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homoeconomicus입니다.
오늘부터 국가가 발행하는 세계 최초 암호화폐(가상화폐)인 ‘페트로(petro)’의 프리세일이 시작됩니다. 알아볼수록 암호화폐 시장에 이정표가 될만한 흥미로운 지점이 많아 자세한 내용을 정리해봤어요.
발행일정과 물량 등 사전 지식이 필요하신 분들은 여기서 확인하시면 되겠습니다.
[글로벌 인사이드-막 오른 암호화폐 국가발행]디지털 金? 쓰레기코인?...베네수엘라 '페트로' 어디로
http://decenter.sedaily.com/NewsView/1RVS1R8BJ9
저는 베네수엘라의 페트로에 의미를 부여할 지점은 크게 세 가지라고 봅니다.
첫 번째로 세계 최초로 한 나라의 정부가 주체가 되어 암호화폐를 발행한다는 점입니다.
사실 지금 마두로 정권의 상태는 ‘정상국가’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3,000%, 즉 기존 법정통화인 볼리바르가 휴지가 된 하이퍼인플레이션 상태입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독재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의회 위의 초법적 기관인 제헌의회를 만들고 12월이었던 대선을 당겨서 4월에 시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여건때문에 마두로 정부는 아주 적극적으로 기존 볼리바르를 대체해 페트로를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려 하고 있습니다. 세금납부, 공공서비스요금 징수 등 국가가 주체가 되는 행위에서 페트로를 받는 건 물론이고 민간에 페트로 결제망을 구축하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어요. 이메일 기반으로 전 국민에 전자지갑도 발급하고요~
다시 말하면 사상 처음으로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사용하는 실험이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입니다. 암호화폐가 기존 통화시스템의 대체하거나 최소한 보완을 할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는지 직접 살펴볼 수 있다는 최초의 기회라는 뜻입니다.
물론 더 잘 실행할 수 있는 선진국에서 첫실험이 이뤄졌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마 이걸 기대하는 건 무리일 겁니다. 정상국가가 아니고 통화시스템이 붕괴했기 때문에 이런 도전도 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두 번째 포인트는 원자재라는 확실한 담보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기술의 미래가능성’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버블이다 실상 가치가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지요. 하지만 페트로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테더가 바로 달러에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이지요.
저는 페트로의 발행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금융의 영역을 담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습니다. 마치 자산을 유동화시키기 위해 발행하는 자산담보부증권을 전자 버전으로 아주 잘게 쪼개 일반인들에게 팔 수 있게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더구나 발행자는 기존에 부동산이나 채권과 달리 시장가격이 꽤나 오르락내리락하는 자산의 가치를 확실히 고정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장점도 있어요. 그 덕분에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의 범위가 땅속에 묻혀있는 원유, 중앙은행 금고에 쌓여있는 금 등으로 지금보다 훨씬 넓어질 수 있습니다. 참고로 1PTR은 원유 1배럴을 담보로 하는데 ICO때 그 가치를 60달러에 고정해 뒀습니다. 그리고 ICO가 끝나면 (현재로서는) 추가 발행계획이 없습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는 ‘암호화폐는 가치가 없다’는 기존의 편견을 불식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페트로는 '원유본위제'를 채택했으니까요. 금본위제를 포기한 상태에서 국가가 발행한 종이로된 법정화폐가 원유를 담보로 한 암호화폐보다 확실한 가치를 지녔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요?
참고하실만한 외신 기사입니다.
Another 'Stablecoin' Debuts: Can Asset-Backed Cryptocurrencies Ward Off Crypto Volatility?
https://www.forbes.com/sites/jonathanponciano/2018/01/24/another-stablecoin-debuts-can-asset-backed-cryptocurrencies-ward-off-crypto-volatility/#6b9ca51872d5
제가 소소하게(?) 주목하고 있는 마지막 포인트는 백서에 나온 ‘암호자산(Crypto Assets)’라는 표현입니다.
제가 앞선 포스팅에서 ‘가상화폐라는 이름이 주는 부정적 편견’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죠.
가상화폐, 암호화폐?...이제 이름에서 ‘화폐’를 떼어야할 때
https://steemit.com/kr/@homoeconomicus/3k8tjn
페트로는 일종의 화폐를 지향하고 있지만, 굳이 이런 이름을 사용한 건 마찬가지로 화폐라는 단어보다는 자산이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 탓으로 보입니다. ‘보다 확실한 투자대상’이라는 이미지를 자산이라는 단어 속에 담은 게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괜찮은 표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도 의회에 출석해 가상화폐를 ‘가상자산’이라고 부르자는 의견을 밝힌 바 있는데, 점점 정확한 성격을 규정할 용어에 대한 논의에 불이 붙는 것 같습니다.
추가로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베네수엘라 정부가 내놓은 페트로 백서를 전달해 드립니다. 뭐 다른 백서에 비하면 매우 단순합니다. 조달자금 활용계획도 참 대충 만들었습니다. 저에게는 마치 “우리는 확실히 원유있는 거 알잖아? 이런 거 상관없지 않아?”라는 외침처럼 들립니다...
그럼 베네수엘라의 흥미로운 실험이 과연 어떻게 끝날지 우리 모두 매의 눈으로 지켜봐요^^!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이것이 베네수엘라의 페트로군요.
좋은 정보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유 1배럴을 담보로 한다니 새롭네요~^^
네 여러모로 흥미로운 점이 많아서 지켜볼만한 실험 같아요~
채굴이나 보상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단순이 이름만 블록체인코인이고 모든 관리를 정부에서 하는건가요? 궁금해지네요~
백서에는 이더리움 플랫폼에서 발행이 이뤄지고 PoS 방식으로 보상을 할 수 있는데 현재는 기능이 막혀있다고 돼 있습니다. 무늬만 암호화폐는 아닌 것 같아요. 다만 보상은 나중에 페트로 소유자들의 동의를 얻어 기능을 오픈시킨다고 돼 있어요. 아무래도 페트로가 담보로 하는 원유량에 제한이 있어서 통화량이 늘어나는데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채굴자들은 백서에 명시돼 있진 않은데 지난달까지 정부에서 등록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프라이빗 블록체인 같습니다. 국적 제한이 없어서 약 90만명 가량이 신청했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페트로라... 차라리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도입하는게 나을 것 같은데 크게 기대는 안 되네요
베네수엘라 입장에서는 시뇨리지를 포기하기는 어려웠을테니 제가 봤을 땐 이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저는 백서를 보고 생각해낸게 누구인지 감탄을 했어요. 물론 기존 암호화폐가 결제 기능을 할수는 있지만 정부재정에는 기여할 수 없는 부분도 있고요...
나라의 정부가 주체한다니.. 관심가게 되네요. 이번 화폐의 여파에 따라 다른 나라들도 하나둘 움직일 수 있겠네요.
네. 그래서 기술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르지만 페트로에 계속 관심을 갖고 있답니다.
2018년에는 두루 평안하시길!
항상 감사드립니다^^
절박한 상황이 만들어낸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