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향해 쏴라 : 세인트루이스 연준의 BTC 보고서 톺아보기

in #kr7 years ago (edited)

중앙은행들은 과연 블록체인 토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자신들의 세뇨리지를 빼앗아 가는 미래의 잠재적 위협으로 보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피셔 방정식의 등장 이래 각국 중앙은행들의 고유의 권한이자 전가의 보도였던 통화량 조절을 통한 경기 조절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떨고 있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훈련받은 경제 전문가 그룹 중 가장 열심히 블록체인에 대해 공부하는 집단이 바로 중앙은행이라고 할 수 있다. FRED 등의 시스템을 통해 미국에서 가장 신뢰성 높은 경제지표를 제공해 주는 것으로 이름 높은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 지난 10일 비트코인과 관련된 보고서를 출간했다. 과연 미국의 중앙은행은 블록체인 토큰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 St.Louis Federal Reserve 에서 지난 1월 10일 공개된 Bitcoin 보고서의 PDF 다운로드 링크.
https://files.stlouisfed.org/files/htdocs/publications/review/2018/01/10/a-short-introduction-to-the-world-of-cryptocurrencies.pdf
  • 저자 Aleksander Berentsen, Fabian Schar 소개
세인트루이스 연준의 비트코인 보고서 'A Short Introduction to the World of Cryptocurrencies' 의 저자 Aleksander Berentsen 은  스위스 바젤 대학교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Fabian Schar는 동 대학 재무혁신연구원의 수석 매니저로 재직 중이다. 재미있게도 FC 바젤의 1군 선수이자 스위스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인 동명이인 파비앙 셰어라는 사람도 있다.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의 2018년도 1분기 리뷰 자료에 실려 있는 이 보고서는 법정화폐 경제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비트코인에 대한 상당히 정확한 인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또한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의 핵심적인 개념을 직관적으로 잘 풀어 나간 글이라 영어 독해 실력이 허락한다면 블록체인 초보자가 읽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이 Review 는 어떠한 시각으로 비트코인을 관찰하고 있는가? 핵심적인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1. 비트코인의 거래 체계는 미크로네시아 야프 군도의 석화(石貨) 시스템과 유사하다.

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 제도의 야프(Yap) 섬은 특이한 화폐 체계를 사용한다. 방해석 (方解石)으로 이루어진 큰 돌을 깎고 중간에 구멍을 뚫어 이를 '라이' 라고 부르는 화폐로 만든다. 이 화폐는 평균 지름이 4미터에 무게는 무려 5톤에 달한다. 이 화폐는 너무 커서 개인이 운반할 수 없기 때문에, 화폐의 소유권이 바뀔 지라도 화폐의 위치는 바뀌지 않고, 그 소유권의 변경은 별도로 기록되며 이는 야프 섬 사람들 모두에게 공지된다. (때문에 누구 하나가 화폐 소유권을 위/변조하려면 야프 섬 거주자 모두를 설득해야만 한다.) 화폐를 만드는 과정 역시 돌을 깎아 해상으로 운송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노동력과 시간이 소모된다. 때문에 야프 섬에서는 이 돌덩어리가 아무리 쓸모가 없을지라도 (심지어는 바닷속에 가라앉은 라이까지도!!) 모두 화폐로 간주한다.

야프 섬의 화폐는 이렇게 크고 무거운 관계로, 이동이 불가능하다.

즉, 비트코인의 분산 원장 시스템은 야프 섬 사람들 개개인에게 '인지' 된 화폐의 개별 소유자를 디지털화한 것이고, 작업증명 프로토콜 역시 이를 그대로 디지털화한 것이다. 또한 이는 비트코인이 Underlying Asset 또는 Economic Usage 가 없다며 가치를 폄하하는 진영에게 '다수의 합의만으로 움직이는 분산형 화폐체계' 가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당연히 야프 섬에는 라이를 관리하는 중앙은행도 시중은행 지점도 없다. 과거 인구가 적을 때에는 구전으로 소유권을 전파하여 원시적인 형태의 분산원장 기술이 가능했지만 이제 우리는 0과1을 통해 수십억의 인구에게 소유권을 동시 전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블록체인 거래의 구조는 내쉬균형의 경제를 이루고 있다.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은 게임 이론에서 경쟁자 대응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될 경우, 서로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 균형상태를 말한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의 경제가 내쉬균형을 확립할 수 있는 이유는 결국 토큰으로 대비되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법정화폐 경제의 관점에서 보자면 '토큰' 의 가치 자체의 변동이 너무나 심한 관계로 마치 블록체인을 제로섬 경제로 인식하려 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완전한 난센스다. 굳이 블록체인이 아니라 법정화폐 경제에서도 특정한 비즈니스 분야에 먼저 진입했다는 이유만으로 큰 수익을 거두고 독점적 지위에 오른 기업(이를테면 대표적으로 네이버)들이 있다. 먼저 채굴을 시작한 사람이 많은 양의 비트코인을 점유하고 있는 것은 내쉬균형을 깨트리는 행위도, 이 경제를 제로섬으로 만드는 행위도 아니라는 것이다.


즉, 블록체인 토큰이 법정화폐 경제와 Anchoring 되면서 발생한 변동성의 확대로 말미암아 많은 오해를 받고 있지만, 블록체인 생태계는 기본적으로 리소스를 투입하고 경제적 반대급부를 받아가는 Non-Zerosum Economy 이다. 때문에 단지 토큰의 변동성 및 Underlying Asset 의 부재로 인해 블록체인 토큰 경제를 폰지스킴으로 호도하는 주장은 심각한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3. 블록체인의 발전은 결국 학제간 연구를 필요로 한다.

20세기의 위대한 인문학자이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 교수(Umberto Eco, 1932.1.5 ~ 2016.2.19)는 'Intertextuallity' 라는 개념을 주창한 바 있다. 이는 어떤 텍스트가 이곳 저곳에 상호 인용되며 세월이 흐르면서 하나의 거대한 '텍스트 간의 대화' 가 형성된다는 개념인데,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최근 'Interdisciplinarity' 라는 개념도 주목받고 있다. 학제 간 연구라는 뜻인데, 기존의 컴퓨터공학, 기존의 암호학, 기존의 경제학이 모두 블록체인이라는 하나의 기술 안에 녹아들면서 블록체인의 발전을 위해서는 결국 학제간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저번 JTBC의 토론회를 봐도 알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의 블록체인과 관련된 논의가 항상 제자리걸음만 하는 이유는 이러한 학제간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의 법정화폐 경제에서 아무리 기존의 이론을 도입하려고 애쓴들 애시당초 기존의 방식대로 공정가치 평가가 아예 이루어질 수 없는 블록체인 토큰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블록체인의 기술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그룹이라도, 법정화폐 경제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결국 블록체인 토큰은 심한 규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소통이다.

블록체인 토큰은 아직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블록체인의 개념과 그 생태계는 아직 더 널리 알려져야 하며, 현재 기초적인 플랫폼이 막 생성되고 있는 현실 상 블록체인이 법정화폐 경제에 더 잘 접속하려면 우리 스스로가 더 많이 블록체인 기술과 개념을 알리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특히 선진국의 경우 중앙은행 측면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관한 내용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과연 우리는 잘 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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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ngomaster님 안녕하세요. 개대리 입니다. @joeuhw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번 감사드립니다.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픽토그램을 직접 만들어 보고 있는데, 이거 노가다성이 상당하다. 직관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뜻을 왜곡되지 않게 전달하려고 하다 보니 발생한 일일 것이다. 앞으로 더욱 연습을 많이 해 보아야겠지만 늘긴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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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하자 마자 힝고님 글 찾아서 보네요.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글입니다.

이런 기술적인 내용들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하더라도, 일단 관련 전문 지식이 없는 이들에게 비춰지기로는 주식과 유사하게 사고팔수 있으나 실물과 연결되지는 않은 투기성 매매수단이라는 인식 아닐까요?

이는 현재 블록체인 기술의 침투율 (Penetration Ratio) 가 아직 낮은 탓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아직 실생활에서 실감되지 않는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돈을 넣는다는 의문은 어찌 보면 초창기에 발생할 수 있는 당연한 퀘스쳔 마크일 수 있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보트 리스팀 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로 보답드리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올리신 다른 글도 읽어봐야겠네요! 아참, 태그로 coinkorea 나 tooza 등도 넣어주시면 더 많은 분들이 보실 것 같습니다!

말씀해 주신 태그들 추가했습니다.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flaticons 아이콘이군요 ㅋㅋ 저도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넵 ㅋㅋㅋ 글 쓸 때마다 특색있는 픽토그램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소목적인데 아주 유용하더군요. 팔로우 드렸습니다!!

고민을 시작하게 해주는 좋은 글 공유에 감사드립니다. 반가워서 팔로+보팅 하고 갑니다!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양질에 글 정말 감사합니다 근래에 본 글 중에서 너무 좋은 글이네요 앞으로도 부탁드려요~

어이쿠, 그 정도는 아닙니다 ^^;;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야프 섬 화폐 재미있네요. 구전으로 소유권이 이어지는 화폐라니 ㅎㅎㅎ 진짜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나 봅니다.

그러게요. 야프 섬의 경제체제는 사실 아주 원시적인 현태의 분산원장인데 수천 년이 지나서야 디지털 기술로 구현이 된 것이니 말입니다.

아니 이것은 명문! @홍보해

매번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힝고캐릭터는 어디에 쓰나요?ㅎㅎ

엄..... 귀여움(?) 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ㅋㅋㅋㅋㅋㅋ그렇군요

페북 보고 팔뤄 합니다.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헐 픽토그램 직접 만든건가요? 대박

넹 픽토그램은 직접 ㅎㅎ