버립니다. 마음씨가 올바른 사람과 덕(德)이 높고 훌륭한 사람은 귀신들조차도 반드시 공경하여 멀리합니다. 귀신들이 업신여기고 농락하는 자는 모두 심성(心性)이 바르지 못하거나 시운(時運)이 쇠미해진 사람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인간들은 오후부터 해질 무렵까지는 길을 걸어갈 때에 길 양편 가장자리나 어두컴컴한 그림자 진 곳은 걷지를 말아야 합니다. 해질 무렵에 문밖에 나설 때에는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걷거나, 가끔씩 기침소리를 내어서 그들이 피해 달아나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뜻밖에 나오면 귀신과 대질러서 그 충격으로 귀신이 거꾸러지는 일이 발생합니다. 사람 몸도 역시 오싹한 한기(寒氣)가 끼치고 겁이 나서 떨리게 되는데, 이것은 음(陰)과 양(陽)이 서로 맞부딪치면서 피차가 모두 불편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문49 : 귀신들은 오랫동안 저승에 떨어져 있어서 그 숫자가 우글우글한데도 어찌하여 진작 빠져 나오지 않는 것입니까?
사람은 적고 귀신은 많이 때문에 그에 배당하여 분배할 수 없어서입니다. 그리고 또 태어나는 집도 그 귀신과 원래 인연이 있어야 비로소 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만일 그 사람이 생전에 교제가 넓어서 서로 아는 사이가 많으면, 잉태되기가 자연 쉬워집니다. 하지만 만약에 사람이 빈궁해서 늙어 죽을 때까지 동구 밖을 벗어나지 못해서 평소에 사람들과의 교제가 극히 적으면 그 사람은 죽은 뒤에 귀신무리에 젖어들어, 생(生)을 받는 어떤 기회의 인연으로 나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오랫동안 기다려야 됩니다. 그리하여 인연이 있는 자를 만나면 이에 곧 가서 잉태되게 됩니다.
문50 : 승도(僧道)들을 초청하여 경(經)을 읽어 죽은 혼령을 천도(遷度)하게 하면 망인(亡人)에게 도움이 됩니까?
승도(僧道)가 경을 외우면 亡人에게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일괄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이 생전에 큰 선행을 하였다면 죽은 뒤에 곧바로 천계에 오르기 때문에 그 사람은 본래 이 공덕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생전에 크나 큰 죄악을 저지른 사람이라면 죽은 뒤에 즉시 지옥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그 사람 역시 이 공덕을 받아 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전에 큰 선행도 악행도 없는 우리 보통 사람들은 경을 읽은 공덕을 입으면 저승에서 영예가 높아지고 죄업이 경감되니 이익이 특별 큽니다.
그리고 경을 외우는 사람의 도행(道行)의 높고 낮은 것에 따라 그 이익이 막대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만약 경을 읽는 사람이 도(道)가 높은 고승(高僧)이거나 효자(孝子)거나 어진 후손(後孫)이라면, 그가 경(經) 한권을 읽는 것은 평범한 스님이 외우는 공덕의 열 배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보통 평범한 스님이라도 경을 정성을 다하여 삼가는 마음으로 읽으면 또한 그에 상당하는 이익이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도행(道行)도 없는 승도(僧道)가 더구나 정성을 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읽으면 이익이 미미하게 되고, 심하면 터럭 끝만큼도 이익 되는 게 없는데, 이는 단지 정성이 지극하지 못한 허물일 분입니다. 또 송경(誦經)은 망인이 죽은 지 49일 이내에 하는 것이 가장 좋고, 이 기간이 지나면 망인은 지은 업에 따라 이미 다른 곳으로 생을 바꿔 태어나 버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천도의 공덕을 바랄지라도 몇 번의 생을 거친 뒤에 그들에게 돌아가며 죽은 자가 즉각적인 효력을 거둘 수가 없습니다.
문51 : 저승에서도 염불하면서 수행하는 자가 있습니까? 염불을 하고 송경(誦經)을 한 공덕이 이처럼 크다면, 저승의 모든 귀신들은 어째서 빨리 스스로 염불 송경을 하여 극락왕생(極樂往生)하고자 않습니까? 만약에 염불을 할 줄 몰랐다 해도 어째 다른 사람이 염불(念佛)할 때 그것을 본받아 따라하지 않는지요?
일단 저승에 도착하면 바로 자기의 업력(業力)에 막혀서 자연히 염불하고 송경할 줄을 모릅니다. 우리가 염불하고 송경을 해 준다 해도 저들은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수행(修行)은 마땅히 이 한입기운이 끊어지기 전, 즉 죽기 전에 해야지 한번 숨이 끊어지면 힘이 되기가 어렵습니다.
문52 : 귀신은 형체가 없는 것(無形)을 볼 수가 있고 소리가 없는 것을 들을 수가 있다면, 어째서 그들은 우리들이 염불수행하는 것을 대하고도 도리어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한단 말입니까?
자기의 업력에 가려졌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시험 삼아 이 세상의 사람들을 봅시다. 본래 신앙(信仰)이 없는 사람들이나 굶주림과 추위에 핍박받는 사람들은, 우리들이 염불수행하는 것을 만나도,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즉, 설사 우연히 보고 듣거나, 또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붙어서 하게 하려 해도, 신심(信心)이 일어나지 않거나, 혹은 뜻이 있다 해도 견고(堅固)하지 않아서 결국엔 수행하지도 않고 염불하지도 않으니, 저 귀신들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문53 : 염불하고 불경을 읽는 것이 그렇게 큰 공덕이 있다면, 유가(儒家)의 경서(經書)를 읽는 것도 공덕(功德)이 있습니까?
예, 공덕이 있습니다.
문54 : 지금 세상은 유불도(儒佛道)의 세 종교가 정립(鼎立)해있어 신앙이 각각 다른데, 저승에서 존중하는 것은 어느 宗敎인가요?
세 종교를 다 존중합니다만, 다만 그 중에서 불교를 가장 중히 여깁니다.
문55 : 불교를 배운 사람은 죽은 뒤에 극락세계에 태어나고, 도교를 배운 사람은 동천복지(洞天福地)에 태어나지만, 유교를 배운 사람들은 죽은 뒤에 어디에 가서 태어납니까?
역시 하늘나라(天界)에 태어납니다. 영혼이 소멸하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문56 : 불교(佛敎)의 호법신(護法神)의 위타요, 도교(道敎)의 호법신은 왕영관(王靈官)인데, 유교(儒敎)도 호법신이 있습니까?
모릅니다. 유교는 신도(神道)로써 설교하지 않기 때문에 호법신의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경전, 서적이 귀신의 가호(加護)를 받는 것은 역시 의심할 바가 없습니다.
문57 : 선생은 일찍이 무슨 중요한 안건(案件)을 심판한 적이 있습니까?
일체의 모든 안건이 모두 다 매우 평범한 안건으로서 인정(人情)과 사리(事理)의 밖엣 것은 결코 없었습니다. 또 죄상(罪狀)도 환히 밝고 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복잡하여 밝히기 어려운 정황은 없었습니다.
문58 : 일찍이 각처를 유람한 경력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문59 : 선생은 평소에도 늘 귀신을 볼 수 있습니까?
내가 저승판관으로 있을 때에는 신식(神識)이 몸에서 나가거나 말거나를 막론하고 늘 귀신을 볼 수 있었지만 중화민국(中華民國) 초(初) 이후부터는 귀신이 보이는 일이 점점 적어지더니, 중화민국 10년(1921년) 이후에는 전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문60 : 저승친구들이 올 때도 이승 친구들을 대할 때처럼 음식을 많이 장만하고 초대합니까?
아닙니다. 다만 맑은 차 한 잔이면 이미 충분합니다.
문61 : 저승에도 해마다 명절과 휴가가 있습니까?
예, 이승과 다름이 없습니다. 음력 설날과 청명, 한식, 단오, 추석, 동짓날 등을 만나면 역시 반드시 며칠을 쉽니다. 그러나 단 아직 요일(曜日)은 없었습니다.
문62 : 귀신은 어떻게 그 모습을 바꿀 수 있습니까?
귀신들은 모두 자신의 모습을 변환(變換)할 수가 있습니다. 다만 반드시 저승 관아의 허가를 얻어야 됩니다.
문63 : 새, 짐승의 혼령은 역시 새, 짐승의 형상을 하였습니까?
이것은 별도의 부서에서 맡아서 관할했기에 나는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문64 : 이 세상을 귀신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과 귀신이 함께 섞이어 사는 게 되고,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승과 저승이 둘로 동떨어진 것인데, 결국 그 경계를 어떻게 구분합니까?
그 나눠진 경계(分界)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여 이런 문제의 정황은 참으로 분명하게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문65 : 산 사람의 혼과 죽은 사람의 귀신이 그 형상과 그 얼굴빛이 차이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이전엔 그것에 대해서는 마음에 두지 않았었는데, 당연히 조금은 차이가 있지요.
문66 : 귀신도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습니까?
예, 그들도 역시 극심한 고통을 느낍니다. 그러기 때문에 그들의 말에는 애처롭고 슬픈 것이 많습니다.
문67 : 저승에서도 가정을 이루고 권속(眷屬)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다만 반드시 이승에서의 원래 가족이었던 사람인 것은 아닙니다. 저승세계에도 결혼하고 아이를 기르는 일이 있습니다.
문68 : 저승에서는 어떤 역법(曆法)을 씁니까? 그리고 모든 공문서(公文書)에 년, 월, 일을 씁니까?
예, 만청(滿淸)시대에는 만청시대의 책력(冊曆)을 썼고, 공문서에서 쓰는 년, 월, 일도 이승과 똑같습니다.
문69 : 귀신이 사람의 태(胎) 속에 들어갈 때 저승에서는 무슨 훈계(訓戒)하는 말이 없습니까? 가령 악(惡)을 돌이켜 선(善)으로 향하라는 말 따위 말입니다.
없습니다. 오직 새나 짐승의 태에 던져질 때에는 귀신으로 하여금 그 정황을 모르게 반드시 그 들어갈 태(胎)를 환(幻)으로 남자, 여자 모양이나 어떤 누각과 같은 좋은 경치로 만들어서 그들로 하여금 즐거운 마음으로 그 구렁텅이 속에 들어가게 합니다.
문70 : 사람은 이미 귀신으로부터 환생한 것이라고 했는데, 그럼 저승에서 부부관계에 의해 새로 태어난 아이는 무엇에 관련되어 환생한 것입니까?
사람이 죽은 뒤에 몸에 남은 기운이 투입(投入)된 것입니다.
문71 : 저승에 태어난 아기는 장래에 죽어서 다른 것으로 환생할 수 있습니까?
불가능합니다.
문72 : 귀신이 사람으로 변하고, 사람이 귀신으로 태어난다면 결국 이 세간에는 사람이 먼저입니까, 귀신이 먼저입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마땅히 두 방면으로 나누어서 말해야 할 것입니다. 먼 상고(上古)시절 이전에 혼돈이 처음 열리고 순박(醇朴)한 기운이 흩어지지 않았을 때에는 먼저 인간이 있고 나서 그 뒤에 귀신이 있었고, 그 후세에는 귀신이 먼저 있은 뒤로부터 사람이 있게 되었습니다.
문73 : 귀신들도 접대(接待)하거나, 경축(慶祝)하고 조문(弔問)하는 예절이 있습니까?
예, 이승과 다름이 없습니다.
문74 : 향(香)과 촛불은 어디에 쓰입니까?
촛불은 그 광명(光明)을 취(取)하고, 향은 그들을 불러오게 하는 데 쓰입니다.
문75 : 폭죽은 어디에 쓰입니까?
귀신들은 폭죽을 무서워합니다. 그러므로 마땅히 쓰일 데가 없는 것 같습니다.
문76 : 저승의 봉급은 어디에서 마련하여 옵니까? 이것 역시 금전, 양곡, 세금의 항목으로 거두어들인 것입니까?
이전에 그것에 대해서 그들에게 물어 본적이 있었는데, 그들은 나에게 묻지 말아달라고 부탁합디다. 그래서 잘 모릅니다.
문77 : 귀신들도 이승의 아내와 자녀(子女)들을 그리워합니까?
예, 그들도 역시 몹시 못 잊어합니다. 그러나 시일(時日)이 오래 지나면 자연히 그리움이 약해집니다.
문78 : 저승의 관리들도 다른 세상에 몸을 바꿔 태어납니까?
그렇습니다. 비유하자면 현재 공무원으로 있는 사람은 특히 높이 취직하는 것이 보통사람에 비해 쉬운 것과 같습니다.
문79 : 선생께서 전세(前世)에서부터 쌓은 근기가 그와 같이 보통사람보다 훨씬 뛰어나셨으니, 아마도 내세(來世)에는 윤회생사(輪回生死)를 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윤회를 벗어나는 일이 어찌 그리 쉽겠습니까? 그런 즉 내생에도 면할 수 없는 것입니다. 내가 일찍이 같은 일을 하는 이에게 부탁하여 이에 대하여 조사를 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가 이르기를, ‘당신은 내세에 반드시 하남성(河南省)의 남양현(南陽縣) 일대에서 다시 태어날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이미 그 때로부터 수십 년의 세월이 자났기에 그 간에 내가 지은 업이 있어서 아마 저승 기록이 다시 고쳐졌을 수도 있습니다.
문80 : 선생은 그 뒤에 어찌하여 저승판관 노릇을 그만두게 되었습니까?
내가 원하지 않은 지가 오래 되었고, 그리고 여러 차례에 걸쳐 휴직하기를 부탁했지만 번번이 모두 허락을 받지 못했었는데 그 뒤에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금강경(金剛經)을 많이 읽으라고 가르쳐 주기에, 법대로 시행했더니, 독송하기 2000번 이상을 채우자 드디어 다시는 가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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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익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